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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로서 책을 내다 조회수 15607

디자인 이론서 분야는 시각적인 작업의 텍스트화를 넘어서 텍스트의 시각적 접근을 시도하며 다른 분야의 이론서에까지 변화를 몰고 왔다.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하는 원론적인 접근은 이미 나올 만큼 다양한 시각과 새로운 접근이 시도되어 왔으며, 이제는 디자인을 위한 감성적인 접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한 해외디자인 서적의 번역은 크리에이티브한 분야다운 특성에 맞게 전문가인 디자이너가 스스로 번역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 추세다. 기획자가 나서서 번역자를 찾는 것이 아닌 디자이너 스스로가 원하는 책을 제안하는 능동적인 형태도 이제는 놀랍지 않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확실한 개념적인 기준과 근거가 필요한 이론서임에도 디자인에 대한 내용이라는 이유만으로 너무 디자인된(여기서는 미화 기능에서의 디자인) 이론서들로 인해 그 원래 목적이 흔들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디자이너의 확고한 메시지가 필요해지는 대목이다.

 

취재 | 이동숙 기자(dslee@jungle.co.kr)

 


디자인 전문서적을 번역하는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안그라픽스에 재직할 당시 동료 디자이너 김형진 씨(<영혼을 잃지 않는 디자이너 되기> 공역자)로부터 좋은 디자인 서적이 있는데 함께 번역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공교롭게도 런던에 여행을 갔을 때 눈여겨보았던 책이었다. 이런 우연이 재미있기도 했고 ‘나는 영혼을 잃지 않는 디자이너일까’라는 궁금증에서 번역 작업을 하게 되었다.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디자인 전문서적의 번역에 어떤 장단점이 있나?

디자인 전문서적뿐 아니라 전문서적에는 그 분야만의 특성, 각 분야에서만 사용하는 특정 단어나 어휘가 있다. 이런 것을 이해하고 있으면 보다 쉽고 명확한 의미 전달이 가능해진다고 생각한다.

디자인 전문서적 번역 작업을 위해서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인가?

디자이너들은 비주얼에 매우 민감하다. 내용은 읽어야 다가오지만 비주얼은 매우 짧은 순간의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책을 접하다 보면 자칫 내용을 읽지 않는 습관을 가지기 쉽다. 번역 작업은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다. 내용 중 한 구절이라도 놓치는 부분이 있어서는 안 되고 이런 과정을 여러 번 되풀이해야 정확하고 완성도 있게 그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 비주얼 중심의 사고를 하는 디자이너에게 번역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번역 작업을 위해서는 평소에도 글 읽는 습관이 필요하며,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 올바른 글쓰기에 대한 기본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추어야 한다.

최근 디자이너를 콘텐츠로 출판하는 것이 하나의 현상인데, 이 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바람직한 일인 것 같다. 한 모임에서 1980~90년대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디자인계를 발전시킨 디자이너들에 관한 기록이 너무 미비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출판이 바로 이러한 점을 바로잡는 역할을 해줄 수도 있다.
많은 창조적인 디자이너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고, 디자인을 풀어나가는지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이유가 되어 판매만을 목적으로 잠시 유행한다든지 인기를 끄는 디자이너가 잘 포장되기만 하는 것은 회의적이다.

디자이너가 책을 낸다는 것은 (편집디자이너로서가 아닌 저자, 역자, 기획자 등 메인 콘텐츠로서) 어떤 의미인가?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짧은 시간에 많은 작업을 해내야 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한 번에 여러 가지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런 과정이 지속되다 보면 책은 단순히 시각적 영감을 찾기 위한 도구로 전락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좋은 책의 내용을 찾아 읽어보고 나아가 이것을 출판까지 계획하게 되면 훨씬 더 진지하게 내용을 탐독하게 된다.
책을 내는 모든 디자이너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내게 책을 낸다는 것은 자칫 현실적 상황에 적응하여 기계처럼 디자인하는 일을 방지해주는 좋은 통로이다. 책을 진지하게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자신에 대해, 그리고 디자인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런 반성의 시간을 가지다 보면 궁극적으로는 영혼이 풍부한 디자이너가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