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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한다면, 끄덕거려주세요. 노드어헤드 조회수 16100

미디어, 가구, 조명, 제품 영역에서 하이브리드 디자인을 추구하는 노드어헤드는 대구대학교 산업디자인과 동문들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이다. 지난해 프로젝트 디자인 그룹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켰고, 올해 4월 그 본격적인 결과물로 ‘Experiment. 1’ 전을 세상에 내놓은 그들은 가치중심적 디자인에 대한 합의를 통해 다양한 형식적, 매체적 실험을 벌이고 있었다. N, O, D, A, H, E, A, D. 여기 알파벳 여덟 글자처럼 하나의 이름으로 모인 여덟 명의 프로젝트 그룹 노드어헤드를 소개한다.

취재 ㅣ 김유진 객원기자, 사진 스튜디오 salt

한 사람의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고 그 생각이 전달받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을 때, 우리는 머리를 위아래로 흔든다. nod는 끄덕거리다, 이해와 동의, 동감이 이루어지는 순간에 표현되는 행위다. 이것은 노드어헤드가 함께 모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의 작품을 본 사람들이 공감하고, 끄덕거리길 바란다는 마음은 여덟 명이 모인 그룹 이름 안에 숨 쉬고 있다.
작품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그러한 긍정의 제스처를 원한다면, 작품을 만드는 노드어헤드의 입장에서 거꾸로 생각해볼 때 노드어헤드의 작업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생산의 개념보다는 생각, 가치의 개념과 닿아 있다는 것. 그러니까 디자인을 통해 ‘물질적인 가치보다는 사물 자체의 본질적인 가치에 가깝도록’ 작업하는 것, ‘발명하기보다는 발견을 추구하는 것’이 노드어헤드의 작업을 설명하는 개념들이다.

그렇게 뜻을 모은 정민규, 공미선, 서원석, 김경렬, 권청해, 조대희, 김미나, 임채영은 같은 학교에서 똑같이 산업디자인을 공부했지만 97학번부터 04학번에 이르기까지 나이도 다르고 예비 유학생부터 제품디자이너까지 직업도, 관심사도, 역할도 다르다.
그룹 내에서 가장 고학번인 정민규는 노드어헤드의 맏형. 일상 속 편리함을 대변하는 조명의 온∙오프 스위치를, 오히려 수학문제를 풀고 입력해야만 전원을 켤 수 있는 번거로운 절차로 바꿔놓은 ‘why bother?’나 테이블 양끝에서 스트레스나 불만에 대해 소리를 지르면, 소리 크기에 따라 가운데 그래픽이 상대방 쪽으로 움직이는 ‘Just yell’ 같은 작품들을 작업했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노드어헤드에서의 작업이 가능하다는 그는, 작품에서 보여지듯 사람과 일상, 삶에 대한 생각을 작품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그는 노드어헤드의 이념을 정립했으니깐 이런 그의 생각들은 노드어헤드 전체의 작업 철학과 개념을 대변한다 할 수 있다.

노드어헤드의 디렉터인 공미선은 심리적인 혹은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진지하고 우직하게 끌어나간다. 속마음을 써내려 간 종이를 파쇄기에 넣거나 그렇게 분쇄된 종이를 아교로 압축하여 작은 화분을 만든다. 그녀는 사람 마음속을 어루만지는 작업을 한다. “정적인 작업들이 많아서 활동적인 다른 멤버들과 부딪힐 것 같은데 이상하게 그것이 긍정적인 재미로 다가온다”는 공미선은 오히려 그것이 다양한 표현방법이 되기 때문에 즐겁다고 한다.
서원석은 노드어헤드의 프로듀서 격이다. 전시 경험도 많고 조대희, 권청해와 ‘oneplusz’라는 프로젝트 그룹에도 소속되어 있다 보니 실무를 많이 조율한다. 정민규에 의하면 실질적인 대장인 셈. 노드어헤드가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자리를 잡고 실질적인 퍼포먼스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서원석의 공이라고. “디자인으로 같이 놀아보자”는 그의 생각은 노드어헤드에서 ‘즐거움’이라는 키워드를 담당하는 한 축이다.

그런 유쾌함에는 김경렬도 뒤지지 않는다. ‘디자인계의 개그맨’을 추구하는 그는 자신의 옷가지로 만든 편안하면서도 게으른 의자 ‘He's chair’를 만들었다. 빨간 셔츠를 입고 사진촬영 내내 재미를 선사한 그는 작품에 자기 옷을 몽땅 넣어두었다가 이른 봄부터 반팔을 입고 다녀야 했던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전했다. 폭력, 상처, 욕망 등 일상 속에 넣기에 다소 과격한 개념들을 자연스럽게 접목한 권청해는 제품디자이너로서 비주얼뿐 아니라 재료나 소재에 대한 연구를 하는 멤버다.
바위 모양의 큰 지우개를 그때그때 잘라가면서 사용하게 만든 ‘Rock Eraser’의 조대희는 관찰과 무의식적 행위에 작업의 끈을 쥐고 있다. 작고 잃어버리기 쉬운 일상 속 지우개를 거대한 바위로 재현한 점도 새롭지만, 잘라서 사용할 때마다 조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어 재미있다. 김미영과 임채영은 노드어헤드의 상큼한 막내들이다. 각각 리디자인, 일상 속 사소한 아이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은 아직 대학교 4학년생이지만 선배들은 그들에게서 가능성을 보았다.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같이하는 후배들을 만나기 위해 주변 친구들에게 추천받아 선택한 멤버들이다.

각각 다른 개성은 여러 방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 사람에 대한 관심, 삶에 대한 생각,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다시 바라보는 것을 작업의 축으로 삼고 있는 노드어헤드는 사람과 삶에 대한 고민을 어떻게 해소하고, 해결하고, 치유하느냐에 대한 대답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것이 사회를 흔들 만한 거대담론을 형성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개선과 회복의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작업들은 일상에 대한 여덟 가지 버전의 대답이다.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고민거리나 문제들은 수학 문제처럼 딱 하나의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노드어헤드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된 그들의 작품을 보면서 끄덕거리게 되는 것은 아마도 여덟 명이 만드는 여덟 개의 답, 그 자체만으로도 공감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