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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이름표를 달아주세요 조회수 14789
간판은 공간에 붙이는 이름표다. 공간의 정체성을 함축하고 있는 이 ‘이름표’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만, 눈에 넣고 싶을 만큼 보기 좋은 것들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한글날을 기념하기 위해 모인 25명의 작가들이 이름표 개선 작업에 나섰다. 예쁜 한글로 만든 이름표들을 한데 모아 전시를 열고 ‘도시에 한글 이름표를 달아주세요’라고 말한다.

에디터 | 정윤희(yhjung@jungle.co.kr)

KT&G 상상마당과 전시그룹 ‘글책말’이 우리 간판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간판투성이 展>을 마련했다. <간판투성이 展>은 매해 한글날마다 우리 민족의 위대한 문화 유산인 한글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알려온 ‘한글 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열리는 행사다. 2008년 2,350명 시민들의 손글씨를 디지털 폰트로 만들어 배포해 큰 호응을 받았던 <한글 손글씨, 거리를 물들이다 展>에 이어 올해는 ‘간판’이라는 소재를 통해 아름다운 한글 간판으로 우리 거리를 물들이려는 것. 간판 개선 사업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복잡하고 산만한 것’에서 ‘예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간단하지만 똑 같은 것’으로 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번쯤 눈 여겨 볼만한 전시이다.

무질서한 간판으로 가득한 우리 거리, 그에 대한 대안책인 간판 개선 사업이 만든 오히려 획일화된 풍경들. 이러한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으나 이에 머무르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 작가들의 상상력을 간판 위에 자유롭게 발휘하는 전시회로 기획되었다. 전시를 기획하고 참여한 601 비상 박금준 대표는 “소위 간판법에서 벗어나 작가 스스로 간판을 정의하도록 했다. 작가의 정체성과 자신만의 해석을 담은 간판을 예술, 실험, 공공의 대상으로서 접근하도록 한 것이다. 한글의 아름다움을 드러낸 입체적인 작업을 통해 간판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에 작가들은 그들이 사는 동네에 있는 실제 점포의 간판을 새롭게 작업하거나, 작가의 작업실 혹은 회사 간판에 한글을 입혔다. 한글이라는 주제로 사진에서부터 조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 25인의 작가 개개인의 개성이 담뿍 담긴 작품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작가들의 면면 만큼이나 간판의 형식과 소재 또한 이채로워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노라면 이 간판들을 실제 거리에서 보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들게 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금준 비상601대표는 서문에서 ‘간판은 시간과 공간과 대중과 문화를 아우르며 소통하는 디자인이며 예술’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 소개된 작품들은 전시 종료 후 실제 작가의 작업실이나 점포에 걸릴 예정이라고.

상상마당 3층 아트마켓에서 진행된 이번 전시는 작품을 벽에 걸어 전시하는 기존 전시 방식과 달리 쇠파이프로 프레임을 만들어 세운 뒤 작가들의 간판을 거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보여지는 면 뒤쪽의 모습까지 살펴볼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캘리그래퍼 강병인, 601비상 박금준, 회화작가 이목을 등 25명의 디자이너와 순수예술 작가들이 참여해 선보인 개성 넘치는 ‘한글 간판’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하려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흔히 알고 있는 형태의 간판을 벗어나, 양면을 모두 활용할 수 있거나 그림자로 완성되는 식의 이색적인 작품에 걸 맞는 형식이기도 했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로 우리 간판 문화에 창조적인 자극과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던 <간판투성이 展>. 아름다운 간판 아트워크를 통해 한글 간판은 촌스럽다는 편견을 깨고 한글이 시각적으로도 매우 아름답고 예술적 가치가 큰 문화유산임을 보여줄 계기를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