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화려미’라는 것이 있지만 절제된 양식을 선호하는 편이다. 디자인을 할 때에도 무엇을 더할까 보다는 무엇을 뺄까를 더 고민하곤 한다. 하물며 바닷가에서 조개 껍질을 줍더라도 크고, 뚜렷하고, 선명한 것 보다는 물살과 바람 때문에 희미해진 것에 손이 간다. 그것은 갯강구도 모를 시간과 무수했던 사건을 통해서, 예측불허의 모습으로 남겨졌기 때문이다.
사람이 옷을 입은 것이 아니라 마치 옷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유럽의 한 디자이너의 이 작업들에서도 진지하게 들인 시간이 느껴진다. 사각의 검은 면 아래 감춘 것, 과감하게 지운 것, 애써 남기고, 드러내놓은 결과가 음울하면서도 신선하다. 심지어
어떻게 만든 것인지 궁금하게까지 만드는 이 옷들은, 학생의 졸업작품(!)이 응당 갖춰야 할 독창성이 돋보이면서도 만만치 않은 사유와 뚜렷한 비전을 느끼게 한다. |
내면의 성찰을 작업으로 형상화 하는 일이 디자이너의 덕목이라고 한다면, 이것이 바로 떳떳하고 비범하게 드러낸 한 예라고 생각한다. 화려하지 않아도 눈에 띄고, 단순하지만 새롭고, 보이지 않지만 느껴진다는 점에서 말이다.
*허유는 이탈리아에서 의상 디자인을 전공하고 서울에 돌아온 삼청동의 한 조용한 골목에서, ‘lamb’이라는 조용한 부티크를 열고, 조용한 옷을 짓고 있다. 패션을 바라보는 사려 깊은 태도로 'GQ Korea'와 'Bazzar Korea' 등 국내 패션지에서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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