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수 등록 마감까지 남은 시간은?

DAY

:
:
수강 신청하기
로그인

|

내 강의실

|

마이페이지

그린채널

공지사항 게시글 보기 : 번호, 제목, 조회수, 작성일 등 정보제공
숨은 울랄라 찾기, 울랄라디자인의 카페 울랄라 조회수 14353

건국대 후문 입구. 1층의 한 상점. 지붕은 쨍하게도 파랗다. Café Ooh la la! 원래 그랬지만 글자는 참으로 꼬불거린다. 울랄라의 아트프린트 컬렉션 중 하나인 ‘왼쪽 눈썹을 치켜 뜬 얼굴’은 뜨거운 아메리카노라도 담았는지 Café와 Ooh la la! 글자 사이에서 여전히 땀을 흘린다. 주황, 파랑, 빨간 의자가 카페 앞에 뽁뽁뽁. ‘캐발랄’ 내부가 훤히 보이는 유리 공간 속으로 들어갈 때는 팔을 양쪽으로 휘저으며, 왼발-왼발-오른발-오른발 리듬을 주는 까치발로 경쾌하게 뛰어 들어가야 한다.

 

디자인을 하는 정은경, 일러스트를 그리는 정예진 두 자매의 브랜드 울랄라. 문구류, 리빙 소품류에 독특한 개성을 불어 넣고 있는 울랄라의 캐릭터와 일러스트는 카페 안에서 톡톡톡 알싸한 개성을 발산한다. “쎄봉 오죠(ㄹ)흐디(C’est bon Aujourd’hui)” 오늘은 좋은 하루라며 노래하는 오로르가 벽에 걸려있고, 메모바(memo bar)로 단발 소녀와 함께 등장했던 삐에르는 테이블 위에 얼굴 노트로 자리를 잡았다. 마우스패드 그림이었던 핑크 보이, 역삼각형 몸매에 여린 마음을 지닌 스트롱 마린 보이와 그의 애완견까지, 모두모두 “회식이라도 했는지” 총출동했다. 양귀비꽃이 그려진 포피 노트에서 뒷 배경에 살짝 등장했던 타조는 형광 주황 인형이 되어 신선 놀음 중이다. 다른 애들이라면 얌전히 있으련만, 제품마다 캐릭터가 확실하고 이야기가 숨어있는 울랄라 애들은 아무도 안볼 때마다 꼬물꼬물 발가락이라도 움직이고 있을 것 같다.
카페 울랄라에 들어온 이상 이 캐릭터를 다 찾아내야 한다. “오호, 걸려있는 그림들이 모두 울랄라로군.” 하고 거들먹거리면 어디선가 대답할 것이다. “녀석, 참 똘똘하군. 찾아볼 테면 찾아봐.” 그러면 한쪽 눈썹을 올리며 이렇게 대답하자. “흐음, 이거 재밌겠는걸. 오늘 한번 숨은 울랄라 찾기라도 해볼까?”

에디터 김유진 | 사진 스튜디오 salt

공간에 담아놓으니 울랄라 애들이 더 울랄라스럽다
얘네들이 좀 그렇다. 원래 울랄라 디자인 문구가 그렇지 않나. 평범한 것 그냥 예쁘기만 한 것보다는 “얘, 모냐?” 그러면서 즐겁게 웃을 수 있는 것이 “Ooh la la~”다. 전반적으로 우리 제품에서 도드라지는 강렬하고 톡톡 튀는 컬러 매치와 팝적인 느낌이 공간에도 잘 살아난 것 같다.

듣자 하니 직접 공간을 마련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공간에 대한 건 막연한 꿈이었다. 마침 우리와 친밀한 지인이 공간을 만들면서 아트디렉팅을 의뢰하였고, 협의를 거쳐 이름부터 컨셉트까지 ‘울랄라’ 스타일이 되었다. 최근에 우리가 직접 인수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앞으로 더욱 ‘울랄라’다운 공간으로 변화할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정체성을 담으려고 했나
솔직히 공간 작업은 처음이었다. 요즘에는 워낙 예쁜 카페들이 많아서, 우리는 좀더 컨셉트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타일과 샹들리에처럼 언발란스한 소품들의 결합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내는 것이다.

그런 언발란스함이 울랄라의 정체성 같기도 하다. 불어를 사용한 브랜드에, 캐릭터 묘사는 왠지 남유럽이나 라틴 아메리카를 연상시키고, 정서는 동양적인 것 같다. 무국적 짬뽕 문화의 미학 같은 것
그런가? 좋다. 나중에 써먹어야겠다!

작정하고 만든 공간이 아니라 우연과 필연이 겹쳐 선물처럼 받은 공간이다. 그래서 처음 공간 디렉팅을 할 때, 그리고 지금 공간에 대해 어떤 것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공간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 울랄라를 아는 사람들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대학교 앞이라는 점도 좋았고. 우리의 디자인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과 얼굴을 보고 소통할 수 있다고나 할까. 그냥 꿈처럼 원했던 공간인데, 우리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어서 좋다.
울랄라 디자인에 있어서 공간은 결국 제품이나 마찬가지로 보인다. 제품이 이미 울랄라의 정체성을 즐거운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고, 그것이 그대로 공간에 드러나는 방식
2007년 초 이쪽에 첫 발을 들이고 하드 모양 메모지 등 제품 세 개를 출시하고는 거의 1년 동안 절치부심했다. 사업이고 일이니까 수익을 생각해야 했는데 유통이니 마케팅이니 전혀 몰랐으니까. 처음에 했던 빈티지 의류 쪽이나 우리가 각자 회사에서 일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더라. 지금은 문구 쪽이 돌아가는 걸 알게 된 단계다. 그러니까 한창 재미있게 일할 때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런 고민거리가 해결되고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데 있어서 특별한 제약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공간은 그렇게 즐거운 것들을 보여주는 공간인 거다.

그런 방식의 소통이 제품 만들 때와는 다른 재미겠다
그림들에게 말을 건다. 이제 작업실에만 있지 말고, 햇빛 보러 나가자. 내 그림 나만 보는 것보다,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보니까 너무 좋다. 어느 정도는 울랄라의 쇼룸처럼 꾸미고 싶기도 하다.

여기저기 울랄라 캐릭터들이 많아서 다 인사하느라고 정신이 없을 정도다
공간에 걸려있는 애들은 제품이 되지 못한 ‘실수작(?)!’ 이른바 ‘B컷’ 같은 그림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더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 울랄라 디자인을 작품이나 그림으로 만날 수 있는 셈이다.

근데 욕조와 샤워기는 뭔가
이건 그냥 취향이다. 물이 있는 카페를 너무너무 좋아해 우리 공간이 생기면 꼭 ‘물이 있어야해!’ 라고 생각했다. 샤워기는 가짜가 아니다. 물이 진짜 나온다. 저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노란색 오리 인형을 띄워놓고 싶었는데. 손님이 앉을 테이블 자리가 모자라 결국 샤워기와 욕조는 잠시 이별한 상태. 곧 재회시킬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이것만은 잘 해보자’ 는 것이 있었나
정화조를 조심하자! ‘쎄멘’ 바닥의 10평도 안 되는 좁은 공간인데 간간히 있더라. 그거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바닥 페인트 작업도 직접 한 거다.

그렇다면 공간에서 거꾸로 얻는 것도 있겠다
보다시피 테이블에는 울랄라의 ‘피에르’ 얼굴 노트가 있다. 누가 먼저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 노트에 하나 둘씩 얼굴을 꾸며 넣더라. 그 노트는 수십 개의 다른 얼굴을 가진 피에르가 되었다. 또 스프링 노트에는 많은 낙서들과 그림, 이야기들이 빼곡하다. 우리의 작업이 사람들에게 즐겁고 재미있는 상상력을 주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우리가 거꾸로 자극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