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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기 시른' 대한민국 직딩의 대변자, 감자도리 조회수 16009

알다가도 모를 일 하나. 삐죽삐죽 팔 다리에 머리만 큰 2등신의 감자도리 캐릭터가 어쩌다가 대한민국 ‘직딩’을 대표하게 되었을까. 모두가 매일같이 마음 속으로 말하지만, 그 누구도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그 한마디 “회사가기 시러”가 주는 찌릿찌릿한 쾌감은 마치 전국민을 들썩이게 했던 월드컵 때의 “대~한민국”과 같은 외침에 비견될 만 하다.

에디터 | 김유진(egkim@jungle.co.kr) | 사진 스튜디오 Salt

 

감자도리는 애초 슬픈 운명을 지니고 태어났다. 고구마 부부에게 입양된 감자 아이. 정체성에 대해서 혼란을 느낀 그에게 엄마는 빨간 옷을 입혀주었다. 그렇게 태어난 감자도리는 원래 임팩트 커뮤니케이션의 1318세대를 위한 제품 캐릭터였다. 디자이너로 캐릭터 개발에 참여했던 김영주 작가가 카툰으로 그려보겠다고 우기지 않았다면, 감자도리의 좌충우돌 직장 라이프는 불가능했을 뻔했다. 여기에는 사적인 감상을 주제로 했던 감자도리 카툰에 별반응을 얻지 못했던 2년간의 과정도 들어있다. 그렇게 “가장 잘 아는 회사이야기를 해보자”고 방향을 틀었다. 2~3일에 한번씩 업데이트를 하고, 단행본으로 <회사가기 시러> <연애하기 시러> 등을 출판했다. 동그랗고 깔끔한 청소년용 제품 캐릭터가 넙적한 얼굴에 쭈글쭈글, 흔들흔들하고 쓱쓱 그린 듯한 선을 갖게 되면서 성인용 카툰 캐릭터로 거듭났다.

어렸을 때 꿈처럼 ‘훌륭한 고구마’가 되고 싶어했던 감자도리였다면 이만큼의 호응은 없었을 것이다. “회사가기 시러”라고 비장하게 선언하다가도,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고야 마는 그 뻔한 일상이 직장인의 보편적인 일상을 건드렸던 것이다. 입사 첫날, 환대 대신에 회사의 비상사태를 맞은 감자도리는 얼굴에 빗금을 그은 채 민망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분위기에 동참해 ‘일하는 척 묻어가기’로 하루를 보냈다. “힘든 일 있으면 말하라”는 상사의 형식적인 말에 감동하고, 지각-실수-졸음 3연속 실책에 쿠사리도 먹지만, 직장생활에 적응하는 과정 속에서 어느새 대한민국 직딩의 대표 캐릭터가 되었다. 가장 큰 고민거리는 점심 메뉴 고르기. 상사의 기척을 느낄 때는 번개처럼 alt+tap을 눌러 창 전환하기. 상사한테 ‘딸랑거릴 줄도 알지만’, ‘열 받는’ 상황에서는 ‘띠발놈’이라고 욕하기. 업무를 가득 남겨놓고도 “술 먹자”는 말에 졸졸 따라가기. 사표를 쓸까 말까 고민하기. 그러다가 카드값 걱정하기.
보다시피 그는 유능한 사원이기 보다는 그저 평범한 조직원에 가깝다. 투정과 불만은 가득해도, 회사를 그만두지도, 혹은 회사에서 짤리지도 않는다. 그는 본능적으로 ‘회사 생활을 안다’. 약간의 게으름과 실수 속에서 좌절하고, 한숨 쉬고, 안도하며, 배워나간다. 사실 감자도리는 대한민국 직딩들의 성격과 행동패턴을 모두 더해 평균값을 낸 모델과 같다. 일하면서 발생되는 그 수만 가지 에피소드를 겪으며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해봤을 혹은 해볼법한 행동을 하고 상황을 연출한다. 보편적인 공감을 뽑아낸다. 그래서 감자도리는 ‘대세’를 아는 캐릭터다.
그런 점에서 <연애하기 시러>는 조금 색다르다. 누군가의 연애스토리를 지켜보는 듯, 호흡이 긴 연애담을 풀어내고 있다. 회사를 다닐 때보다는 더 답답하기도 하고, 바보 같기도 하지만, 여기에서도 감자도리는 일반적인 연애 공식의 흐름을 이어간다.
물론 공감 코드 하나로는 부족했을 것이다. 김영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슬픈 이야기를 더 슬프게 승화시키는 것은 바로 유머라고 믿는다. 현실과 타협해도 긍정의 분위기를 잃지 않는다. 그래도 ‘오바’하지 않는다. 눈의 길이나 면적이 살짝 달라질 뿐 까칠하고도 명랑한 감자도리의 얼굴은 대부분 무표정에 가깝다. “디테일 없이 밍밍하게” 의도한 캐릭터는 항상 모자와 옷이 하나로 이어진 빨간 의상을 착용한다. 수영복을 입거나 미용실에 갈 때면, 그 디테일을 묘사해야하는 작가는 정작 난감해지지만 변함없는 모습이 오히려 독자들에게는 적극적인 감정이입을 유도한다.
직딩들의 아이콘이 되어 메신저에 등장하고, 감자도리 쏭이 대박을 내면서 감자도리는 직장인들의 ‘버틸만한 애환’을 함께 겪는 동반자 자격을 얻었다. 감자도리는 최근 짜증 가득한 상사를 “건너편 건물에 사는 레이싱걸을 볼 수 있다”는 핑계로 옥상으로 유인해 20분씩 햇빛을 쬐게 해줄 정도로 회사생활에 도가 텄다. 상사로부터 “제대로 하는게 뭐야?” 한 소리 들었던 감자도리가 “나 엑스맨이다!”고 배째던 시절도 새삼 그리울 만큼.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확고한 사실 하나. 바로 이처럼 강렬하게 특정 계층을 대변하는 캐릭터는 없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