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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선물(짜잔~! 당신만을 위해서 그렸어요) 조회수 16497

짜잔~!! 며칠을 고심해서 당신에게 어울리는 선물을 생각하고, 고르고, 포장하고, 선물하는 사람에게 딱 어울리는 감탄사다. 손으로 그려나간 그림 하나하나가 말을 걸듯, 움직이듯, 춤을 추듯 짜잔의 작품 속에는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숨을 쉰다. 꼭 당신이어야만 한다는 것처럼 그려진 그림들. 짜잔의 작업을 보면서 ‘당신에게 유일한’이란 말을 떠올린 건, 아마도 그 그림 속에 살고 있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취재ㅣ김유진 객원기자 , 사진ㅣ 스튜디오 salt

 

“말 대신 전하는 마음 같은 것 아닐까요.” 선물에 대해 막연하게 질문을 던지니, 짜잔은 이렇게 답을 준다. 고맙다, 사랑한다, 반갑다, 미안하다, 좋아한다. 특별한 감정이지만 말로는 흔한 이 표현들이 선물을 통해서 진실한 의미로 되살아날 때 그 의미는 더 각별해진다. 그림을 팔기 위해서 시작한 짜잔의 디자인 제품들은 분명 판매 상품이지만, 기존 짜잔 그림에 인쇄작업을 거쳐 생산되는 편지지류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핸드메이드다.
노트를 감싸고 있는 따뜻한 느낌의 패브릭에서 느껴지는 손길, 펜의 움직임까지 읽히는 노트 표지, 천으로 감싼 단추와 종이 등 다양한 재료의 버튼 위 일러스트, 티셔츠 위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그림까지 모두 딱 하나씩이다. 그러니까 대량 생산 방식을 거치지 않은 짜잔의 그림은 ‘바로 당신을 위한 유일한’ 선물이 된다. 재미있는 것은 짜잔의 그림이 가끔은 짜잔 스스로의 것이 된다는 사실. 그림을 보내기 안타까워 혼자 꾸역꾸역 모아놓은 아이템도 몇 가지 있다니, 그림 그리는 정성이 어떤지 알 것도 같다.

그림에 대한 예의를 지키겠다는 고집스러움도 있다. “더 많이 팔기 위해서 마냥 웃는 얼굴을 그린다거나, 제품에 어울리도록 그림을 변형하는 일도 없다”는 말은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짜잔의 정체성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잘 팔릴 것’보다는 ‘내가 필요한 것’을 만드는 식의 아이템 선정도 그렇다. 나무로 만든 아이스크림용 스푼을 활용한 책갈피나 메시지 보드, 보기 싫은 1회용 라이터의 문구를 가려주는 역할을 하는 노끈 라이터 케이스 등은 반짝거리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들.
특히 라이터 케이스는 짜잔의 기존 제품이 진화한 경우다. 원래 라이터에 그림을 그려서 팔았던 짜잔이 라이터를 다 쓰면 그림까지 버리는 점을 아쉽게 생각하다가 지인의 아이디어를 활용해 노끈으로 라이터 케이스를 만들고 그 위에 그림을 그려 반대로 1회용 라이터를 ‘리필’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짜잔 스타일의 선물을 완성하려면, 포장이 중요하다. 샌드위치 등 다른 것을 담았던 종이봉투가 포장지 역할을 한다. “분리수거 철저, 재활용 필수!”라고 강조하는 그녀. 분명 환경문제에 의식 있는 시민 중 한 사람임이 분명한 짜잔은 거추장스럽고 화려한 포장은 절대 사절이다. 선물 자체에 이미 충분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 선물을 만드는 짜잔의 철학. 재활용한 종이봉투에 ‘짜잔스러운’ 스티커를 붙이면 포장은 끝이다. 이때 허름한 봉투를 아무 기대 없이 열어본 친구가 그림 가득한 사랑스러운 선물을 보고 놀랄 확률이 높아질 테니, 이 평범한 포장이 선사하는 대반전이 기특하기까지 한다.

일러스트레이터 짜잔이 보낸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무엇일까. “나무판에 그림을 그리고 뒤에 메시지를 적어서 매년 5월 친구 생일마다 보내고 있어요.” 매년 보냈던 그 선물을 친구가 책상 위에 하나의 컬렉션처럼 전시해 놓은 것을 보고 참 뿌듯했다고 전한다. “그 친구와의 우정이 10년째가 되면, 10개의 작품이 놓이겠죠. 생각만해도 참 기분 좋아요. 올해에도 준비 중이에요.” 그때 그때마다 친구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서 선물한다니까, 선물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나의 역사’를 친구의 시선을 빌려 그림으로 기록하는 셈이다. 굴러다니는 색연필을 쓰거나 필요한 색깔만 구입해서 그림 그리던 그녀가 우연히 생긴 공돈으로 남대문시장에서 구입해 스스로에게 선물했다는 120색 색연필 역시 짜잔이 꼽는 최고의 선물 중 하나. 짜잔 자신을 위한 선물이기도 했지만, 120색 색연필로 그린 수많은 그림은 또다시 다른 사람의 선물로 이어지고 있다.

짜잔의 마음속에서 시작된 그림이, 짜잔의 생활 속에서 필요했던 아이템들과 만나는 것. 아티스트 짜잔의 편안하고도 일상적인 작업은 그렇게 하나하나 사람의 마음을 그려간다. 짜잔 스스로를 위한 선물인 동시에, 짜잔의 그림을 쓸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작업. 그래서일까, 짜잔의 그림 속에서 ‘짜잔~!’이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