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편]젊은 세대를 끄는 문화적 힘, 라이프치히 도서전 | 조회수 | 143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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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늦가을을 접는다면, 3월의 라이프치히 도서전은 초봄을 연다. 3월 12일 목요일부터 15일 일요일까지 2009년 라이프치히 도서전(Leipziger Buchmesse)이 성황리에 열렸다. 중세부터 박람회의 도시로 성장해온 라이프치히의 도서전람회는 5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글ㅣ 사진ㅣ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출판업자들을 위한 상업적인 성격이 강하다면, 라이프치히 도서전은 일반 독자들을 위한 문화적인 성격이 강하다. 책을 사랑하는 대다수 방문객들에게 보다 만족감을 주며 사랑 받는 도서전으로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과 차별화된 입지를 가진다. 인구 50만의 도시인 라이프치히에, 4일 동안 14만 7천 여명의 방문객이 도서전을 찾았다. 박람회장뿐 아니라 시내 곳곳에서 ‘라이프치히는 책을 읽는다(Leipzig liest)’라는 이름의 페스티벌 아래, 책과 관련한 1900여 개의 행사가 열렸고, 모두 매진되었다. 독일 국내외 정치 및 문화계 인사들 역시 라이프치히 도서전을 방문해서 주목을 끌었다. 문학계에서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노장 귄터 그라스부터 젊은 스타 벤야민 레베르트에 이르기까지 명사들이 찾아왔고, 자신들의 신작을 직접 낭독하는 프로그램이 쉼 없이 이어졌다. 라이프치히 도서전의 규모는 프랑크푸르트보다 작지만, 꼼꼼하게 둘러보기로 작정한다면 3박4일도 모자란다. 중앙의 유리홀을 중심으로, 4개의 홀들은 사각형을 이룬다. 홀과 홀 사이는 서로 통로로 연결되어 있어 모두 헤매지 않고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유리홀에서는 메인 행사가 열리고, 4번과 5번 홀에는 독일 국내외 메이저 출판사들의 부스들이 자리잡고 있다. 2번 홀은 대부분 공간이 만화 팬들을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디자이너라면 3번 홀을 놓쳐서는 안 된다.
만화의 컨텐츠적 가능성 역시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 독일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가장 즐겨 읽는 책으로는 일본 망가 등이 꼽힌다. 그래서 2번 홀은 수년 전부터 만화 팬들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특히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 주인공의 복장으로 정성스럽게 옷을 만들어 입고 독일 전역에서 찾아온 청소년들의 코스프레는, 수년 전부터 라이프치히 도서전 특유의 독특한 문화 현상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수동적인 독자로만 여기기보다는, 그들의 눈높이에서 함께 놀면서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한다는 점에서, 잘된 기획이라는 인상을 준다. 참고로 일본 망가의 코너는 주독 일본 외무부의 스폰서를 받고 있다. 독일의 많은 청소년들이 망가를 통해 일본문화에 대한 동경을 키우고, 일본적 감성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한 동경을 충족시키기 위한 행사의 일환으로, 일본식 다원을 설치하여 서예, 다도, 바둑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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