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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도' 멀티플레이어를 꿈꾸다, 오숙영 조회수 15158

프랑스 광고계에는 ‘360도’라는 표현이 있다. TV에서 시작된 광고가 웹이나 옥외광고로 이어지는 등 다양한 매체가 서로 영향을 미치는 관계를 의미한다. 오숙영이 아트디렉터로 근무중인 글로벌 광고 & 마케팅 회사 하바스(Havas)도 여러 매체의 광고를 두루 섭렵하고 있는 360도 회사다. 아디다스, 리바이스, 맥도날드 등 이름 짜한 기업들의 광고를 맡고 있는 하바스에서 그녀는 ‘360도’로 남다른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에디터 | 정윤희(yhjung@jungle.co.kr)

오숙영이 하바스에 둥지를 틀고 아트디렉터로 날아오르기까지의 여정은 길고도 험했다. 한국에서 환경조각을 전공하며 순수미술에 대한 꿈을 키웠지만 표현 매체에 대한 고민은 사진과 멀티미디어로 눈을 돌리게 했다. 대학원에서 멀티미디어 과정을 공부하던 중 유학을 결심하고 그르노블 보쟈르에 편입했지만 여기서도 순수미술의 한계를 느끼게 됐다. 우연히 시각디자이너 미할 바토리(Michal Batory)의 작품을 접하게 되면서 디자이너도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바탕으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표현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다시 한번 편입을 결심한 그녀는 스트라스부르그 고등 장식 미술학교로 학적을 옮겨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면서 비로소 원하던 것을 찾을 수 있었다.

학교를 바꾸는 동안 디자인을 전공하는 한국인 유학생은 그녀뿐이어서 늘 ‘외국인’으로 지낼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노동허가증을 받기까지의 과정은 외국인으로서 취업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 발급 절차가 까다로워 프랑스의 회사들은 노동허가증이 있는 사람을 먼저 찾았다. 그녀를 채용한 하바스는 드물게 한국인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지만 아직까지 프랑스에서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나 평가가 높지 않은 것도 넘어야 할 산 중에 하나였다. 프랑스에서 일자리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는 직업소개소에서도 괜찮은 직장을 얻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인터넷을 뒤지고 채용 공고가 나지 않은 회사에도 포트폴리오를 보내면서 취업에 성공한 곳이 하바스다. 오숙영은 웹디자인과 모션그래픽을 다루는 디지털부서에서 아트디렉터로 광고 비주얼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카피라이터, 프로젝트 매니저, 어카운트 매니저와 회의를 한 뒤 클라이언트의 승인이 떨어지면 프로젝트 매니저가 기획한 일정에 맞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팀 구성원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한국에서처럼 열심히 하면 자연스레 실력을 인정받아 더 좋은 기회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프랑스에서는 중요한 프로젝트 팀을 만들 때 실력이 우수한 사람들로 구성하기보다 인맥에 따라 구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번의 실수는 곧 낙오를 의미했고, 다시 만회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오숙영은 그저 열심히 일하는 것도 좋지만 적극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제 그녀의 목표는 개인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다. 하바스에 적응하느라 좀처럼 개인 작업을 할 기회가 없어 자신만의 작업을 할 수 있던 학교 생활이 그립다는 그녀는 회사생활도 익숙해졌으니 주말엔 개인 작업을 하고 싶단다. 아직도 조금 부족하다고 느끼는 불어 공부를 병행하면서 월요일마다 세운 목표를 하나씩 이뤄 회사에 어울리는 ‘360도’ 인재가 될 생각이다. 그렇게 ‘멀티플레이어’가 되면 국적과 회사를 불문하고 결국 인정받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