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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프로젝트 그룹(차이를 인정하고 소통에 도전하는 두 남자-맺음) 조회수 16102
보면 볼수록 달라도 한참 다르다. 한 사람은 사려 깊은 달변가이고 다른 한 사람은 호기심 가득한 두 눈에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가졌다. 또 보면 볼수록 이 사람이 저 사람 같고 저 사람이 이 사람 같은 이유는,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장점이고 다른 한 사람이 한 사람의 장점이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매력을 ‘소통’으로 버무린 맺음(MAEZM)의 조은환과 신태호를 만났다.

취재| 정윤희 기자(yhjung@jungle.co.kr)| 사진 스튜디오 salt

맺음을 만든 것의 8할은 편지다. 일방적인 말하기만 있는 군대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시작된 두 남자의 편지는 맺음의 첫 번째 전시 ‘Communication for Difference’로 오롯이 옮겨갔다. 이 전시에서 두 사람은 ‘내 살점을 떼어’내고, ‘글에 나의 일부를 담아’내는 과정을 섬뜩하리만치 직설적인 화법으로 보여주었다. 조은환과 신태호가 나누었던 소통과 소통의 방법으로 ‘다름을 전제로 한 소통’에 대한 맺음의 고민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맺음의 활동은 섞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각기 다른 소리로 멋진 화음을 이루며 진행해 온 프로젝트가 벌써 여덟 개. ‘제3자’와 함께 작업했던 ‘Re-Love’에서 의미를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에 대한 ‘두 개의 생각’을 전시했다면, ‘Forcing a Sale’에서는 사물 본연의 기능에 덧붙여지는 강요된 의미에 대한 사유를 ‘두 가지 방법’으로 보여주었다. 때로는 깊이 있게(‘Pipe Bath’), 가끔은 발랄하게(‘Alice Museum Project’), 또 어떤 날은 과감하게(‘Forcing a Sale’)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맺음의 바탕에는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소통이 있다.
상대의 의견에 가지를 치거나 보태기는 해도 간섭은 안 한다는 조은환. “나에게 없는 부분이 뭔지 알기 때문에 대화가 늘어날수록 본질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서로 잘 통한다기 보다는 우리 두 사람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맺음이 잘 굴러간다는 건 맺음이 지향하는 방향을 잃지 않으면서 물질적인 가치도 얻게 되는 것이죠.”
“서로의 의견에 살을 붙여 나가면서 점점 좋아지고, 방향이 잡히는 게 좋아요. 두 사람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부분에서 플러스가 되는 부분이 많죠.” 신태호는 맺음을 표현하되 여러 다른 방식을 사용하고 싶어한다.
차이 덕분에 보다 충만한 하나가 되었음에도, 맺음이 만들어내는 것은 늘 두 개 이상의 색깔을 가진다. 작품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조은환과 신태호의 함량 차이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무엇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두 사람이 맺음 아래서 합(合)해지기 보다 화(和)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은 소통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소통은 나로부터 비롯된 모든 관계이자 완전해지고 싶은 행위라고 생각해요. 상대를 알수록 나에 대해 분명해지거든요. 상대방과 완전한 일치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신중하지 못하고 조급한 편이거든요. 이런 점들을 은환 씨에게 보이면 조언을 해줘요. 어떤 부분이 충분하고 부족한지 느낄 수 있게끔 말해주죠. 그래서 제가 의지하는 편이에요.”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이 제각기 다르다고 생각하면 궁금증이 많아진다. 왜 다르고 어떻게 다를까, 왜 소통해야 하고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다름에서 비롯된 질문들은 대화를 거쳐 각각의 개체들을 맺어준다. 이러한 과정이 맺음을 만들고, 맺음의 프로젝트를 만들어왔으며 맺음의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다.
맺음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조은환은 “저에게는 배경 같은 것이기도 하고, 시간을 두고 충전해 나가는 공간이기도 해요. 언젠가 흡수력을 가졌을 때 폭발하듯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그 계기나 장소가 맺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맺음은 이 두 사람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모습으로 확장될 것이다. 앨리스 뮤지엄 프로젝트 나 리-러브(Re-Love)같은 프로젝트처럼 더 많은 사람들과 작업하면서 맺음을 표현해보고 싶다는 신태호.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진행이 되겠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않을 때 ‘다르다’는 표현을 쓰고,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났을 때 ‘틀리다’고 한다. 생각은 다를 뿐, 틀린 것이 아니다. 너와 내가 다르기 때문에 ‘맺어질 수 있는’ 것이고, 너와 내가 만나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다르다는 것부터 인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맺음이 그러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