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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사파리로 걸어가다, 엘리펀트의 SAFARI.co 조회수 14114

코끼리 한 마리가 실룩실룩 엉덩이를 흔들며 광활한 대지 위를 걸어가고 있다. 무리에서 잠시 이탈한 이 아기 코끼리는 낯선 길 위에서 맛있는 풀도 뜯어 먹고, 따뜻한 햇살도 한가로이 쬐고, 기린 친구도 만나 놀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갑자기 왠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최근 문구브랜드 ‘SAFARI.co’를 론칭하며 새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 ‘엘리펀트(ELEPHANT)’의 근황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이 새로운 행보는 그래픽을 기반으로 하는 디자인 스튜디오가 새로운 분야로 내딛는 한 걸음이자, 클라이언트 잡을 벗어나 대중과의 직접적인 소통 경로를 탐색하는 한 걸음이고, 비즈니스와는 상관없이 순수하게 즐거움을 찾고 싶어 뗀 한 걸음이다.

 

이렇듯 신중한 스텝을 밟으며 결국 코끼리가 다다르고 싶은 곳은 어디일까. 엘리펀트의 김원선 실장은 이번 SAFARI.co론칭을 시작으로 실행에 옮길 프로젝트를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 다음 스텝으로 국내의 주목할만한 아티스트의 작품을 담아내는 일종의 ‘아티스트 북’을 출간할 계획을 품고 있는데, 국내를 벗어나 해외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 하반기에는 타 디자인 영역에서의 ‘사건’을 예고한다. 그의 이야기를 찬찬히 듣고 있자고 하니, 코끼리 한 마리가 실룩실룩 엉덩이를 흔들며 광활한 대지 위를 걸어가고 있는 풍경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눈 앞에 그려졌던 것이다.

에디터 | 이상현(shlee@jungle.co.kr) | 사진 스튜디오 salt



‘펜타폰트 록 페스티벌’과 같이 일러스트레이션이나 그래픽 요소가 남달랐던 그간의 작업물을 보면서 문구 브랜드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터였다 엘리펀트는 그 동안 잡지와 단행물, 브로슈어와 카탈로그 등 출판물의 편집디자인 작업들을 주로 해왔다. 클라이언트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노하우를 하나 둘 터득했고,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따라서 문구 브랜드 론칭은 다른 분야보다 비교적 접근이 쉬었으며, 부담도 적었던 게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SAFARI.co는 어떻게 준비하게 되었나 SAFARI.co는 엘리펀트와 도서 출판, 디자인문구 사업 등을 하고 있는 ㈜백도씨가 함께 론칭한 브랜드다. 백도씨와 엘리펀트의 사이는 오랜 기간 클라이언트와 디자인 스튜디오라는 ‘갑을 관계’이자, 한편으론 굳건한 신뢰와 친목을 유지해온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이기도 하다. SAFARI.co는 두 회사가 각각 제작 유통과 디자인을 책임지며 공동 진행한 프로젝트다. 여기까지 들으면 전혀 새로울 바 없는 평범한 프로젝트겠지만, ‘함께’라는 단어가 덧붙는 이유는 SAFARI.co 브랜드에 대한 소유권을 백도씨와 엘리펀트가 각각 절반씩 나눠 갖기 때문이다.


디자인 스튜디오와 클라이언트의 브랜드 공동 소유라니,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사례다. 협업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디자인 스튜디오가 자체 브랜드를 론칭했을 때 가장 크게 부딪치는 걸림돌이 바로 ‘유통’이다. 머리 속에 머물던 아이디어가 실물로 제작되는 전 과정을 물 아래 보듯 훤히 꿰고 있는 사람이 디자이너지만, 정작 그 제품이 대중과 만나는 과정은 고래 뱃속처럼 깜깜한 게 또 디자이너가 아니던가. 따라서 엘리펀트가 SAFARI.co를 론칭하면서 암중모색했던 부분이 바로 유통이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대안을 찾아낸 것이다. 한편으로는 처음 시도하는 일이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이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

그런데 준비하고 있는 아티스트 북 출간은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하지 않나. 유통이 더 어려운 거 아닌가 지금 생각하는 아티스트 북의 형식은, 에디션을 하지 않은 순수한 상태로 아티스트의 작품만을 담는 것이다. 다소 불친절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국내 시장보다는 타 문화, 소수의 문화에 관대한 해외 시장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앞서 말한 유통 부분은 해외 시장이라고 해서 마냥 막막한 것만은 아니더라. 직접 일본, 홍콩 등 아시아 등지로 여행하면서 아티스트 북이 취급될 수 있는 공간을 둘러봤는데, 오히려 국내보다 그 활로가 넓었다.


클라이언트 잡을 벗어나 이러한 모색을 시작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일을 하다 보면 종종 어떤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매너리즘에 빠진다고 할까. 그럴 때면 정해진 목표에 충실해야 하는 작업은 한 켠에 제쳐 두고 ‘내 디자인’을 하며 돌파구를 찾곤 한다. 마찬가지로 지금 벌이고 있는 일련의 프로젝트들도 결국 작업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마련한 엘리펀트의 숨 고르기인 셈이다. 다른 의미로는 클라이언트 일을 하면서 생기게 되는 욕심을 채우는 것이기도 하다.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의 브랜드를 빛내기 위해 재능을 사용하는데, 점점 자신의 스킬을 가지고 스스로를 빛내는데 발휘해보고 싶은 욕심이 든다. 결과적으로는 클라이언트 일과 독립적으로 준비하는 프로젝트들이 따로 떨어져서 일어나는 별개가 아니라 동일선상에 있으며, 함께 함으로써 그 이상의 효과를 내는 시너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