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퍼짐한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며 걸어가는 팬더댄스의 수상한 뒷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안빈낙도를 꿈꾸는 은근한 시선과 마주하게 된다. 고놈 참 귀엽다 싶어 말을 걸어보니 운율까지 붙여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예사롭지 않다. 녀석이 흥얼거리는 리듬을 따라 함께 흥얼거려 본다. 둥근 얼굴 은근한 눈 포동포동 팬더댄스. 하루 세 번 먹는 밥은 아쉬워요. 맛있는 밥 다섯 번은 먹어야지. 에디터 | 정윤희( yhjung@jungle.co.kr) | 팬더댄스의 첫인상은 ‘은근하다’. 감았는지, 떴는지, 화가 났는지, 웃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의뭉스러운 눈매와 앙증맞은 몸매가 한데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딘지 모르게 은근하고 묘하게 수상한 얼굴로, 야마자키 다케시의 <푸른머리 무>가 동물이 된다면 팬더댄스가 되지 않았을까 싶게 유유자적한 나날들을 보낸다. | | 그래픽디자이너이자 카투니스트 조경규가 팬더댄스를 그리게 된 것은 코알라 때문이다. 코알라와 팬더 중 더 귀여운 동물은 무엇인가를 놓고 지금의 아내가 된 당시 여자친구와 실랑이를 벌였는데, 동물원까지 찾아갔지만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그러다 직접 귀여운 팬더를 그리면 되겠다는 생각에 팬더댄스를 그리게 된 것이다. 귀여움으로 코알라와 승부하기 위해 팬더댄스를 그리게 됐지만 그보다 실제 팬더의 ‘여유만점 라이프 스타일’이 마음에 쏙 들었다. 많이 먹기 위해 겨울잠도 마다하고,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지 않고도 굶어 죽지 않으며, 별로 움직이지도 않고 손 닿는 곳에 있는 나뭇잎을 뜯어 먹고 사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고. 어쩌면 불경기를 핑계 삼아 여유는 헌신짝처럼 내다버리고 일만 권하는 사회에서 야망이라든가 열정은 눈 씻고 찾아도 찾아 볼 수 없는 팬더가 부러웠는지도 모르겠다. 팬더댄스는 그의 바람대로 여유로운 생활을 이어가며 무위도식하는 생활도 충분히 아름답고 즐거울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 | 무위도식을 효과적으로 권장하기 위해 팬더댄스는 시를 읊는다. 이 시들이 담긴 단행본 <팬더댄스 이야기 1 - 반가워요 팬더댄스>를 보고 나면 ‘이 세상에 정말 중요한 것은 의외로 별로 없으니 그냥 마음 편하게 잘 먹고 잘 놀자’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경규는 팬더댄스가 읊조리는 시를 통해 시집을 구입한 기억이 까마득한 사람들에게 ‘나도 시집을 샀다’는 뿌듯함을 주고 싶었단다. 더 나아가 정말 위대한 시인들의 시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일이 될 것이고, 그것으로 생활의 멋과 여유를 찾아줄 수 있으면 그만이다. | | 2001년 데뷔한 팬더댄스는 줄곧 오프라인에서만 활동해 왔다. <씨네21>에서 ‘팬더댄스와 명화극장’을 연재하기도 했고, <팬더댄스 이야기 1 - 반가워요 팬더댄스>, <팬더댄스 이야기 2 - 팬더댄스와 우주여행> 등 두 권의 단행본을 출간했으며, <어린이 살아 있는 한자교과서> 시리즈에 등장하기도 했다. 지금은 팝툰에서 ‘돌아온 팬더댄스’를 연재 중이다. 지난해 ‘팬더댄스 다이어리’를 출시한 조경규는 지난 1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KOCCA)에서 추진 중인 만화원작 연계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본격적으로 캐릭터 상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 | 지원사업을 통해 든든한 발판을 얻게 된 팬더댄스의 포부를 묻는 질문에 조경규는 “뭐 간단하게 말해서, 그냥 잘 팔렸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답한다. 아무리 두드려야 열린다지만 굳이 두드리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만이 내놓을 수 있는 답변인 것이다. 사실 무위도식하는 삶을 꿈꾼다기에 조경규는 직업이 너무 많다. 그래픽디자이너, 식도락가, –최근 조경규는 서울시내 곳곳에 포진한 중화요리 맛집 탐방기 <차이니즈 봉봉 클럽>을 펴낸 바 있다- 카투니스트까지. 하루가 25시간이어도 모자랄 것 같은 직업만 골라 가진 조경규의 유일한 야망은 ‘팬더처럼 사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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