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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커플의 힘, 부부 디자인 스토리( 붓글씨가 디자인을 만났을 때, 캘리그래피 & 디자인 심화 이상현, 조회수 17556
초등학교 동창 사이인 이상현과 방수정은 8년차 부부이자, ‘캘리그래피 & 디자인 심화’를 운영하는 파트너다. 어렸을 때부터 붓글씨만 써온 이상현 실장에게 아내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방수정은 디자인이 무엇인지 알려준 스승이고, 디자이너로서 매너리즘을 경계하고 새로운 것을 갈망하던 방수정 실장에게 남편이자 캘리그래피스트 이상현은 묵향의 매력과 가치를 깨닫게 해준 고마운 존재다.
초등학교 동창 사이인 이상현과 방수정은 8년차 부부이자, ‘캘리그래피 & 디자인 심화’를 운영하는 파트너다. 어렸을 때부터 붓글씨만 써온 이상현 실장에게 아내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방수정은 디자인이 무엇인지 알려준 스승이고, 디자이너로서 매너리즘을 경계하고 새로운 것을 갈망하던 방수정 실장에게 남편이자 캘리그래피스트 이상현은 묵향의 매력과 가치를 깨닫게 해준 고마운 존재다.

취재ㅣ 김유진 객원기자 사진ㅣ 스튜디오 Salt
“와! 진짜 오랜만이다.”
“반가워, 요즘 뭐해?”

서교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이상현과 방수정은 2000년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재회한다. 오랜만에 안부를 나누다가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붓글씨로 문화를 바꿔보자’며 캘리그래피 회사 필묵에 창립멤버로 참여해 2년째 일하고 있던 이상현은 붓글씨를 알리기 위해 출판사를 돌아다니며 무작정 발로 뛰던 때였고, 디자이너 5년 차였던 방수정은 자신의 일에 회의를 느끼던 차였다. 이상현은 방수정에게 정보 공유를 핑계로 후속 만남을 요청했다. 방수정은 캘리그래피에 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이상현이 이 일을 그만두도록 말려야겠다고 생각한다.
“레이아웃은 뭐고, 세네카는 뭐야?”
“묵향이 이렇게 좋은지 몰랐어.”

방수정은 이상현을 만나기 위해 필묵 사무실로 향하는 지하계단에서 묵향을 처음 맡는다. 단번에 묵향에 이끌렸다는 그녀는 ‘나도 한국사람이구나’ 새삼스레 느끼면서 한국적인 디자인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서로의 일터였던 인사동과 안국동을 오가며 데이트하다가, 방수정은 본업과 별도로 필묵의 디자인 작업에 참여하게 된다. 캘리그래피가 단순히 글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화, 우리의 것이 되기 위해서 디자인과 필연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한 이상현은 디자인에 대해 알고 싶어했고, 방수정이 빌려준 디자인 용어 서적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방수정을 통해 디자이너의 생활에 대해 점차 알게 되었고 그녀를 계기로 디자이너들의 술자리에 끼면서 일 얘기를 놓치지 않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낯설었던 디자인 실무 용어부터 디자인 프로세스까지 습득하게 되었고 이제 캘리그래피가 디자인의 어디쯤에 위치하는지도 감이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심화, 어때? 마음 심, 그림 화.”
“사람의 마음을 그리는 그림?”

2001년 결혼에 골인한 이상현과 방수정은 2003년 12월 12일 ‘캘리그래피&디자인 심화’라는 회사를 차린다. 심화가 타 회사와 가장 큰 차별성을 가지는 부분은 물론 이상현의 캘리그래피다. 심화의 디자인 시안에는 항상 그래픽 작업물과 캘리그래피 작업물(캘리그래피를 활용한 일러스트도 포함된다)이 모두 들어있다. 이를 눈으로 확인한 클라이언트들이 캘리그래피만이 갖는 가치와 매력을 모를 리 없다.
전체 디렉팅을 통해 캘리그래피의 맥락을 잡아주는 것은 이를 기획하고 크리에이티브한 결과물로 완성시키는 방수정 실장의 몫이다. 이것이 이상현 실장의 동양미학과 만날 때, 심화의 작업은 철학과 디자인과 캘리그래피가 있는 특별한 작업이 된다.
“다시 쓰라고 할거면 내 이름 빼!”
“이 획의 느낌이 디자인이랑 안 맞아!”

붓을 잡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의 마음을 담는 것이다. 캘리그래퍼 입장에서는 이런 마음이 디자인적으로도 잘 표현되길 바라지만 디자이너는 항상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 둘의 의견 충돌은 당연하다. 이상현 실장은 다른 디자이너와 작업하면서 쏟아내지 못했던 말들을 방수정 실장에게 해소했던 것 같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는 방 실장을 통해서 자신의 작품이 디자인적으로 승화된다는 믿음과 이런 과정이 결국에는 작업의 질을 높인다는 확신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방 실장은 제일 어려운 클라이언트야.”
“이 실장이 이 느낌으로 써준 부분은 내가 디자인에서 이런 표정으로 잡으면 되겠다.”

방수정 실장의 캘리그래피 안목은 이제 이상현 실장이 인정할 정도다. 상대방의 안목을 믿고, 서로의 조언이 유용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제는 이를 각자 부담 없이 받아들이는 단계가 됐다. 이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는 바로 여기서 빛을 발한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한 효율적인 작업과정은 덤으로 제공되는 보너스다. 이 두 사람이 모여 완성하는 합이 또 어떤 효과를 일으키게 될까. 심오하고 우아하게, 마음을 그려나가는 ‘심화’의 미래는 그래서 더 주목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