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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 올드독 조회수 15196

3년 전 처음 만났던 ‘올드독(OLDDOG)’은 대형 서점의 만화 코너에서 한눈에 쏙 들어올 정도로 시선을 끌었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작가 정우열을 처음 만났고, 이후 1년이 지나 그와의 두번째 만남이 월간 정글을 통해 이루어졌다. 지면을 통해 ‘소심한 낙천주의자’, ‘친숙하고 평범한 일상의 재발견’, ‘소소한 일상의 귀납적 깨달음’ 등의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올드독’은 더 크게 비상했다. 그리고 지금이 세번째 만남이다.

에디터ㅣ 박현영(hypark@jungle.co.kr), 사진ㅣ 스튜디오salt

올드독은 실존 개를 모티브로 한 것이지만 마치 작가의 분신과도 같다. 그래서 마치 정우열이 올드독같고, 올드독이 정우열같기도 하다. 2004년 처음 올드독이 만들어졌을 때는 지금과 같은 인기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사실 올드독은 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신비한 외모나, 혹은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표정, 특별한 능력을 가졌거나… 등등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아닌 ‘일상적인 에피소드의 단상을 늘어 놓는 친숙함’이 바로 올드독이 사랑 받는 이유다. 올드독은 세상을 바꾸고자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단지 일상 속의 잡상(雜想)을 꺼내어 웃음과 함께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의 말을 빌자면 올드독은 실존 개의 다소 건방진(?) 모습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점잖은데 까칠하고, 건방진 성격이 그 개의 매력이었다고. ‘저렇게 나이가 많고 까칠한 캐릭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이 올드독을 탄생시킨 것이다.

올드독의 유머와 철학에 공감하고 그 매력에 빠진 이들은 정우열의 블로그(//blog.naver.com/hhoro)를 수시로 드나든다. 그의 블로그는 올드독의 홈그라운드나 다름없다. 국문학을 전공하고 8년간 시사만화를 그리던 정우열이 블로그에 틈틈이 그려낸 올드독으로 네티즌들의 사랑을 받고 첫 작품집을 출간했기 때문. 그 곳은 하루 방문자수가 수천 명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건재하다. 우리가 보고 듣고 말하는 너무도 평범한 일상적인 경험들이 올드독을 통해 하나의 대중문화로서 간결하게 정리된다. 정우열이 생활 속에 발굴해 낸 에피소드들은 올드독의 <일일꼼지락>, <올드독의 고충상담실>, <올드독의 TV노트>에 이어, 현재 <올드독의 TV살롱>, <올드독의 영화노트_한국영화100선>, <올드독의 독서노트>를 통해 표출된다(각각 텐아시아(www.10asia.co.kr), 격월간지 영화천국, 인터파크 등에서 연재되고 있다).
불량식품이 구미를 당기듯 불륜, 재벌, 지나친 억지 설정 등을 소재로 한 막장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있는 요즘, 평범한 일상을 소소하게 그려내는 올드독식 유머에 열광하는 것은 왜일까. 그 이유는 바로 작가 정우열이 만들어낸 올드독이기에 가능한 것일 테다. 그의 생각과 일상, 그리고 문화적 코드는 TV와 영화라는 대중매체를 묘한 통찰력으로 풀어내며 곧 자화상인 올드독으로 대변된다. 반려 동물이라고 하는 친근한 ‘개’가 마치 인간을 꾸짖듯, 나무라듯, 또는 아는 체하듯 구는 것이 귀엽고 사랑스러울 뿐 아니라 ‘촌철살인’적인 말 한마디보다 올드독의 ‘소심한’ 말 한마디가 깊은 인상을 심어주곤 한다. 우리도 본 적 있는 영화나 드라마 소재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것도 올드독이라는 캐릭터가 다양하게 사랑 받는 이유다. 그 다양성은 곧 카툰을 넘어 다이어리, 노트, 휴대폰 배경과 미니홈피 스킨 등 영역을 넘나들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특히 ‘스도쿠(일본에서 개발된 퍼즐게임)’북 <올드독 스도쿠>가 인기를 끌면서 올드독의 캐릭터성은 더욱 존재감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정우열은 말한다. “자칫 문구와 서적을 넘어 다양하게 캐릭터가 양산되면 그만큼 식상해지거나 캐릭터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어요. 스도쿠가 인기를 끌다보니 ‘올드독=스도쿠’라는 연관성이 생겨버려 난감하더라고요.” 캐릭터가 인기를 끈다고 무조건적으로 양산하는 것보다는 희소성을 지닌 캐릭터가 오래도록 승승장구할 수 있도록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올드독이 ‘친숙하고 평범한 일상의 소소한 잡상을 늘어놓은’ 캐릭터였던 것처럼 대중을 파고들고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오래도록 함께 하는 것이 진정한 ‘old dog’이 되는 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