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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과의 매개 공간을 만들어라 조회수 16074

대중 혹은 소비자로 일컬을 수 있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디자인을 어필하는 방법 중 하나는 적극적으로 만남의 지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것은 무형의 온라인 공간이 될 수도, 다양한 목적을 가진 오프라인 공간이 될 수도 있다. 핵심은 이러한 공간이 보다 다수의 사용자들과 직접적인 피드백을 나누는 적극적인 접근 방법이라는 것이다.

에디터ㅣ 김유진, 사진ㅣ 스튜디오 salt

 


대중 혹은 소비자로 일컬을 수 있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디자인을 어필하는 방법 중 하나는 적극적으로 만남의 지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것은 무형의 온라인 공간이 될 수도, 다양한 목적을 가진 오프라인 공간이 될 수도 있다. 핵심은 이러한 공간이 보다 다수의 사용자들과 직접적인 피드백을 나누는 적극적인 접근 방법이라는 것이다.

에디터ㅣ 김유진, 사진ㅣ 스튜디오 salt

어느 순간 문화와 예술,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개개인의 취향을 대변하는 대상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디자이너 브랜드 혹은 디자인 제품에 대한 선호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이 분야에 대한 고정적인 수요층이 있음을 증명하기도 한다. 디자이너가 소비자와 만나는 지점 혹은 공간들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이런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물론 홍보나 판매 자체만으로 목적이 되진 않는다. 이런 장소들은 디자이너들이 갈망하는 직접적인 소통, 그리고 영감의 장으로도 의미를 가진다.

2007년 12월에 첫발을 디딘 신생 디자인 듀오 스튜디오 ‘더’의 경우는 온라인 공간과 프리마켓을 그 지점으로 활용한 경우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순수회화와 남의 이야기를 해야하는 디자인 사이에서 고민했다”는 아트디렉터 겸 일러스트레이터 이민혜와 백두리는 그 대안을 대중들과의 소통으로 삼았다. 시작은 온라인 공간(www.d-er.co.kr)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판매 공간의 개념 보다는 작업의 이야기와 작업의 진정성까지 공감하며 작품을 구매하도록 의도했다”는 사실이다.
온라인 숍 특유의 메뉴 배열과 다르게, 사이트 전면부터 스튜디오 더의 작업 분위기를 느끼도록 디자인한 사이트는 그래서 인상적이다. 스튜디오 더가 공략한 또 다른 방법은 프리마켓. 소비자들과 대면하고 그 반응을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을 큰 장점으로 꼽는다. 앞으로 상암동 ‘서울디자인 창작스튜디오’에 입점하게 된다는 스튜디오 더는 그곳에서 디자이너간의 교류를 꿈꾸면서도, ‘스튜디오 더’의 이름을 내건 전시 등을 통해 대중들과의 만남을 확장시킬 계획이다.

이들처럼 전시를 염두에 두고 있는 디자이너들에게 지난 3월 오픈한 닭똥집디자인의 문화 공간 ‘1000에 60’은 매우 유용한 존재다. 전시를 통해 대중들과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마련되는 장소이기 때문. 전시에서는 디자이너의 아트웍이나 그림 등을 감상하거나 구입할 수 있다. 물론 전시장 한 켠에 꾸며진 아트숍에서는 이미 상품화된 디자이너의 제품들도 만나게 된다. 그저 단순한 전시공간도, 판매만을 위한 숍도 아닌 이 곳의 장점은 디자이너가 또 다른 창작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장소라는 것. 닭똥집 디자인의 디자이너 쑨이 이야기하듯 이 곳은 “디자이너에게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다”.
아무래도 디자인 문구회사에 소속돼 있다 보면, 상업적이거나 트렌디한 그림을 그려야 할 때가 많다 보니, 평소에 디자이너가 원하는 작업을 상품 제작 시 그대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전시는 제품에서 표현하지 못한 디자이너가 ‘작가로서의 창작욕’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공간을 오픈한 닭똥집 디자이너 T9는 그 밖에도 여러 장점을 꼽았다. 전시를 준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아이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또 전시에 참여한 다양한 디자이너들과 인맥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시를 기획할 때는 ‘관객 참여도’에 신경을 쓰는데, 결국 이런 의도들은 디자이너들이 그토록 갈망하는 대중과의 직접적인 소통으로 연결된다. 최근 끝마친 ‘전당포전’을 예로 들면 집에 있는 물건들을 가져와서 전시에 참여하도록 했던 컨셉트가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처음에는 전시만 보러 들렀다가도, 전시 기획에 맞게 집에서 쓰던 물건들을 가져와 전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는 것. 이렇게 흥미를 느끼게 된 관객들은 전시가 있건 없건 공간에 들리는 ‘단골 손님’이 되기도 한다.
한편, 닭똥집 소속 디자이너 이치는 “결국 이런 공간이 디자이너 개개인의 개성을 살려준다”고 말한다. 누가 디자인했는지를 명기하는 닭똥집 디자인의 방침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특정디자이너의 ‘팬’이 되게끔 하고, 전시를 통해서도 디자이너 개개인의 작품이 드러나기 때문에 반응이 더 즉각적으로 온다는 것이다.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디자인 브랜드 특유의 독창성을 유지하는 데에는 디자이너에게건, 소비자에게건 ‘1000의 60’과 같은 공간의 활용도가 높아 보인다.

해외 디자인 전시나, 디자인 리빙 페어를 소비자와의 접점으로 삼은 곳도 있다. 바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회사인 ‘레드 클라우디’. 빨간 구름 모양의 로고와 다이어리 커버로 문구업계에서 유명세를 탄 레드 클라우디는 알려진 대로 문구류를 제작하지만, 광고 기획과 프로모션 상품 기획 역시 중요한 업무라고 한다. LG전자, 국순당, 신한카드 등 대기업들을 클라이언트로 두고 있는 이 알짜 회사는 주로 후자에서 번 돈을 문구류 개발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바쁜 업무 중에도 매년 최소 한번씩 전시에 참여한다.
레드 클라우디에게 전시가 갖는 의미는 주미정 실장이 언급한대로 “일종의 성적표 같은 것”이다. 전시를 통해서 홍보도 하지만, 제품의 퀄리티를 많은 소비자 혹은 바이어들에게 직접적으로 평가 받는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해외 전시에 참여했을 때는 한국 제품을 알리는 자부심이 남다르게 느껴졌다고. 덤으로 얻는 것은 클라이언트들의 관심이다. 결국 레드 클라우디가 전시를 통해 얻는 것은, 각각 다른 방향으로 향해있는 두 고객-광고 클라이언트와 문구류 제품의 소비자-과의 교류다.

그런가 하면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명한 ‘델로스’의 경우도 빼놓을 수 없다. 스위트 롤이라는 롤케잌 전문점에 델로스의 아트 디렉팅이 결합했다. 일산점, 대구점 등을 비롯해 오픈 예정인 숍까지 총 6개의 체인점을 가지고 있는 스위트 롤에는 모두 그의 아트디렉팅이 반영된다. 이 중 주목할만한 곳은 이대점. 아예 ‘델로스 숍’이라고 이름 붙인 스위트 롤 이대점에는 델로스의 작업 공간이 주방 안쪽에 마련되어있다.
델로스 외의 몇몇 작가들의 작품을 팔기도 하고, 전시도 가능하도록 꾸며져 있다. 일종의 콜라보레이션의 형태인데, 롤케잌이라는 디자인과는 다른 아이템으로 이 곳을 찾는 손님까지 더해져, 디자인 제품에 관심이 없었던 고객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델로스는 “큐리어스 조지나 와치필드, 미피 등 유명 캐릭터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카페 등 상업공간과 작업실, 뮤지엄 등이 결합해왔다.”고 소개하며, “캐릭터와 디자인 그리고 자본이 만난다면 이런 사례들이 점차 많아질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상했다.
그의 언급처럼 아직도 디자인과 공간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은 끊임없이 진화할 지도 모른다. 여기에는 디자이너가 생산한 다양한 제품, 캐릭터, 혹은 아트웍 등이 대중들, 소비자들과 결합하고자 하는 시도와 욕구가 숨어있다. 어떤 디자이너든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꿈꾸고, 그 디자인이 함께 공유되길 꿈꾼다. 작가적 관점에서 제품과 거리가 먼 순수한 창작욕 그 자체를 펼치고 싶어하기도 한다. 스스로를 홍보하고 알리는 역할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로서 한발 더 성장해나갈 수 있는 발판으로 소비자와의 매개 공간은 더욱 의미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