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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디자이너의 역사를 이어가다 _폰트 디자이너 이용제 조회수 16807
폰트 디자이너 이용제가 한글 디자인이라는 한 우물을 묵묵히 판지 10여 년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할 시간이라더니, 협소했던 한글 디자인 시장에도 꽤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그 긴 시간을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관통해온 디자이너 이용제는, 지금 다시 ‘한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할 때라고 말한다.

에디터 | 이상현 (shlee@jungle.co.kr)
사진 | 스튜디오 salt


한글 디자인은 근래에 들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디지털 폰트 사용이 늘어나면서, 한글꼴 디자인 시장이 급 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 이제 사람들은 원하는 글꼴을 직접 선택해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블로그 포스팅을 작성하는 시대를 산다. 무엇보다 돈을 지불해서 폰트를 구입한다는, 전에 없던 대중의 인식 변화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그 뿐만이 아니다. 현대카드, 태평양 등 대기업과 전라북도, 서울시 등 자체단체의 고유 서체 개발이 한글 디자인 개발에 동력을 싣고 있고, 광고와 영화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속에서 급증한 캘리그래피도 한글의 아름다움을 감성적으로 대중에 널리 소구하고 있으며,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을 선두로 한글 디자인 소스가 사용된 다양한 제품이 출시, 큰 호응을 얻으면서 대중적 관심을 ‘붐업’시켰다는 평가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해야 했던 한글꼴 디자이너 이용제는 이 다급한 변화에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할 터. 대학시절부터 현재까지 10여 년, 남들은 그 가치를 몰라줬어도 한글 디자인이라는 한 우물을 묵묵히 파왔던 그이기에 이러한 변화가 갈증을 씻어줄 단비처럼 느껴질까.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92학번인 이용제는 한글 디자이너 1세대인 안상수, 한재준 교수의 한글 디자인 수업을 통해 한글꼴 디자인의 남다른 매력에 이끌렸다고 한다. 소모임 활동을 이어가며 흥미와 관심을 키워나갔던 그는 자연스럽게 이를 업으로 삼을 결심을 했다.

졸업 후 굴지의 디자인 에이전시에 취업하는 대신, 1인 회사인 ‘한글디자인연구소’를 창업했다. 하지만 협소한 시장 상황에 부딪치며 5년 만에 폐업했다. 2004년 다시, 글꼴 디자인 사무소 ‘활자공간’을 열고 현재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진행해왔다. 가로쓰기용 돋움체, 최초의 세로쓰기 전용서체 ‘꽃길’, 태평양 아모레퍼시픽의 전용서체 ‘아리따’ 등이 바로 그의 손에서 탄생한 대표적 서체들이다(아리따 체는 안상수, 한재준, 안그라픽스와 공동작업이다). 새로운 서체를 개발하는데 6개월에서 길게는 2년 이상의 작업 시간이 소요되니, 10여 년 세월이 훌쩍 흘렀을 것이다.


한글 디자인 개발에 있어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는 “해당 서체가 누구에 의해, 어디서,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느냐”는 점이다. 제 아무리 뛰어난 조형미와 가독성의 글꼴이라도 용도와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훌륭한 서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웹과 모바일의 서체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는 가운데, 너무 ‘팬시’한 폰트가 범람하고 있지 않냐는 기자의 우려에 대해서도, 이용제는 상관없다는 듯 편안히 웃는다. “웹과 모바일의 다소 ‘팬시’한 느낌의 폰트는 일반적인 서체가 담아낼 수 없는, 해당 환경에 어울리는 가볍고 친근한 정서를 표현한다. 만약 궁서체로 MMS를 작성한다면, 명조체로 블로그 방명록에 안부 글을 남긴다면 어떨지 상상해보라.” 가독성을 이유로 가로쓰기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아직 책이나 간판 등에서 세로쓰기가 사용된다며 시장성이 협소함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세로쓰기 전용서체 ‘꽃길’을 개발한 것도 그 쓰임에 정확한 서체를 개발하고 싶다는 그의 의지를 반영한다.


따라서 이용제는 아직 할 일이 많다. 우리 생활에서 한글이 쓰이지 않는 곳이 거의 없으니, 각각 용도와 상황, 시대에 걸 맞는 서체 개발은 아마 끝도 없을 것이다. 새로운 서체 개발과 더불어 그는 그간 한글 디자인과 관련한 워크샵, 심포지엄, 전시 등 다양한 행사와 모임을 통해 한글 디자인의 담론 형성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한글 디자인의 토대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한글타이포그래피학회, 한글폰트협회 등을 구성하여 한글 디자인에 대해 깊은 이해와 학습을 유도하고, 당면 문제와 걸림돌을 짚어나가며 대안을 모색할 복안이다. 개인적으로 홍대 앞에 타이포그래피 카페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글 타이포의, 한글 타이포에 의한, 한글 타이포를 위한 카페라는 설명이다. 다양한 관련 서적을 배치, 전시를 개최하고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한글의 아름다움에 대해 물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예술이 선(善)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것은 착하다. 한 나라의 임금과 신하들이 모여 미혹한 백성들을 위해 지었다는 착한 글씨, 한글은 이미 그 자체로 정신적인 아름다움이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아름다운 한글 디자인의 덕목에 공공성이 빠질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