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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로 말하는 디자인, 타이포그래피(폰트 디자인) 조회수 18873

디자인에 있어서 타이포그래피는 ‘문자’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마치 웃는 듯, 우는 듯 표정을 지닌 타이포그래피는 시각적인 표현을 가능케 한다. 지난 19세기 말에 디자인으로 확립되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타이포그래피는 다양하게 변화되어왔다.
이번 10월 특집에서는 한글날을 맞이하여 캘리그래피와 폰트 디자인 회사를 중심으로 한글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와 타이포그래피의 다양한 이슈들을 다루어 보고자 한다.


한글 폰트 디자인은 컴퓨터 보급과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인쇄용 매체 폰트가 온전히 디자이너를 위한 것이었다면 웹폰트는 누구나 쉽게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는 개념으로 바뀌었다. 지금껏 폰트 디자이너에게 폰트의 양적 증가가 그 목표였다면 이제 후손들도 함께 쓸 수 있는 생명력 긴 폰트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 과제로 남아있다. 좋은 폰트를 만들기 위해 열정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우리나라 대표 폰트 디자이너들을 통해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현재와 미래를 들었다.

취재 | 서은주 기자 (ejseo@jungle.co.kr), 이동숙 기자(dslee@jungle.co.kr)
첫 번째 이야기

'글자 디자인은 국가의 문화예술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다'_석금호(산돌커뮤니케이션 대표)

우리나라 최초의 폰트 디자인 회사, 산돌의 석금호 대표는 1984년 한글 폰트 디자인에 첫 획을 그었다. 한글 폰트 디자인과 함께 23년을 보낸 그를 통해 한글 타이포그래피 속 폰트 디자인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 가능성을 모색해본다.
Jungle: 캘리그래피가 한국적 타이포그래피의 트렌드를 창조하며 일반 대중에까지 이슈를 끌어냈다. 폰트 디자인은 한글 타이포그래피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위치가 어디에까지 이르렀다고 보는가?

석금호: 캘리그래피는 현재 광고 등 그 쓰임에 따른 정서적인 표현에 집중된 경향이 있어 다분히 트렌드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폰트는 어떤 환경에서든 접목하여 쓰일 수 있게 제작되기 때문에 트렌드로 따질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물론 트렌드를 무시할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 품질을 유지해서 모든 사람들이 애용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하는 분야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캘리그래피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폰트 디자인은 예술이라기보다는 독립적인 서체 영역이다. 그리고 실제로 캘리그래피보다는 폰트가 사용 범위가 훨씬 크다. 당장 눈앞에 드러나는 캘리그래피는 아무래도 폰트보다는 이슈화가 강할 것이다.
요즘 폰트 디자인의 이슈는 블로그로 인해 트렌디한 웹폰트 등장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블로그 웹폰트는 폰트 사용료 지불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을 바꿔놓는 계기가 되었다. 그로 인해 디자인 성향이 너무 상업적으로만 치우쳐 성장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현재 국내 폰트 시장은 다양한 스타일의 디자인 창출을 반기고 있으며 균형적으로 발전하고 있기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Jungle: 한글 폰트 디자인을 사용하는 디자이너들이 느끼는 갈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석금호: 폰트 디자인은 주어진 틀 안에서 창작을 한다. 캘리그래피의 경우 폰트에 비해 훨씬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지만 폰트는 그렇지 않다. 폰트가 지녀야 할 몇 가지 사항(가독성, 공공성 등)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예술적인 감각을 접목해도 그 느낌이 강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또한 영문 서체는 개발된 역사가 수천년이지만 한글이 나온 지 이제 600년 정도이고 폰트 개발도 30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니 다양성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영문과 다른 한글의 특성에서 오는 개발 과정 자체의 어려움도 있다. 하나의 폰트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리고 그 퀄리티에 따라 제작기간은 무한정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폰트 디자인 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비교적 내실 있는 작업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제는 기업단위의 제작뿐만 아니라 개인 디자이너의 폰트 제작이 가능해진 만큼 앞으로 다양성도 기대해 볼 만하다.
Jungle: 한글 폰트 디자인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석금호: 한글은 세상에서 가장 유니크한 문자 중 하나다. 패션디자이너 이상봉의 한글 프린트 의상이 극찬을 받은 것도 한글이 가진 유니크함이 그들을 매료시킨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이러한 한글의 유니크함에 무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다른 문자에서 느낄 수 있는 신선함 그 이상이 한글에도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한글 폰트의 어려운 점은 이러한 유니크함을 뒷받침하는 구조로 인해 한 폰트당 디자인해야 하는 글자 수만 최소 2,350자가 넘는다는 것이다.

Jungle: 이렇듯 까다로운 프로세스로 인해 많은 디자이너들도 폰트 디자인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폰트 디자인만이 줄 수 있는 디자인적 쾌감은 무엇인가?

석금호: 폰트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 모두 느끼는 것이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디자인한 서체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다른 분야 디자인에 비해 좋은 디자인의 서체는 세대를 넘어서 영원히 쓰일 수 있다. 또한 폰트 디자인은 그 나라의 문화를 담아내는 가장 기본적인 디자인이라는 사명감이 있다.

Jungle: 폰트 디자인에서 중요한 점 몇 가지를 집어달라.

석금호: 먼저, 그 나라의 시대와 문화를 반영하는 역사성이 있어야 한다. 공공성과 또 그에 따른 가독성을 생각하여 인간에게 가장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는 디자인을 해야 할 것이다.
Jungle: 산돌이 보여주는 한글은 어떤 모습인가?

석금호: 산돌이 추구하는 것은 '원칙'이다. 모든 글쓰기는 필획에 영향을 받는다. 가장 자연스러운 붓의 방향, 즉 획의 방향을 거스르지 않는 범위 안에서 디자인한다. 파격적인 디자인보다는 기본에 충실하여 한글을 아끼고 자주 쓸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한다. 현재 한글 폰트 디자인은 기반 위 발전을 꾀해야 하는 시기이므로,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역사성을 간직한 한글 폰트 디자인을 만들고자 한다.
두 번째 이야기

함께 호흡하고 사용하는 글자를 바라다_ 이용제(한국디자인연구소 소장, 활자공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