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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공간 지원 - 부천만화산업지원관 조회수 14869

박무직, 도해(임석남), 노미영, 풍경, 하일권…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만화작가들의 공간. 창작만화에 대한 오랜 관심을 드러낸 부천시 출연기관으로 1998년 설립된 재단법인 부천만화정보센터(이하 부천만화정보센터)는 2002년부터 부천만화산업지원관을 개관해 작가들의 창작공간을 지원해오고 있다.

에디터 | 김유진(egkim@jungle.co.kr)
사진 | 스튜디오 salt


‘부천만화산업지원관’이라는 꿈틀꿈틀 귀여운 손글씨의 간판이 안내하는 곳은 옛 원미구청 청사로 사용했던 건물이다. 오래된 공간에서 느껴지는 허름함만큼이나 정겨운 인상을 갖고 있는 것은 층계참과 복도벽에 줄지어 있는 만화 벽화들. 지하 1층, 지상 4층 총 39개실의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이 곳은 현재 작가 22개팀과 기업 10개사를 포함 총 142명이 입주해 있다.


만화콘텐츠산업 육성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부천만화정보센터의 공간 지원은 1999년 센터 건물에서 시작되었고, 만화산업지원관을 통해 본격적으로 운영해온 것이 올해로 8년째다. 이 곳에서는 팀으로 구성된 만화작가들과 만화산업 관련기업 모두를 대상으로 공간을 지원해왔다. 공간 운영을 담당하는 부천만화정보센터의 김민태씨에 의하면 “최근 들어 점차 작가들의 지원이 늘고 있는 추세”다. “기존의 잡지 연재 작가들이나 포털에서 활동하고 있는 웹툰 작가들, 어린이 만화 등 활동이 많은 2~30대 젊은 작가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비용은 층별로 다르지만 10평 기준 1년에 60~100만원 정도로 매우 저렴하다. 회의실, 다목적 강의실, 자료실과 PC, A3 크기의 스캐너와 프린터, 빔프로젝트와 스크린 등 장비와 약 7천5백여 권의 만화책이 소장되어 있으니 기본적인 부대시설은 모두 갖추고 있는 셈이다.


24시간 어떤 규제도 없는 자유로운 창작환경

“원칙적으로 숙식은 불가능하지만 24시간 운영 가능한 작업 공간을 주고, 아무도 터치하지 않는 환경이 가장 큰 장점이다.” 부천만화산업지원관의 감초 같은 존재인 플라잉 툰의 임덕영 대표는 “4: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왔다”며 공간에 대한 무한 만족감을 표현했다. “작가들 각각 마감 스케쥴이 있어 서로간의 교류가 활발하진 않지만,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모여있어 배우는 것이 많다”고 한다. 팀원을 고용하는 형태로 인원을 꾸리기도 하지만, 다수의 인원이 큰 평수의 공간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삼봉이발소> <3단합체김창남>의 하일권 작가는 대학 동기, 동료작가 10명과 함께 ‘어반아트’라는 이름으로 입주해있다. “혼자보다는 함께 있는 것이 자극이 된다”면서, “만화정보센터 자체적으로 들어오는 정보도 빠르지만, 이 공간 안에서 서로 얻게 되는 일거리나 정보도 쏠쏠한 편”이라고 말했다.
“솔직히 낡은 건물이라 시설이 좋다고 볼 수는 없다” 다음에 웹툰을 연재하고 있는 만화창작집단 풍경은 구로디지털단지에 있었던 이전 작업실의 쾌적한 환경과 자연스레 비교가 된다고 했다.
“건물 안의 사람들이 모두 퇴근하고 난 뒤, 20층이 넘는 건물에서 혼자 작업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작업에 집중이 안된다. 하지만 여기서는 새벽까지 작업하다 보면 이 공간 벽 너머에 밤샘 작업을 하고 있는 다른 작가들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큰 위로가 된다”고 한다.
“창가라서 그런지 밤에 불이 켜있으면 술 마시자고 불쑥 찾아오는 작가들과 만나는 것도 이 곳에서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다. 도해(임석남) 작가님, 이시연 작가, 한 때 입주했었던 최규석 작가도 며칠 전 다녀갔다. 매일 마감이라, 여력이 안되면 마치 여기에 없는 듯 살짝 문을 잠그긴 하지만.”
단적으로 시설이 좋은 구로디지털단지와 이 곳 중 다시 선택할 기회가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더니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여기”라고 외친다.

임덕영 대표의 말처럼 “항상 피곤해 보이는 이 건물의 만화작가들”의 존재가 그들에게는 안정적인 작업환경을 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매년 2~3회의 간담회를 통해 시설과 공간에 대한 요청도 끊임없이 이어지지만, 사실 좋은 시설보다는 어떤 규제나 제약도 없는 자유로운 환경이 더욱 중요하다”는 임대표의 말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창작공간 구비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10월 개관 예정

다행히도 시설 면에서는 곧 새로운 대안이 생길 것 같다. 올 10월 부천영상단지 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개관하면서 보다 많은 작가들이 작업공간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유명작가, 일반작가, 신진작가 군으로 나누어 작업실을 제공하며 재단 차원의 프로젝트 등 공동작업 프로그램도 마련 중이다.
더 쾌적해질 작업환경처럼 임대료도 어느 정도 올라간다는 점이 아쉽지만, 만화박물관, 만화도서관, 전시실, 만화전문서점, 애니메이션 전용극장 등 만화산업 관련시설들이 모두 이 건물로 집적화된다고 하니, 공간 내의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해 볼만 하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개관으로 만화산업지원관과 함께 두 곳의 작가 지원 공간을 운영하게 된 부천만화정보센터는 앞으로 단순히 공간뿐만이 아닌 입주작가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물론 만화산업 인프라 구축이나 저변 확대 등의 방안도 추진 중이다.
창작자들의 자유로운 작업환경을 존중하면서도 센터 차원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작가들에게 도움을 준다면 당초 부천만화정보센터가 목표했던 한국만화콘텐츠의 경쟁력은 저절로 생겨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