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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커플의 힘, 부부 디자인 스토리(아래층 남자 위층 여자, 김나리 ∞ 이대석) 조회수 17401
한 건물의 아래층, 위층을 사이좋게 나눠 쓰고 있는 이대석, 김나리 디자이너. 언뜻 보기에 그저 연인으로 보이는 이 둘은 부부로, 한 사람은 로봇디자이너(Roy n’block 대표)이고 다른 한 사람은 인테리어디자이너(NRDESIGN Factory 대표)다. 참으로 다른 영역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도 잠시, 공간이나 로봇이나 하나의 구조체인 것은 다를 바 없다는 이대석 디자이너의 말에 금세 고개가 끄덕여진다.

취재ㅣ 호수진 객원기자(lake-jin@hanmail.net) 사진ㅣ 스튜디오 salt
로봇디자이너라고 하면 생소할 수 있다. 태권브이를 만든 김 박사도 아니고 로봇디자이너라니. 그런데 사실이다. 인터뷰 준비를 하던 중 로이 앤 블록에서 태권브이를 다시 디자인해 생산했다는 얘기를 듣게 된 것이다. 설립한 지 4년이 되어가는 로이 앤 블록은 로봇을 디자인할 뿐만 아니라 직접 기획하고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여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로 수출하는 디자인회사로 매년 200%씩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는 새로운 제품생산과 미국수출 등으로 보다 높은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익숙하지만 전문적으로는 생경한 로봇이라는 아이템을 가지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고자 했기 때문일까. 이대석 씨는 얼마 전 중앙일보에서 선정한 차세대 디자이너, 한국의 미래를 이끌 4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블록이라는 회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대석 씨는 무엇보다 구조에 관심을 갖고 있다. 로봇은 장난감이 아닌 예술이며 과학이라는 그. 예술과 과학의 절묘한 조화를 꿈꾼다.

김나리 씨에게 남편에 대해 물었다. 한번 호흡을 가다듬고 말하는 것이 남편이 자랑스러운 모양새가 영락없다. 장난스러운 얘기들을 늘어놓다가 일을 하는 남편에 대해 이야기할 때 보이는 그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존경이란.
그녀는 요즘 무척 바쁘다. 아니, 그녀는 언제나 바쁘다. 현재 이천 SK 연수원을 설계 중이고 성북동 SK 게스트하우스 공사가 한창 마무리 중이다. 인터뷰 내내 택배 아저씨와 실랑이 중인 그녀. 30분째 공사 현장을 못 찾는 아저씨, ‘그 큰길을 지나면 작은 샛길이 나오는데 거기에 간판은…’이라며 30분째 차근차근 설명하는 친절한 나리 씨. 동시에 청담동 빌라 공사로 중국에 공장을 둔 남편의 잦은 출장을 투덜거릴 틈이 없다.
인테리어공사 때문은 물론이거니와 그녀 역시 잦은 지방 출장이나 외국 출장으로 부부가 얼굴 마주할 틈이 없단다. 그러한 까닭에 이대석 씨가 부부 행복을 위한 하나의 요소라고 꼽았을 정도로 중요하다 했던 요리마저 폐업한 상태. 매끼니마다 이대석 씨는 아내의 솜씨를 기대하지만, 요즘 같은 때 그것은 한마디로 꿈이다. 하지만 늘 숨쉴 수 있게 해주는 공기에 대한 고마움은 모르는 것이 사람. 기대하지 않았을 때 제공되는 나리표 저녁식사에 그들의 행복은 짙어지리라.
“일반 직장인과 결혼했으면, 아마 이혼 당했을 걸요.” 워낙 불규칙한 생활 때문에 한번 만나기가 연애할 때보다 힘들다는 그들이지만 서로의 일을 잘 알고 있기에 오히려 잠시 마주하는 그 시간이 소중하다. 워낙 야근이 많으니 일을 핑계로 놀 수 있겠다고 묻자 야근하다 늦었는지 놀다가 늦었는지 단박에 아는 남편 때문에 거짓말도 힘들단다. 그렇지만 아내가 무얼 하다 들어왔는지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남편은 일에 있어서는 무한한 후원자다.

미대 출신이지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의 이대석 씨와 이과 출신이지만 풍부한 감성을 표현하는 김나리 씨는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날카로운 평가와 예리한 지적으로 서로의 디자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그저 던져지는 말 속에서 실마리를 찾을 뿐 함께 일하는 것은 서로 사양한다. 각자의 확고한 스타일이 있고 그 스타일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으나 함께 일하기는 매우 힘들 것이라 입을 모아 말한다. 단적인 예로 그들이 절대 동행하지 않는 때가 있으니 바로 서로의 옷을 살 때다. 서로의 스타일을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고 인정해주기에 그 속에 그들만의 디자인 알고리즘이 생성되는 게 아닌가 싶다.

“모르겠어요. 제가 사무실을 옮기는 데마다 따라다니면서 사무실을 내네요.” 구태여 붙어 있지 않아도 되는 것을 몇 년째 위아래, 또는 옆으로 이들이 붙어 있는 이유다. 그러나 그렇게 이야기하는 김나리 씨의 해맑은 웃음 뒤에 디자이너 부부로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그로써 얼마나 삶이 활기차지는지에 대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