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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쓰는 동화, 페리테일 조회수 14252

아침 먹고 땡~ 점심 먹고 땡~ 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린 해골바가지보다 더 단순한 생김으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말만 골라하는 페리테일. ‘뻔쩜넷(bburn.net)’에 둥지를 틀고 사람과 삶과 사랑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그가 사람들 앞에 나선지도 벌써 7년이 넘었다. 7년 동안 많은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며 일상을 나누어 온 페리테일의 뒷이야기를 지금부터 공개한다.

에디터 | 정윤희(yhjung@jungle.co.kr)

 

자그맣고 순하게 생긴 페리테일의 꽁무니에는 늘 글이 붙어 다닌다. 그래서 페리테일이 지나간 자리마다 ‘쉽게 쓴 시’ 와 같은 글이 남는다. 쉽게 쓴 것 같지만 쉽게 쓸 수 없는 그 글들은 페리테일의 얼굴에 섬세한 표정을 만든다. 반대로 늘 같은 표정처럼 보여도 글의 내용에 따라 미묘하게 변하는 페리테일의 표정은 만화 <포엠툰>의 감성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글과 그림은 한 몸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상을 되짚어보게 하고, 상처받은 가슴을 어루만진다.

페리테일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카투니스트 정헌재가 2002년 홈페이지를 만들면서부터다. 40군데가 넘는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고 돌려받기를 2년. 웹에이전시에 재직 중이던 지인의 권유로 홈페이지를 만들고 출판사에서 ‘안 되겠다’는 말과 함께 돌아온 시를 다시 손본 후 페리테일을 더해 홈페이지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를 써온 정헌재가 일기에 자주 등장하던 캐릭터를 데려온 것이 <포엠툰>의 시작이다. 오래 전부터 그려온 캐릭터이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쉬워 카툰으로 시를 쓰기도 수월했다고. 연재가 거듭되면서 ‘카툰으로 쓴 시’에 공감하며 울고 웃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웹에서 걸어 나온 <포엠툰>은 종이를 입고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연재를 시작하고 1년이 채 되지 않아 단행본을 출간하게 된 것.
페리테일이 전하는 소소한 일상의 여운은 생각보다 길었다. 이어 출간한 <완두콩>도 <포엠툰> 못지 않은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페리테일이 들려주는 이야기의 주제가 사랑에서 삶으로 한 뼘 더 커지면서 등장한 ‘완두콩’이라는 캐릭터는 출간 기획 시 책 제목이 <완두콩>으로 정해지면서 만들어진 캐릭터다. 아주 작고 사소한 일로 큰 변화를 겪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이 겪었거나 겪게 될, 삶 속에 숨어 있는 ‘아주 작고 사소한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데, 마침 동글동글 귀여운 완두콩이 떠오른 것이다. 애초의 컨셉트를 살리기 위해 굳이 의인화시키지 않고 완두콩의 원래 모습 그대로 캐릭터를 만들었다. 동그란 두 캐릭터들은 동글게 조화를 이루며 상처받아 모난 마음이 삶을 동그스름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발 더 나아가 시간기록장, 노트 등의 문구류와 디자인소품을 통해 소소한 즐거움을 선물하고 있다. 대부분의 카툰 주인공들은 인기를 얻으면 전문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캐릭터 상품을 출시하는 것과 달리 페리테일은 정헌재와 그의 지인이 함께 만든 디자인회사 ‘솜’에서 상품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헌재는 “좀 뻔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제가 쓰고 싶은 것이나 필요한 것들을 위주로 만들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그의 말이 정말 뻔뻔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그의 바람과 대중이 원하는 것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리라.
이제 정헌재는 지금까지 그려왔던 페리테일이나 완두콩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준비 중이다. 사실 그의 이런 변화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극화나 장편을 그리고 싶은 욕심이 있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한 사람의 세계가 확장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페리테일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다 삶을 이야기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