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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커플의 힘, 부부 디자인 스토리( 최x(슬기+민)=‘슬기와 민’ 암호를 풀다 ) 조회수 18527

‘슬기와 민’이라는 프로젝트 듀오로 활동하고 있는 최성민, 최슬기 부부. 2001년 예일대학교 유학 중에 만난 두 사람은 2002년부터 공동작업을 시작했고 2003년부터 네덜란드 얀 반 에이크 아카데미에서 함께 연구원으로 있다가 2005년 귀국했다. 이후 스펙터 프레스라는 출판사를 차리기도 하고 2006년에는 ‘슬기와 민’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 첫 전시도 열었으며, 지속적으로 다양한 국내외 프로젝트를 통해 주목 받아오고 있다.


부부 디자이너를 떠올릴 때면 꼭 손꼽힐 것 같은 그들이지만 ‘슬기와 민’의 작업들을 생각해봤을 때, 부부디자이너라는 수식어는 ‘슬기와 민’에 대한 설명을 너무 잃어버리게 되거나, 또 본질과 다르게 포장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너무나 잘 결합되어 있어서 촉매제를 몇 번씩 사용해야 분리되는 화학 혼합물, 혹은 공식만 알면 단번에 풀리지만 그냥 보기에는 전혀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인수분해 문제 같았던 두 사람. ‘슬기 & 민’을 굳이 ‘슬기 vs 민’으로 만나고 싶었던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취재 ㅣ 김유진 객원기자 사진ㅣ 스튜디오 Salt

임근준의 저서 <크레이지 아트, 메이드인 코리아>에서 최성민이 말했듯 ‘컨셉추얼리 리버럴하고, 비주얼리 기회주의적’인 성격을 띤 그들의 작업은, 2006년 ‘슬기와 민’의 전시 부제로도 사용되었듯 ‘(넓은 의미에서의) 타이포그래피’로 설명된다. 타이포라는 일종의 시스템을 바라보는 눈은 현대사회의 각종 시스템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확장시키는데, ‘슬기와 민’의 작업은 이 시스템에 대한 환기와 각성과 매혹과 대안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그들의 표현방식으로 다시 암호화되어 작품으로 탄생한다. 해석하고 싶은 욕구, 해석해야 한다는 강박, 사회를, 그리고 현대미술을 대하는 사람들의 본능을 지혜롭게 파악한 그들이 작업을 통해 던지는 물음은 현실 감각을 끊임없이 자각시키는 동시대 디자이너의 역할로서 의미가 있다. 작업 자체가 이미 잘 말해주고 있는데, 굳이 이들 결합의 효용에 대해 새삼 덧붙일 필요는 없었다. 다만, 이 두 사람이 결합의 시너지효과를 발생시키기 이전 둘만의 어떤 공식이, 어떤 암호로, 어떤 시스템을 통해 작동하는지 알아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긴 것이다.


처음 서로의 작품을 보았을 때, 어떤 인상을 받았나.
슬기: 성민 씨 작품에서는 전체적으로 지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가 대학원 때 했던 시리즈를 보고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쉽게 말해서 귀신을 모아놓은 것인데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을 범인 몽타주로 그린다든가 프로젝터로 볼 수 있는 영상잡지,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등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던 작품이다.

민: 슬기 씨가 하는 작업들은 기계적이고 정교하고 정량화되어 있다. 다이어그램과 같은 요소도 처음부터 있었다. 심지어 정서적인 주제를 다룰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이런 극단성이 재미를 주었던 것 같다.


슬기와 민의 첫 공동작업은?
슬기: 성민 씨의 예일대 졸업전시회 때였다. 졸업전시회 때는 해당 학생들이 일을 나눠서 하는데 성민 씨가 그래픽 부분을 맡아서 관련된 포스터 겸 작품을 간단하게 보여주는 신문지 형식의 그래픽 작업을 했었다. 그때 그 일을 도와서 했던 것이 비공식적이었지만, 첫 공동작업이었을 것이다.

민: 작업 중에 지도 기능이 필요했는데, 혼자서는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더라. 이를 우아하게 해결하는 방법이 없을까 했는데 슬기 씨의 도움을 받아 만족스럽게 완성했다.


두 사람이 함께 일할 때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나.
민: 시너지 효과?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 디자이너의 로직을 제어하지 않는다면 계속 특정 방향으로만 쏠리게 되는데, 이때 제동을 걸어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때 슬기 씨가 나를 제어해준다. 대체로 내가 엔진 역할이고 슬기 씨가 기어나 핸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슬기: 성민 씨는 계속 뭔가를 해야만 하는 사람이다. 일 중독이라고 할 정도다. 그렇게 뭔가 폭주하게 되면, 적절한 선에서 제안을 하게 된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서로의 작업이 어떻게 변화했다고 느끼나.
민: 미국은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를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현대미술에서 나오는 새로운 것을 디자인에 수용하기도 한다. 그곳에서 이런 영향을 받아서인지 슬기 씨 작업도 점점 느슨해지더라. 처음에는 정교함을 느꼈는데, 다른 영역을 흡수하면서 좀 더 느긋해진 것 같다. 반면 나는 보다 더 구조적으로 변화하는 것 같다.

슬기: 기본적으로 타이포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성민 씨가 더 깊기 때문에 더 벗어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디자인 작업의 원칙이나 기준이 있다면.
슬기: 얄미운 디자인은 싫다. 귀엽고 달짝지근한 디자인은 딱 질색이다. 굳이 귀여워야 한다면 약간 으스스하게 귀여운 게 좋겠고, 굳이 달짝지근해야 한다면 뒷맛은 좀 시큼해야 좋겠다. 그리고 ‘~인 체’ 하는 디자인도 피하고 싶다. 잘난 체하는 디자인, 못난 체하는 디자인 다 바보 같다.

민: 피상적이지 않고 정직한 디자인을 하고 싶다. 주어진 내용이 재미 없으면 그 디자인도 재미 없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말이 쉽지 디자이너로서 그런 원칙을 지키기는 어렵다. 아울러 기본적인 질서의식은 시민사회뿐 아니라 디자인에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