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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디자인은 '삶에 있어 효율적이며 개성있는 스타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 이다. 조회수 15830
바쁜 일상 속 매일같이 점심메뉴를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 점심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효율적인 해결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사람마다 우선 순위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몸에 좋은 먹을거리를 생각해야 하고, 이왕이면 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야 하며, 여기에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건강하고 내실있는 삶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라면 직접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매일매일 비싼 돈을 지불해가면서 인공조미료가 잔뜩 들어간 음식을 사먹기보다는 조금 번거로워도 건강을 위해, 불필요한 지출을 막기 위해 직접 싸가지고 다니는 점심 도시락은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다.
주말마다 자투리 시간을 투자하여 한 주일의 먹을거리를 계획하고 신선한 식재료를 구입, 손질하면서 점심 도시락을 쌀 수 있도록 준비하는 삶을 시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처럼 건강하고 내실있는 삶에 대한 결심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나름 특별한 아이템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디자인이 잘된 도시락통이다.
세상에는 모양과 색상, 크기와 구조가 다른 다양한 도시락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모든 도시락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는 먹고 난 뒤 빈 도시락통을 가지고 돌아올 때의 번거로움이다. 가지고 갈 때야 점심 끼니를 해결해 줄 기대로 기꺼이 그 무게와 부피를 감당한다 하더라도 먹고 난 후에도 여전히 같은 부피가 존재하는 빈 도시락통은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 여기에 저녁 약속이라도 생긴다면 빈 도시락통은 그야말로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다. 사무실에 두고 가자니 다음날 점심을 싸오기 힘들어지고, 들고 다니자니 귀찮은 건 차치하고라도 남들에게 보여질 모습이 신경 쓰인다. 외모와 스타일에 민감한 젊은 세대라면 바로 이 점이 끔찍하게 느껴져 어렵게 결심한 도시락 싸기를 포기할 수도 있다. 변변치 못한 도시락통 하나 때문에 이 모든 결심을 그르치거나 갈등하는 삶이 반복될 수 있다.

그러나 도시락으로 인해 비롯된 모든 문제는 도시락으로 해결할 수 있다. 문제가 있는 곳에 해결책이 있다는 삶의 진리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디자인이 잘된 도시락통 하나쯤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하다. 그렇다면 과연 디자인이 잘 된 도시락통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여기에 있다. 내용물이 없을 때는 도시락의 부피를 간결하게 줄일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부피가 작은 도시락통을 찾아야 하니 보온 도시락은 포기하는 것이 좋다. 도시락을 쌀 때는 밥통과 반찬통이 따로여도 먹고 난 후에는 큰 통 안에 작은 통이 들어가도록 되어있는 도시락통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도시락이 가지고 있는 최초의 부피는 어쩔 수 없다. 이것은 정말 어쩔 수가 없는 것일까.

조그마한 살림집 한 채 정도의 규모를 지닌 ‘북촌생활사박물관’. 우연한 기회에 방문을 하게 된 이 곳에서 나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디자인의 도시락통을 만났다. 얄팍한 참고서 한 권 크기의 ‘양은 도시락통’은 높이를 만들어 줄 4개의 ‘벽’이 조립식으로 되어 있었다. 사용할 때는 4개의 벽을 세워 내용물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먹고 난 후에는 벽을 뉘여 도시락의 높이를 4분의 1 정도로 줄일 수 있는, 너무도 명쾌하게 그간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도시락통이었다.
1센티미터가 조금 넘는 정도의 납작한 도시락통이라면 노트북 가방 안에 넣어도 전혀 티가 나지 않을 것이다. 도시락으로 인해 삶의 스타일이 구질구질해 보일 것을 걱정하지 않아서 좋을 뿐만 아니라, 효율적이며 자신감 넘치는 자신만의 개성있는 삶의 시스템을 자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도시락을 생각해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그의 디자인은 도시락으로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돌보려는 사람들에게 효율적인 삶의 시스템을 제공하며 세련된 삶의 스타일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가 정식으로 디자인을 공부한 적이 있든지 없든지 간에 그의 도시락에 굿 디자인 마크를 붙여주고 싶다.


*이나미는 홍대 시각디자인과 3년 재학중 일러스트레이션에 뜻을 두고 미국으로 건너가 Art Center College of Design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컨설턴트로 일했으며, 1995년 초 편집기획회사 ‘스튜디오 바프(studio BAF)’를 설립하여 ‘책’을 주제 혹은 소재로 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