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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희가 건네는 성냥갑 속 동물 친구들 조회수 16665

쌈지길 매치박스 매장에서 동물 액세서리들이 기지개를 펼 때쯤 고속도로로 1시간을 달려 도착한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서울에서 온 낯선 손님을 선뜻 마중 나온 7개월 된 초보운전자 안성희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듯 환한 미소를 건넨다. 자연스럽게 도란도란 이어지는 수다가 참 정겹다. 선물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뜻밖의 선물을 받은 느낌이랄까. 실실 기분 좋은 웃음꽃이 피어난다. 매치박스의 선물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취재 ㅣ 김유진 객원기자, 사진ㅣ 스튜디오 salt

마치 성냥갑을 밀어내는 것처럼 아담한 사무실 문을 열었을 때, 반짝이는 꽃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5월의 분위기를 먼저 느낄 수 있는 카네이션 모양의 버튼. “그냥 카드와 같이 내밀 수 있게 만들었어요. 꽃은 말라버려서 아쉬운데, 이건 내내 꽂고 다녀도 좋잖아요.” 초등학생들도 선생님께 쓱 내밀고 싶은 선물이기를 바란다는 이 버튼은 주로 은 소재를 사용하던 매치박스에서 처음으로 금 도금을 시도한 작업이다. 주말에 나들이 왔다가 잠깐 들러 가볍고 부담없는 선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가격은 저렴한 편이다. ‘좋은 디자인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매치박스의 궁극적인 목표. 안성희는 “작지만, 기분 좋은 것을 나누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마냥 좋다”고 말한다.

그런 마음이 매치박스의 제품을 만들어 왔는지도 모른다. 가족과 3년 동안 머물렀던 나른한 영국 생활. 안성희는 우연히 들쳐본 아이의 동화책에서 아기자기한 동물들의 실루엣을 발견한다. 이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부엌 한쪽에서 톱질을 하고 다듬어 액세서리를 만들었고, 그것을 이웃과 손님들에게 하나둘 선물했다. 동물 액세서리의 시작이었다. ‘형태보다는 컬러’라는 것을 파리의 한 디자인 박람회에서 깨닫고 은 공예 제품에 다채로움을 채색하면서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즐거움, 바라보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가벼운 선물로 시작된 매치박스의 디자인은 그렇게 성냥갑 속에서 의외의 재미를 안겨주는 아이템으로 성장한다. “선물도 작고 아무렇지 않은 게 더 소중한 것 같아요. 생각 나서 문득 건넬 수 있는 거요. 가방에서 간식거리를 꺼내 나눠먹는 것처럼. 그 소박한 마음이 중요한 거죠.” 평범해 보이는 성냥갑 포장도 다 안성희의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아이템에 비해 포장이 약하다는 말도 들었어요. 근데 이게 풋풋하잖아요.” 그래서 성냥갑도 종이 느낌을 더 살려 디자인했고 이젠 거기에 하트를 그려 넣어 메시지까지 적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안성희는 5월에 어떤 분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을까. “은사님이신 국민대학교 김승희, 전용일 교수님 그리고 장신구 쪽으로 저를 이끌어준 이신우 님께 감사 드리고 싶어요. 특히 “너는 뭔가 해낼 거라고 믿는다”던 교수님들의 말씀이 제겐 큰 선물이 되었죠.” 인생에는 그저 부피만 큰 선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마운 마음, 감사하는 마음,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이 작은 성냥갑 하나로도 선물은 충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