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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예술이 작가 스스로 내면과 대화를 하면서 자아를 찾아 가는 과정에서 주로 이루어졌다면, 최근에는 작가들이 실제 삶, 그리고 그 삶 속에서 만나는 이웃에 대한 관심을 예술로 표현하는 추세다. 이런 관점에서 ‘나누며 함께 한다’는 의미로 시작된 신당창작아케이드의 ‘예술가와 함께한 7개월 간의 문화 나눔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선보이는 전시가 열린다. 이에 참여한 도예작가 임나영과 포토그래퍼 김영경을 만났다.

에디터 | 이영진(yjlee@jungle.co.kr)


이번 전시는 지난 2월 지역주민 그리고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그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기 위하여 진행된 프로그램의 결과물들을 선보이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인근 지역의 지역아동센터 두 곳(신당꿈지역아동센터, 참신나는학교)과 함께 협력하여 수업을 진행한 임나영, 김영경 두 작가와 아이들의 결과물은 10일(일)까지 여의도 한강공원, 창작공간 페스티벌 내 체험관에서 공개된다. 아이들의 손으로 직접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고, 또 그들의 눈으로 본 ‘동네의 풍경’을 담으면서,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이 아닌 자연스러운 교류의 과정을 담아낸 프로젝트를 두 작가의 인터뷰로나마 짐작해본다.



이번 프로젝트도 전부터 해오던 작업과 괘를 같이 하는 것 같다

그렇다. 안과 밖이 동일 할 수 있는 시기, 감정적인 표현에 가장 충실하면서도 가장 순수한 그 유년의 기억을 붙잡고 싶어 아이들을 관찰하고 그 이미지들로 작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이들의 얼굴을 모티브로 도자 작업을 해온 지 꽤 됐다. 그러다가 문득 다 커버린 내 머리와 눈과 손으로 예쁘고 귀여운 피사체에 집착해 그것을 그대로 흉내 내는데 그치고 있진 않을까 우려됐고,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손으로 만들어 낸 자신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했다. 그래서 신당창작아케이드 입주 공모 당시에 이런 아이디어로 장기프로젝트 기획안을 냈었다.

신당창작아케이드 운영사무국에서는 어떤 부분을 지원해주었나
이런 교육 프로그램은 과정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단기간 시행되어서는 큰 효과를 얻지 못한다. 고맙게도 운영사무국에서 작가들이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프로그램이 장기적으로 갈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해주셨다. 학교 연계 등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고맙다. 작업과 아예 다른 성격의 프로젝트였다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어서 오히려 내가 아이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이번에 아이들과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가 힘들지 않았고, 즐거웠던 이유다.


수업 방식은 어땠나

10주, 12주 동안 아이들이 스스로의 모습을 표현하는데 있어 기본적으로 내가 사용했던 작업 방식을 그대로 따르되, 최대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쳤다는 느낌보다는 작가와 아이들 상호간에 어떤 창조적 행위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났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하거나 그려본 경험이 없는 아이들에겐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그저 흙을 주었을 뿐인데 생각지 않은 유쾌한 일들이 생기고, 순수한 시선을 배우고, 특별한 창조물이 나왔다.

아이들과 함께 장기간의 프로그램을 마친 소감이 어떤가

프로젝트의 의미 자체도 좋았고, 작업에 도움도 됐다. 처음엔 기대를 거의 하지 않고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아이들에게 배우는 게 더 많았다. 수업이 끝날 무렵엔 정이 너무 많이 들어서 헤어질 때 좀 힘들기도 했다.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이라 더욱 그랬다. 어쨌거나 10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12, 10주간 나와 아이들이 만났던 시간들에 대한 기록이며 창조된 과정들에 대한 고백이다. 결과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그 과정 자체를 흥미롭게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




신당창작아케이드에 와서 작업 스타일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개념적으로 많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형식적인 측면에 집중을 했다면 지금은 점차 사회적인 맥락에 대해 생각하고, 메시지를 담으려고 한다. 초기 작업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은 이런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싶다.

무엇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일까

신당창작아케이드에 입주한 이후에 충격을 좀 받았다. 매체로 작업을 구분하곤 했는데, 이곳 사람들은 물성, 재료 개념으로 작업을 분류하더라. 그들의 뇌 구조가 궁금했다. (웃음) 한지, 금속 이런 재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사실, 사진은 굉장히 이기적인 매체다. 디렉터가 되지 않는 한 기획, 연출, 촬영까지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여기 들어와선 다른 작가,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게 되었나

이곳의 기계실과 작가들 작업실을 주제로 한 전시도 몇 번 열었고, 1년 동안 신당창작아케이드와 관련한 작업을 많이 해왔다. 이곳에서 오면서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작업에 있어 커뮤니케이션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런 것도 있었고, 참신나는학교를 직접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사회적 배려대상인 이런 아이들은 일반적인 아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육의 기회가 부족함을 절실히 느꼈다. 아무래도 문화활동이 교육의 바탕이 되지 않을까 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지원하게 됐다.



아이들과 소통하는 부분에 있어 어려움은 없었나

본래 아이들을 좀 두려워한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감동으로 마무리 되어서 다행이다. 종이 카메라를 직접 만드는 시간엔 아이들이 “선생님 과연 이게 찍혀요? 카메라 맞아요?” 라고 재차 물어봐서 당황스럽긴 했는데, 일단 데리고 나가니까 너무 좋아하더라. 나도 그 나이 또래에 노는 걸 좋아했으니 십분 이해된다. 부촌에서 학원 5~10개씩 다니는 아이들과 다른 점이라면 상상력이 굉장히 풍부하다는 정도? 수업에 도움이 많이 됐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고 방식이 열려있다. 나의 선입견일 수도 있겠지만.

수업은 어디에 중점을 두었나

아이들에게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아날로그의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어서 직접 만든 종이 카메라로 걷는 행위를 통해서 그들의 순수한 시선을 기록으로 남겼다. 아이들에겐 익숙한 공간이다 보니, 사진을 찍는 과정을 통해 다른 각도에서 보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어떤 행동을 하던지 말라고 최대한 규정을 짓지 않으려고 했다. 사진을 찍을 때도 수직, 수평을 꼭 맞춰야 하고 그렇게 가르치는 교수님들이 나도 정말 싫었기 때문이다. 최대한 말을 아끼고 아이들이 상상력을 최대한 펼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번 전시에서 아이들의 결과물을 어떤 식으로 보여줄 계획인가

아이들의 사진은 1800년대 중후반 유행했던 픽토리얼리즘(pictorialism)을 연상시킨다. 그에 반해 나의 기계실 사지은 굉장히 즉물적이다. 이 두 결과물은 대척점에 있지만 신당창작아케이드라는 공간에서 생산된 이미지라는 공통점을 보여줄 것이다. 사실, 결과물은 별로 볼거 없지만 과정 자체에 중점을 두고 보면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