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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 기술의 거장을 만나다. 조회수 14253

지난 9월 8일 오후, 서울 대치동 섬유센터에서는 CG 업계의 거장인 폴 데베벡(Paul Debevec) 박사의 초청 강연이 열렸다. 이번 강연은 오는 12월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아시아 최대의 컴퓨터 그래픽 컨퍼런스, ‘SIGGRAPH AISA 2010(시그래프 아시아 2010)’을 앞두고 진행된 것. 영화 〈스파이더맨〉에서〈아바타〉에 이르기까지, CG 기술의 진보를 이끌어온 폴 데베벡 박사는 CG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과 예술, 두 분야를 모두 아우를 줄 아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디터 │ 이지영 (jylee@jungle.co.kr)

〈스파이더맨〉에서부터 〈킹콩〉, 〈수퍼맨〉, 〈매트릭스〉, 〈아바타〉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특수효과는 모두 이 사람의 손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면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이 허리를 뒤로 젖히며 총알을 피하는 장면이나, 〈아바타〉에 등장한 CG 배우들의 사실적인 얼굴 표정을 표현하는데 그가 개발한 기술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매우 친숙하면서도 매번 새로운 놀라움으로 다가오는 이러한 CG 기술을 개발해온 컴퓨터 그래픽스 계의 거장, 폴 데베벡(Paul Debevec) 박사가 바로 그 주인공. 현재 사우스 캘리포니아 대학(USC,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의 컴퓨터 그래픽스 관련 교수이자 ACM(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의 디렉터를 맡고 있는 그는 HDRI(High Dynamic Range Imaging, 여러 장의 사진으로 높은 다이내믹 레인지의 이미지를 얻는 방법)와 이미지 기반의 모델링 및 렌더링 기술의 개발로 CG에서의 사실적인 표현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2009년에는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얼굴 렌더링 시스템의 개발로 아카데미에서 기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는 12월에 열릴 컴퓨터 그래픽 컨퍼런스인 ‘SIGGRAPH AISA 2010(시그래프 아시아 2010)’에 앞서 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폴 데베벡 박사를 만났다.

Jungle :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합니다.
반갑습니다. ACM(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의 디렉터를 맡고 있는 폴 데베벡(Paul Debevec)입니다. ACM은 총 34개의 다양한 컴퓨터 관련 분과로 구성된 세계적인 협회로 각 해당 분야의 새로운 기술 발전과 정보 교환에 힘쓰고 있습니다. 저는 이에 속한 많은 특화 분야 그룹 중 대표격인 컴퓨터 그래픽 분과(SIGGRAPH, Special Interest Groups on Graphics and Interactive Techniques)의 회원으로 활동 중일 뿐 아니라, 사우스 캘리포니아 대학의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 교수직을 맡고 있습니다.

Jungle : 한국 방문은 처음인가요?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그 전에도 강연이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온 적이 있거든요.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까닭은 12월에 열릴 ‘시그래프 아시아 2010’의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강연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시그래프는 1974년부터 시작해 매년 7월 또는 8월경에 미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세계 최고의 컴퓨터 그래픽 및 인터랙티브 기술 관련 컨퍼런스와 전시,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아시아 국가의 컴퓨터 그래픽 산업 발전을 위해 미국의 시그래프와는 별개로 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시그래프 아시아’가 열리고 있지요. ‘시그래프 아시아’는 2008년에 싱가포르, 작년에는 요코하마에서 개최되었는데 무려 6500만 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높은 관심을 얻고 있는 대규모 행사입니다. 이에 이어 세 번째로 오는 12월에 서울에서 ‘시그래프 아시아 2010’이 열리게 되었고요. 서울은 IT 산업이 매우 발전한데다, 굉장히 액티브한 도시인만큼 벌써부터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Jungle : 먼저, CG 분야의 전문가가 된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학창 시절부터 수학과 과학 그리고 미술 과목을 좋아했습니다. 특히 상반된 두 가지 분야를 접목시키는 것이 늘 흥미로웠지요. 처음에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 예를 들어 컵이나 철재, 플라스틱 소재 등 아주 간단한 것을 가상으로 표현하는 초보적인 단계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말 그대로 하나의 새로운 가상 세계를 만들어내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겠네요.

Jungle : 아카데미에서 기술상을 받았는데, 어떤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합니까?
물론, 지금 자세히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카테고리 별로 세세한 평가 기준이 나뉘어 있습니다. 아카데미에서는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얼굴 렌더링 시스템인 ‘라이트 스테이지 시스템’으로 수상을 했는데, 이것은 영화 〈아바타〉에 사용된 ‘디지털 에밀리 프로젝트’의 클래식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얼굴을 스캐닝(캡처)하는 과정을 통해 포토 리얼 디지털 액터를 구축하는 작업이지요. ‘라이트 스테이지 시스템’의 최대 강점은 식당, 성당, 해변 등 실내•외에 관계없이 어떤 장소를 배경으로 하더라도 얼굴이 반사하는 빛을 그대로 표현해낸다는 것에 있습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500장 정도 캡처해야 했고요. 이러한 대용량 데이터 구축의 단점 등을 보완하고 보다 업그레이드하여 완성한 최신 버전이 바로 영화 〈아바타〉에 쓰인 ‘디지털 에밀리 프로젝트’ 입니다. 무표정일 때, 크게 웃음을 지을 때, 찡그릴 때 등 모두 서른 세 개의 표정을 기준으로 삼아 얼굴로 만들 수 있는 모든 표정을 표현해내는 기술입니다. 각각의 서로 다른 표정을 두 지점으로 두고, 이 사이를 레이어링 하는 방법으로 중간 단계를 자연스럽게 나타냅니다. 더욱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운 표현을 고민하고 있고, 그런 기술적인 부분들을 꾸준히 연구 중에 있습니다. HDRI의 경우는 2006년,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의 뮤직비디오에 처음으로 쓰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이 또한 다른 작업의 기초 단계로 적용되기도 하면서 다양한 기술과 함께 응용되고 있습니다.

Jungle : 앞서 설명한 작업을 하는데 보통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나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는데, 예를 들어 현재 배우 한 명의 얼굴을 스캐닝 하는 작업은 오후 반나절 정도면 끝납니다. 각각의 표정으로 따지면 과정 하나당 약 30초 정도가 소요되는 셈입니다.

Jungle : 많은 영화의 VFX 작업에 참여했는데,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유명 배우들과 작업을 하다 보니 꽤 재미있는 일이 많았습니다. 〈아바타〉의 작업을 하면서는 주인공을 맡은 배우 샘 워딩턴(Samuel Worthington)과 친해졌어요. 먼저 연락처를 주며 술 한 잔 하자고 말했을 정도로 소탈하고 유쾌한 친구입니다. 덕분에 그가 출연한 다른 영화도 찾아보게 되고, 어떠한 평가를 내리기에 앞서 친구가 등장하는 영화로서 관심을 갖고 보게 되더군요. 그와 작업할 때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만히 정지한 상태의 표정 연기가 누구보다 탁월했다는 점입니다. 비결을 물었더니, 다른 영화를 촬영할 때 마지막 장면에서 죽은 병사를 연기하면서 거의 구십 분 동안을 꼼짝하지 않은 적이 있다고 얘기하더군요. 마치 요가를 하거나 도 닦는 사람과도 같이 큰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으면 된다고 비법을 설명해주기도 했습니다. (웃음) 또 기억에 남는 인물은 배우이자 가수인 윌 스미스(Will Smith)입니다. 그에게서는 스타성을 톡톡히 느낄 수 있었는데, 작업을 위해 나타났을 때 단 몇 십 초 만에 건물 안에 있던 모든 스텝들이 그에게 홀딱 반하고 말더군요. 순식간에 재치 넘치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고 표정 연기도 훌륭했어요. 결국, 그들이 좋은 대우를 받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반드시 ‘그’가 아니면 안 되는 역할이 있는 거겠지요.

Jungle : 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