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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에서 만나는 즐거움 조회수 13826


‘자기만의 방’은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꿈이다. 온라인에서 수집책과 소규모 출판을 소개해 온 ‘유어마인드’가 드디어 꿈을 이뤘다. 서교동의 무수한 골목 중 한 골목에 자리를 잡고 책방을 열며 자기만의 방을 갖게 된 것.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처럼 막다른 골목 없이 자유롭게 이어져 있는 그 골목 안에서 작지만 남다른 소통을 꿈꾼다.

에디터 | 정윤희(yhjung@jungle.co.kr)

홍대 철길 부근 한산한 골목에 자리한 아담한 건물.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5층에 이르면 유어마인드(your-mind.com) 책방이 얼굴을 내민다. 안으로 들어서 좁고 짧은 복도를 지나면 탁 트인 창문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시다. 덥고 더운 여름임에도 그 햇살이 그저 예뻐 보일 만큼.
온라인 책방을 운영하는 한편, 제너럴닥터에서의 숍 인 숍 형태로 자기만의 방을 모색하던 유어마인드는 지난해 9월부터 아트북페스티벌, 두 번의 언리미티드 에디션, 그리고 프리마켓을 통해 오프라인에서의 소통을 시도해 왔다. 하지만 일련의 행사들은 어디까지나 남의 집을 빌린 것. 행사 주최자와 지역, 시간, 찾아오는 사람들까지 제각각이어서 차분히 머리를 맞대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이기에는 부족했다고.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책방을 꾸릴 수 있었다.


승강기도 없는 건물 5층에 찾아 든 것은 집 모양의 책장 때문이다. 벽면도 모자라 지붕까지 책장을 짜 넣을 수 있는 공간만을 찾아 다녔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지금의 공간을 찾게 되고, 공간을 구하고부터는 일사천리로 진행돼 한 달 반 만에 문을 열 수 있었다. 널찍한 창문에 바라고 바라던 책장까지 모든 것을 갖춘 유어마인드만의 방이 생긴 것이다. 낮 시간이면 햇살이 넉넉하게 들어오지만 직사광선이 아니어서 책이 바랠 걱정도 없다. 온라인에서의 자유로운 소통도 좋았지만 우선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만으로도 좋다고. “이 공간으로 인해서 벌어지는 일들이 훨씬 많아졌어요. 일을 맡기고 싶은 사람이 갑자기 찾아와 제안한다던가, 책을 완성한 사람이 무작정 찾아오기도 하고. 행동반경은 좁아졌지만 근거지가 생기니 재미있는 일들이 더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온라인에서는 유어마인드의 단골이 누구고, 뭘 좋아하는지, 또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 알 수 없었는데 여기서는 어떻게든 맞닥뜨리고 얼굴 보면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죠.”
유어마인드에서 진행해 왔던 각종 오프라인 모임들이 한층 활기차 보이는 건 역시 오롯한 공간이 생긴 덕분일 것이다. 벌써 7기째 진행되고 있는 잡지 공방부터 실크스크린 작업실, 수요갱지 클럽, Swedish Guitar Club까지 온라인에서 못다 풀었던 회포를 이곳에서 풀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유어마인드의 행보를 보면 추진력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처음 온라인 책방을 열 때부터 오프라인 책방을 열기까지 괜찮은 아이디어다 싶은 것이 있으면 오래지 않아 사람들 앞에 꺼내놓곤 했으니 말이다. “추진력이 대단하다고 하시는데,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었던 걸 하는 거예요. 사소하더라도 입 밖으로 나온 아이디어는 일단 실천하거든요. ‘밤 새는 수요일’도 그렇게 만들어진 거예요. 그렇게 해 볼까? 해보자. 이렇게 된 거죠.”
‘밤 새는 수요일은’은 매주 수요일마다 책방을 24시간 운영하는 것을 이른다. 홍대 인근에서 밤샘 작업하는 사람 중 동지가 필요하거나 적적한 사람들이 찾아와 작업도 하고 친구도 만들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았다. 책방 유어마인드는 책을 매개로, 굳이 책이 아니더라도 유어마인드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끊임없이 소통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만화책도 소설책도 모두 재미있게만 읽히던 다락방처럼 소규모출판물을 구경하는 것도, 또 직접 만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게 만들어 줄 유어마인드의 책방. 5층까지 이어진 계단이 무슨 대수랴, 이토록 즐거운 다락방을 만날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