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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디자인은 '메시지'이다. 조회수 15636
굿 디자인은 너무 많다. 특히 요즘처럼 디자인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개인의 철학과 취향에 따라 굿 디자인은 백인백색(百人百色)일 것이고, 개인의 취향이란 것도 한가지로만 국한 되지 않을 수 있으니, 개인이 생각하는 굿 디자인 역시도 다양할 것이다. 나에게 ‘굿 디자인 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잠깐이나마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편집디자인 분야에는 너무나 좋은 디자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스타일이 아주 매력적이거나, 반짝반짝 총기 있는 아이디어가 나를 즐겁게 하거나, 사용한 재료나 특수 인쇄기법 등의 후 가공이 멋져 꼭 품에 놓고 싶거나 하는 등등 말이다.
머리를 스쳐간 많은 디자인 화두들 중 마지막으로 내게 가장 큰 가치로 남아 생각을 정리하게 해 준 것은 ‘메시지’였다. 그래픽디자인을 바라 볼 수 있는 방법은 조형예술의 관점, 커뮤니케이션의 관점, 마케팅의 관점 등 다양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디자인의 가치 중 나에게 가장 큰 의미를 주는 것은 디자인의 사회적 의미와 메시지이다. 이 같은 가치를 잘 표현한 작업 중 하나로 베네통이 제작한 출판디자인물들을 꼽을 수 있겠다.
〈COLORS〉라는 무크지 형태의 잡지나 특별판 형식으로 제작되는 이슈들은 디자이너들뿐만 아니라 모든 독자들의 눈과 생각을 사로 잡기에 충분하다. 10여 년 이상 책상 옆 책꽂이에서 나의 호감을 사로잡고 있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좋은 디자인이란 화장을 짙게 하지 않은 디자인, 의미를 담는 디자인이라는 개인적인 디자인 철학을 가지고 있다. 베네통의 출판물에서는 내가 말하는 ‘화장’이라는 의미의 꾸밈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그래픽 디자인의 가장 기본 요소인 그림과 글자만으로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8호 주제는 ‘Oh God! -religion special-’, 48호는 ‘School’, 61호는 ‘Fans’ 등 단 한가지 주제를 호소력 가득한 사진과 이미지로 구성하고 있다. 내용을 극대화 시키는 의미전달 매체로서의 타이포그래픽 표현,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과감함을 잃지 않는 디자인 레이아웃과 사진의 사용은 그래픽 디자인의 교과서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1990년대 초반에 시작된 이 같은 대담한 디자인 접근 방법은 요즘 기업의 애뉴얼 리포트나 브로슈어, 매거진 등의 디자인 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특히 세계의 화약고라 불리는 중동 사람들을 주제로 다룬 ‘Enemies(적들)’라는 특별판을 보자. 언제나 그렇듯이, 표지치고는 파격적인 남녀의 키스 장면으로 시작한다. 충격적 이미지 메시지를 화두로 던지는 베네통 출판물의 스타일 아이덴티티가 잘 드러난다. 내용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친구들, 유태인과 아랍인 부부 등의 이야기를 정제된 타이포그래피와 사진으로 표현하여 “과연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적대의 대상’ 이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 커뮤니케이션기법으로 말이다. 이 책을 덮고 나면 키스하는 장면의 표지 이미지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느끼게 된다. 세상을 ‘나’와 ‘적’으로 나누어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던 우리의 고정관념에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그래서인지 그 메시지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유행과 스타일은 변하지만, 생각과 메시지는 변하지 않는다. 나는 변하지 않는 가치에 굿 디자인의 의미를 부여한다. 겉 스타일이 먼저 드러나 눈을 현혹시키는 디자인보다는 메시지 안에 스타일이 녹아 있는 디자인이 개인적으로는 훨씬 매력적이다. 최근에 발간된 〈COLORS〉74호의 주제는 ‘Victims(피해자들)’ 이다. 중국 쓰촨성 대지진의 피해 어린이가 표지로 등장한다. 우리에게 이야기를 걸어 올 것만 같아 흥미진진하고 설렌다.


*김성학은 (주)I&I에의 아트디렉터로 그래픽디자인에서 멀티미디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디자인을 기획하고, 참여했다. 현재 뜻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모여 설립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전문회사 THE-D의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