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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 가득한 캐릭터로 행복 바이러스를 퍼트리다, 함준서 조회수 15228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너무 뻔해서 왠지 거짓말 같은 말이 있다. 하지만 광고 애니메이션 감독 함준서의 여정을 지켜보면서 이 말이 아직 유효한 사실임을 깨닫는다.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며 유학길에 올랐고, 제 개성과 역량을 인정하고 든든하게 지원해주는 회사를 만났고, 최근에는 당당히 첫 감독 작품을 세상에 선보인 남자 함준서. 굳은 의지로 활짝 열린 그의 여정을 따라가본다.

에디터 | 이상현(shlee@jungle.co.kr)

 

예술학을 전공하고, 애니메이션 관련 대학으로 유학을 떠난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면
그전부터 막연하게 컴퓨터 그래픽, 만화 또는 영상 관련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인생을 너무 느긋하게 생각했었는지 일단 예술을 전반적으로 알아보자는 심정으로 홍익대학교 예술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에서 이런저런 경험을 하면서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구체화할 수 있었고, 이를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유학길에 올랐다. 입학한 칼아츠(CalArts • 캘리포니아예술학교)에는 크게 캐릭터 애니메이션과 실험 애니메이션으로 전공이 분리되어 있었는데, 보다 폭넓게 공부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후자를 택했다. 돌이켜보면 기대한 만큼 칼아츠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고 자부한다. 졸업식에서 들은 말-당신이 어떤 작업을 하는가를 돈이나 클라이언트가 정하도록 하지 말고,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한다-이 칼아츠의 성격을 충분히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말하는 칼아츠의 교육, 즉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교육’을 십분 경험했다.

취업 과정이 궁금하다
졸업이 가까워 졌을 무렵, 학교 구인 게시판에서 한 구인광고를 보았다. 벤트 이미지 랩(Bent Image Lab)이라는 회사에서 특이하게도 ‘애니메이션 디렉터(Animation Director)’를 뽑는다는 내용이었다. 감독을 찾는 구인광고는 거의 본 적이 없었기에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무작정 지원했다. 사실 취업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래 가지고 있던 개인 홈페이지를 보여주는 게 포트폴리오의 전부였다. 하지만 “졸업작품이 나오면, DVD로 만들어 보내주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단, 영어 멘토에게 부탁해서 커버레터(Cover letter)를 그럴 듯하게 썼다.


어떤 점이 본인을 어필했다고 생각하는가
캐릭터 디자인이 독특하다고 하더라. 크리에이티브를 가장 높게 평가해주었다. 영상디자인 회사에서 인재를 뽑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테크닉이 훌륭한 사람. 물론 이 두 가지가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며 둘 다 잘하는 사람이 최선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고 싶어하면서도 테크닉과 툴을 중심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된다. 이렇게 준비한 사람이 여러모로 취업에 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입사한 사람이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기회를 얻기가 어렵다. 본인이 크리에이티브한 디자인을 하길 원한다면, 처음에는 조금 어렵더라도 그와 같은 방향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이다.

현재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벤트 이미지 랩은 주로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광고 및 뮤직비디오 작업을 하는 회사다. 특히 믹스드 미디어(mixed-media) 애니메이션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 강점이 있다. 이 곳에서 나는 개인 디자인 스타일 개발과 이를 이용한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을 하고 있다. 회사는 내가 광고 감독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는데, 그 덕에 최근 감독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을 발표했다. 트라이벌 DDB(Tribal DDB)라는 광고 에이전시와 함께 만든 캐나다 우유협회(BC Dairy) 광고로, 다소 엽기적인 스타일의 8개 시리즈 광고 중 하나를 감독했다. 나머지 7개가 모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지만 내 작품은 캐릭터를 CG로 제작, 스톱모션과 컴퓨터그래픽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분위기를 나타내도록 연출해 호응을 얻었다.


한국인으로서 취업과 재직의 어려움이 있다면
가장 큰 관건은 비자문제다. 같은 학교를 졸업했더라도 미국 시민권 또는 영주권을 가진 한국인이 커리어를 쌓기가 훨씬 쉽다. 최근에는 경기가 안좋아지면서 한국인의 현지 취업비율이 많이 떨어졌다고 들었다.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에도 한국 사람은 나 혼자다. 그러나 한국 사람으로서의 특별한 강점이나 약점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입사 초기에는 적응에 다소간 어려움이 있었는데, 무엇보다 부족한 영어 실력과 소심한 성격이 문제였다. 원만한 성격과 좋은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동료와 상사들과는 어떻게든 대화하며 잘 지내는 편이지만, 아직도 클라이언트와의 ‘전화 회의’가 있으면 영어 때문에 너무 긴장이 된다.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나만의 스타일을 갖는 영상 작업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물론 금전적인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단편 애니메이션’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결론에, 광고업계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그리고 반드시 감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일단 어떤 형태로든 감독이 ‘되는 것’까지는 왔다. 앞으로 감독 또는 디자이너로서 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