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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하드 스투피드 웨이(LONG HARD STUPID WAY) / 디자이너 박철희의 타이포그래피 포스터 조회수 16573

디자이너 박철희의 타이포그래피 포스터, 롱 하드 스투피드 웨이

기사제공│월간 CA 10월호


작업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롱 하드 스투피드 웨이(Long Hard Stupid Way)>라는 제목의 포스터이다. 타이포그래피 수업의 과제로 제작했다. 수업의 주제는 디지털 작업 안에서 공예가 어떤 의미인지 탐구해보는 것이었다. 과제는 주제를 포스터 한 장으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었다.

어디서 영감을 얻었는가?
평소 자주 가던 식당에 철로 만들어진 기괴한 창문 장식이 있었다. 그 장식은 소용돌이 모양의 당초무늬 형상을 띠고 있었다. 그런데 당초무늬를 포토샵에서 가로로 쭉 늘여놓은 듯한 모습인 점이 특이했다. 나는 창문 장식을 맡은 제작자가 당초무늬 디지털 이미지를 다운 받아 포토샵을 이용해 주욱 늘리고, 그것을 장인에게 맡겨 주물을 뜨고, 쇠를 담금질해서 만들었을 것이라 상상했다. 여기서 영감을 받아 디지털로 이미지를 왜곡시키고, 그 작업을 디지털 도구를 가지고 공예적으로 작업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작업 과정에 대해서 듣고 싶다.
우선 일러스트레이터 툴 중 가장 공예적인 툴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고민 끝에 나이프 툴을 선택했고, 나이프 툴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일주일 동안 연습하고, 2주에 걸쳐 검정 사각형을 깎아나갔다. 이미지는,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 그리곤 하는 사과를 가져와 그걸 옆으로 쭉 늘렸고, 서체도 포스터에 가득 차도록 쭉 늘렸다. 그 이미지를 얹은 상태로 검정색 사각형을 타블렛을 사용해 나이프 툴로 깎아서 완성시켰다.

작업 과정이 재밌다. ‘디지털을 통한 공예’를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 작업 이후에 공예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공예라는 것은 능숙한 손기술이 필요한 것인 것 같다. 예를 들면, 목수가 도구를 자기 손처럼 사용하듯이, 나는 단축키나 마우스를 내 손처럼 다룸으로써 내 기술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아쉬운 점은 3주에 걸쳐 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평면적인 디지털 작업이다 보니 실물 제작에 비해 공들인 느낌이 덜 났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3주 동안 밤을 새가면서 작업한 결과물이다 보니 여지껏 만들었던 작품들 중에 가장 뿌듯함을 느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