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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적인 조각, 집이 있는 풍경 조회수 15223

예외가 없지 않지만, 정광식의 조각은 흔히 또래 세대의 조각가들이 그렇듯 소위 모더니즘 서사로 부를 만한 준칙을 따르고 수행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주지하다시피 모더니즘 서사는 장르적 특수성에 천착하는 한편, 내용적인 측면보다는 형식적인 요소들에 의해 장르적 특수성이 보장된다고 본다. 이를 조각의 경우에 적용시켜보면, 양감과 질감, 물성과 구조와 같은 개념들이 조각의 본질을 위해 호출되고, 이 개념들에 의해 비로소 조각의 특정성은 보장되고 극대화된다고 본 것이다.

조각 | 정광식 평론 | 고충환(Kho, Chung-Hwan 미술평론)



작가의 작업에서는 이를테면 정방형으로 반듯하게 자른 돌의 표면을 광택 마감한 석판과, 오돌토돌한 미세요철로 마감한 석재를 대비시킨다거나 하는 것이 그렇다. 여기서 광택 마감된 석판의 질감은 돌 공장에서 출고된 상태 그대로의 질감에 가깝고, 요철효과 역시 석재 고유의 표면재질을 닮아있다. 비록 작가가 개입하고, 간섭하고, 연출한 것이지만, 사실은 작가의 간여가 무색할 정도로 재료 자체의 본성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 일련의 작업들에서 작가는 말하자면 자연 상태 그대로의 질료를 변형시키고 변질시켜 그 무엇인가를 표현하고자한다기보다는 가급적 표현 욕구를 자재함으로써 오히려 재료 자체의 본성이 더 오롯해지는 방식과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일련의 프로세스를 통한 형상과 구조가 단순한 외형을 띠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 중에는 속이 오목하게 파여진 무슨 용기(그릇) 같은 형태도 있는데, 용기야말로 철저한 기능주의의 산물이지 않을까 싶다. 가장 기능적인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 기능주의 조형개념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 용기임을 인정한다면, 작가의 작업에 엿보이는 용기를 닮은 형상이 갖는 미학적 의의 역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말하자면 어떻게 재료의 본성을 극대화할 것이며, 더불어 조각의 본질을 획득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작가의 전작의 기저에 깔려있는 것이며, 이는 그대로 자연주의(자연 상태 그대로의 질료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와 미니멀리즘(기능주의가 미학적으로 구현된)의 미의식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후 작가의 작업은 관계(그 질감이 다른 석재와 석재를 대비시키는 방식과 관련된)와 구조(심플한 형태로 나타난)로부터 행위에 주목하는 것으로 변화된다. 즉 조각이 가능해지는 근거는 무엇이며, 누가 그 근거의 준거로써 작용하는가(누가 조각을 만드는가). 재료의 물성이, 재료의 숨겨진 본성이 드러나 보이는 것은 어떤 계기에 의해 가능해지는 것인가. 그 계기는 재료와 주체와의 관계에 의해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이며, 그 관계를 매개시켜주는 것이 주체의 행위이며, 이는 그대로 재료에 가해진 주체의 흔적, 행위의 흔적으로서 나타난다. 이로부터 유래한 것이 반복과 중첩이다. 마치 종이에 연필로 드로잉 하듯 석판과 목판에 그라인더 톱으로 일련의 선을 새겨(떠내는?) 반복 중첩시키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의식을 반쯤 놓은 상태에서 몸이 그리게 한 것이다. 이렇듯 의식이 그린 그림에서보다는 몸이 그린 그림에서 행위의 흔적은 더 잘 드러나 보이는 법이다(작가의 근작은 조각이면서도 동시에 회화적인데, 이런 회화적 조각은 이미 이 단계에서 예시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작가는 행위 자체가 만들어내는 흔적과 궤적에 빠져드는데, 이는 그대로 의식이 지워지고(의식의 무화) 몸의 습성이 오롯해지는 과정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다.

작가는 이렇듯 균일한 선들이 반복 중첩된 석판과 목판 작업을 해오던 와중에 아마도 우연한 계기로 그라인더의 각도를 더 비스듬하게 눕혀본다든지, 힘의 세기를 더 강하게 조절해 더 깊이 파본다든지, 비정형의 선들을 통해 균일한 선들이 어우러진 패턴을 깨트려본다든지, 마치 날실과 씨실로 직조하듯 선들을 격자로 중첩시킨다.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석판의 표면에는 그라인더가 지나간 자국이 새겨지고, 표면과 표면 사이에 돌이 그 속살을 드러내며 골이 생긴다. 작가는 오석의 석판을 사용하는데, 무자비한(?) 그라인더 톱날에 견딜만한 강도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광택이 나는 검은 색의 표면과 돌의 속살과의 대비가 더 잘 두드러져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가는 흡사 비정형의 크고 작은 스크래치와도 같은 이 자국들, 흔적과 궤적들을 쳐다보면서 그 속에서 집을 찾아낸다. 요철부위 중 돌출부분이 집을 닮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아크릴로 그 집에 벽체를 그려 넣고 창문을 그려 넣었다(지붕은 이미 광택 마감된 검은 색의 표면으로 구현된 터였다). 이렇게 화면에선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군락을 이루고 있는가 하면, 저 홀로 외떨어진 집도 있고, 그 집들 사이로 길이 지나가고, 크고 작은 강이 흐른다. 마치 부감으로 조망한 지도를 클로즈업한 것 같은 장대한 풍경(정경)의 스펙터클이, 파노라마가 펼쳐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집일까. 그 형태는 비록 우연하게(혹은 우연찮게) 집을 닮았지만, 엄밀하게는 다른 형상을 떠올릴 수도 있는 것이며, 집이 아닌 다른 무엇이어도 무방한 것이며, 이도저도 아니면 그저 비정형의 스크래치로, 재료 자체의 물성으로 남겨질 수도 있는 것이었다. 결국 좀 과장시켜 말하자면 우연한 형상으로부터 집을 발견하고 유추해낸 것은 작가의 몫이다. 재료의 본성과 조각의 본질, 재료와 주체와의 관계와 그 관계를 매개시켜주는 계기로서의 행위와 그 흔적을 추적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불현듯 그 물적 형식(현상)이 떠올려주는 형상성의 세계, 이미지의 세계, 일루전의 세계로 들어선 것이 아닐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재료의 본성도, 조각의 본질도, 행위의 흔적도 결국에는 하나같이 정체성의 문제로 귀결되며, 집은 그 정체성이 귀속되는 지점이며 장소다. 말하자면 재료는 형상의 집이며(에이도스 곧 완전한 형상이 돌 속에 이미 들어있다는 신념과 관련이 깊은), 조각은 구조의 집이며(도날드 주드의 최소한의 구조 개념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은), 행위 곧 몸은 주체(존재)의 집이다. 작가의 조각에 나타난 집은 비록 집과의 현저한 닮은꼴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이처럼 단순한 집을 재현한 것에 머물지 않고, 동시에 그 계기가 재료와 조각과 주체(존재)의 본성에 두루 연동돼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 일련의 작업과정에서는 파석들이 생겨난다. 석판 위를 그라인더로 새겨나가는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잔돌들이다. 작가는 대개 그 크기와 형태가 어슷비슷한 이 잔돌들을 모아 추상화의 패턴을 만들기도 하고, 양식화된 꽃문양을 재구성하기도 하는데, 주로 평면화(저부조?)의 방식으로 구현된 것들이다. 때로 그 형상은 입체로 실현되기도 하는데, 낱낱의 잔돌들을 중첩시켜 깃털을 재구성해낸 거대한 새 형상의 작업이다. 일종의 의태(형태적 유사성)에 착안한 경우일 것이다. 그런가하면 또 다른 입체 작업들에서 작가는 자연석 그대로의 우연한 형태를 봉우리나 절벽 삼아 그 정상 부위에 집 형상을 포치한다. 절벽 꼭대기에 위치한 그 집은 수도원처럼 보이고, 현세로부터 멀찌감치 동떨어진 내세의 왕국처럼 보인다(중세 수도원이 위치해있는 절벽은 요새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실적 욕망의 방책? 금욕주의?). 아마도 작가가 생각하는 이상향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렇듯 정광식의 작업은 조각이면서도 회화적이란 점에서 일종의 회화적 조각을 실현한 경우로 볼 수 있다. 평면으로 나타난 석판이 그렇고, 그 표면에 새겨진 그라인더 자국이 떠올려주는 드로잉과의 유사성이 그렇고, 더욱이 여기에 채색마저 더해진 작업의 생리가 회화의 생리를 닮아있다. 대략 엠보싱이나 돋을새김 그림(요철화) 그리고 저부조 형식의 작업의 언저리에 위치지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주요 모티브로 치자면 집을 들 수 있는데, 그러나 그 집은 단순한 재현의 논리를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재료(석재)의 본성과 조각의 본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맞닥트려진 것이란 점에서 상대적으로 더 유기적이고, 가변적이고, 암시적인 의미론적 스펙트럼을 향해 열려있다. 일단 집이 있는 풍경으로 나타난 작가의 형식실험(이를테면 조각과 회화, 입체와 평면의 경계를 허무는 것과 같은)은 추후 또 다른 형식으로 심화되고 변주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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