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수 등록 마감까지 남은 시간은?

DAY

:
:
수강 신청하기
로그인

|

내 강의실

|

마이페이지

그린채널

공지사항 게시글 보기 : 번호, 제목, 조회수, 작성일 등 정보제공
잘 먹고 잘 살면 그것이 인생 팬더댄스 조회수 16240
펑퍼짐한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며 걸어가는 팬더댄스의 수상한 뒷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안빈낙도를 꿈꾸는 은근한 시선과 마주하게 된다. 고놈 참 귀엽다 싶어 말을 걸어보니 운율까지 붙여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예사롭지 않다. 녀석이 흥얼거리는 리듬을 따라 함께 흥얼거려 본다. 둥근 얼굴 은근한 눈 포동포동 팬더댄스. 하루 세 번 먹는 밥은 아쉬워요. 맛있는 밥 다섯 번은 먹어야지.

에디터 | 정윤희(yhjung@jungle.co.kr)
팬더댄스의 첫인상은 ‘은근하다’. 감았는지, 떴는지, 화가 났는지, 웃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의뭉스러운 눈매와 앙증맞은 몸매가 한데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딘지 모르게 은근하고 묘하게 수상한 얼굴로, 야마자키 다케시의 <푸른머리 무>가 동물이 된다면 팬더댄스가 되지 않았을까 싶게 유유자적한 나날들을 보낸다.
그래픽디자이너이자 카투니스트 조경규가 팬더댄스를 그리게 된 것은 코알라 때문이다. 코알라와 팬더 중 더 귀여운 동물은 무엇인가를 놓고 지금의 아내가 된 당시 여자친구와 실랑이를 벌였는데, 동물원까지 찾아갔지만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그러다 직접 귀여운 팬더를 그리면 되겠다는 생각에 팬더댄스를 그리게 된 것이다. 귀여움으로 코알라와 승부하기 위해 팬더댄스를 그리게 됐지만 그보다 실제 팬더의 ‘여유만점 라이프 스타일’이 마음에 쏙 들었다. 많이 먹기 위해 겨울잠도 마다하고,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지 않고도 굶어 죽지 않으며, 별로 움직이지도 않고 손 닿는 곳에 있는 나뭇잎을 뜯어 먹고 사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고. 어쩌면 불경기를 핑계 삼아 여유는 헌신짝처럼 내다버리고 일만 권하는 사회에서 야망이라든가 열정은 눈 씻고 찾아도 찾아 볼 수 없는 팬더가 부러웠는지도 모르겠다. 팬더댄스는 그의 바람대로 여유로운 생활을 이어가며 무위도식하는 생활도 충분히 아름답고 즐거울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무위도식을 효과적으로 권장하기 위해 팬더댄스는 시를 읊는다. 이 시들이 담긴 단행본 <팬더댄스 이야기 1 - 반가워요 팬더댄스>를 보고 나면 ‘이 세상에 정말 중요한 것은 의외로 별로 없으니 그냥 마음 편하게 잘 먹고 잘 놀자’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경규는 팬더댄스가 읊조리는 시를 통해 시집을 구입한 기억이 까마득한 사람들에게 ‘나도 시집을 샀다’는 뿌듯함을 주고 싶었단다. 더 나아가 정말 위대한 시인들의 시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일이 될 것이고, 그것으로 생활의 멋과 여유를 찾아줄 수 있으면 그만이다.
2001년 데뷔한 팬더댄스는 줄곧 오프라인에서만 활동해 왔다. <씨네21>에서 ‘팬더댄스와 명화극장’을 연재하기도 했고, <팬더댄스 이야기 1 - 반가워요 팬더댄스>, <팬더댄스 이야기 2 - 팬더댄스와 우주여행> 등 두 권의 단행본을 출간했으며, <어린이 살아 있는 한자교과서> 시리즈에 등장하기도 했다. 지금은 팝툰에서 ‘돌아온 팬더댄스’를 연재 중이다. 지난해 ‘팬더댄스 다이어리’를 출시한 조경규는 지난 1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KOCCA)에서 추진 중인 만화원작 연계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본격적으로 캐릭터 상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원사업을 통해 든든한 발판을 얻게 된 팬더댄스의 포부를 묻는 질문에 조경규는 “뭐 간단하게 말해서, 그냥 잘 팔렸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답한다. 아무리 두드려야 열린다지만 굳이 두드리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만이 내놓을 수 있는 답변인 것이다. 사실 무위도식하는 삶을 꿈꾼다기에 조경규는 직업이 너무 많다. 그래픽디자이너, 식도락가, –최근 조경규는 서울시내 곳곳에 포진한 중화요리 맛집 탐방기 <차이니즈 봉봉 클럽>을 펴낸 바 있다- 카투니스트까지. 하루가 25시간이어도 모자랄 것 같은 직업만 골라 가진 조경규의 유일한 야망은 ‘팬더처럼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