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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감수성 반짝반짝 일상다반사, 루나 조회수 14581

‘30대를 향해 달려가는’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홍인혜의 분신. 달이 좋아, 달에서 이름을 따온 “일상의 덤불 속에서 한 조각 반짝이는 즐거움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킁킁거리고 다니는 아가씨”. 일과를 마치면 루나파크에 돌아와 동그란 눈을 똥글똥글 굴려가며 솔직하고 귀엽게 하루를 털어놓는 루나.

에디터 | 김유진(egkim@jungle.co.kr), 사진 | 스튜디오 salt

 

공상 많은 빨간머리 앤을 롤모델로 삼은 루나는 그 아이처럼 자신의 소지품에 이름을 짓는다. 루나에게 핸드폰은 ‘나이팅게일’, 디카는 ‘메텔’. 루나의 시선은 이렇게 평범한 일상을 조금은 특별한 것으로 만드는 재주를 지녔다. 주성치에 대한 열혈 취향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격투기 미소녀를 꿈꾼다. 단 것에 대한 취향을 ‘아이의 혀’라며 애써 무심한 듯 인정하지만, 옥장판과 안마의자에 대한 애호 역시 숨기지 않는다. ‘소심한’ 성격을 ‘세심’ 혹은 ‘예민’이라고 새침하게 치환해버리는 센스는 물론, 소심함으로 비롯된 에피소드들을 똑 떨어진 그림과 콕 찌르는 짧은 글로 표현하는 솜씨도 못지 않다.

“저의 분신이라 너무 예쁘면 민망해요” 라면서도 또 예쁘게만 그려진다는 루나는 홍인혜 작가처럼 뱅헤어에 고양이처럼 샐쭉 올라간 커다랗고 까만 눈을 지녔다. 즐거울 때는 한쪽 다리를 발랄하게 들고 있고,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눈을 찡긋, 입은 ‘ㅅ’모양. 눈이 한 일자(一)가 될 때는 주로 능청스럽고 심드렁하게 마무리를 지을 때다.

루나와 만나게 되는 장소는 공원 ‘루나파크’다. “낮에는 마냥 즐겁고 활기차지만, 밤에는 쓸쓸하기도 하고 또 더없이 고즈넉한 장소”라는 것이 이유. 그 루나파크를 ‘즐겨 찾게’ 되는 건 늘 나를 위한 벤치가 있는 것 같아서다. 그때마다 꼭 마주치는 귀여운 친구가 오늘 이야기를 주섬주섬 꺼내놓고는 또 꺄르르 웃게 만든다.
“뭐 먹고 싶니?”라는 엄마의 문자에 “삼겹살!”이라고 답장을 하자, “난 카레 먹고 싶어서 카레했다”고 회신을 주는 엄마의 이야기나, 회식 술자리에서 열렬히 달리는 자신을 낯설어 하면서도, 그 다음날 아침 허벅지의 멍이 노래방에서 흠씬 두들겼던 탬버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루나를 보며 폭소가 튀어나오지 않을 수 없다. 늘 모든 것에 초연하고 긍정적이었던 멍멍씨가 알고 보니 부자였다는 에피소드처럼 “마음에 콕 박히는 뾰족한 메시지”도 루나의 소관이다.
때로 무기력함과 우울함도 드러낸다. “내가 항상 밝고 즐겁기만 하다면 쏠라파크였겠지, 루나파크였겠어?!”라고 항변하며 꾹 웅크리고 있으면 그런 루나가 안쓰러워 꼭 끌어안아 주고 싶기도 하다.
달을 좋아하는 친구의 감수성일까, 아니면 6년차 카피라이터의 날카로운 시선일까. 하루하루 일상을 보내면서 우리가 여덟 발자국 만큼의 고민을 한다면, 루나는 아홉 발자국의 시선을 담아, 열 발자국의 위트로 마무리한다. “감동이든, 유머든, 반전이든 15초의 CF안에 밀어 넣어야 하는” 광고업의 노하우와 틈틈이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적는 습관이 모은 “핸드폰 안의 수백개의 메모” 덕을 본다고 한다. 아이디어가 없으면 “쉰다”고 할 정도로 100% 리얼 스토리를 지향한다. “더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진실의 바운더리 밖에 있는 이야기라면 꾹꾹 참는다.” 도덕적 결벽증과 소심함은 오늘 일이 아닌 이야기를 다이어리에 써놓으면 누가 알아 챌까봐, ‘이건 며칠 전 일’이라고 미리 자수하고 시작할 정도다.

카피라이터와 만화가가 꿈이었던 소녀는 카피라이터 ‘홍대리’가 되어 만화 그리기를 취미에 가까운 부업으로 삼으며,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으로부터 ‘정말 공감간다’는 메일을 받거나, 딱딱하게 미팅을 진행하던 클라이언트가 발그레해진 얼굴로 다가와 ‘홍대리님이 루나님이었어요?!’라고 반겼던 에피소드까지 덤으로 얻고 있다.
홍인혜에게 루나는 여러 상업적 제안을 섣불리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캐릭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자신의 분신이고 평소 공허함과 열등감과 유사한 감정도 종종 느끼곤 했던 작가를 치유시킨 소중한 친구이며, 스스로를 즐겁게 하는 즐거운 웹툰이기도 하다.
“열정과 게으름 사이, 명랑과 우울 사이를 오가는” 루나가 가물가물한 휴일에, 만땅 야근의 틈바구니에서 일상을 마치고 ‘분노의 업데이트’로 그림을 그린대도, 그 이야기는 ‘사춘기 직장인’의 소소하고 즐거운 반짝반짝 일상이다. 소심함은 슬금슬금 유들유들해지기도 하고, 큰 눈은 차츰 작아지고, 알게 모르게 키도 조금씩 커가는 루나의 시선에서 일상은 어느새 “잊혀질까봐 두려워 매일매일을 기록해야” 하는 소중한 이야기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