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수 등록 마감까지 남은 시간은?

DAY

:
:
수강 신청하기
로그인

|

내 강의실

|

마이페이지

그린채널

공지사항 게시글 보기 : 번호, 제목, 조회수, 작성일 등 정보제공
굿 디자인은 자전거이다. 조회수 15172
<지구를 살리는 일곱 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이라는 책에서 존 라이언은 다음과 같이 자전거 예찬을 늘어놓는다.
“내가 자전거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자전거는 경제적이고 건강에도 좋다. 특히 자전거는 세상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지구를 살리는 불가사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중략) 자전거는 화석연료나 석유가 아닌 탄수화물을 연료로 사용한다. 또한 자전거는 교통혼잡을 일으키지도 않으며, 정부예산을 들여 도로를 내고 포장할 필요도 없다.”
한때 자동차 붐으로 일상에서 밀려난 자전거가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쫄바지’를 입고 줄줄이 자전거를 타는 무리를 자주 보게 된다.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는 윤호섭 교수는 수업 첫날이면 꼭 자전거를 타고 강의실로 들어가곤 하셨단다. 그것도 방진복과 방진마스크를 쓰고. 도시의 공해에 대한 일종의 시위라고 한다. 건강을 위해서든, 환경을 위해서든 자전거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자전거를 보면 마르셀 브로이어의 스틸 튜브 의자에서 느끼는 매력, 즉 구조가 곧 형태인 명쾌함을 발견하게 된다. 군더더기 없는 것의 미학에다가 육체와 기계가 한 몸을 이루면서 전진하는 모습은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어쩌면 자전거 자체보다는 자전거를 타는 것이 굿(디자인)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에는 자전거 종류도 많아져서 전통적인 형태의 자전거로만 상상하기 어려워졌다. 브롬튼(Brompton)과 같은 명품 자전거도 있고, 산 속을 누비는 MTB가 있는가 하면, 지난 달 ‘세계 차 없는 날’에 청와대에 등장한 ‘MB 자전거’도 있다. 딱히 어떤 자전거를 지정하기 보다는 이른바 ‘자전거 일보’가 구독을 조건으로 보급하는 불손한 자전거만 뺀다면, 모든 자전거는 ‘굿’이라고 평하고 싶다. (그러면서도 나는 정작 그런 자전거를 연중행사처럼 타고 있다.)

영국의 작가 H. G. 웰스는 이런 표현을 했다고 한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가는 어른을 볼 때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진다.”라고.

* 김상규는 한가람 디자인미술관 큐레이터, 커뮤니티디자인연구소 소장을 거쳐 현재 (재)한국디자인문화재단 사무국장으로 역임 중이다. 그는 여러 지면을 통해 디자인에 대한 남다른 사유의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