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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 예술을 말하다 다섯 작가를 통해 만나본 <의미의 패턴> 조회수 14996

언제 어디서든 우리는 패턴과 마주하고 있다. 방안의 꽃무늬 벽지부터, 티셔츠 위에 프린트된 기하학 패턴까지,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패턴들은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다기보다는 단순히 빈 공간을 장식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에서 열리는 ‘의미의 패턴'전은 패턴을 단순 장식이 아닌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재조명한 전시이다.

글│ 김승화 객원기자(hwa8910@gmail.com)
자료제공│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사람들의 인식 속 패턴의 의미는 목적에 의해 창조되는 행위로 자리 잡아왔다. 예술작품이라 하면, 작가가 감상을 목적으로 자신의 생각이 담긴 오브제를 만들거나 그림으로써 관람객들이 작품의 뜻과 의도를 생각하도록 한다. 단, 패턴의 경우는 다르다. 패턴 그 속에 특별한 의미를 담았다기보다는 특정한 무늬나 사물들을 규칙적으로 나열함으로 그림이 완성되는, 장식의 의미에 가까웠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의 생각을 뒤엎기라도 하듯 의미가 담겨있는 패턴들을 작품으로 등장시켰다.

김동유, 김인, 문형민, 서은애, 이중근. 이 다섯 명의 작가가 참여한 전시에서는 서로 다른 내용과 뜻을 가지고 있지만 패턴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예술작품을 볼 수 있다. 각각의 작품들은 하얀 공간을 장식할 뿐만 아니라 관람객들에게 그 속에 담긴 디자인의 의미와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패턴으로서의 기능과 예술작품으로서의 기능 모두를 충족시켜준 셈이다.

1 전시실에는 우리가 많이 접했던, 일반적인 이중근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작품을 좀 더 세세히 들여다보면, 세련된 겉모습과는 다르게 신체부위와 우스꽝스러운 포즈 등을 이용해 패턴을 구성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전체와 부분의 배반이라는 측면을 표현했으며 의미를 부분적으로 드러내 숨기는, 고전적 미술의 속성도 표현했다.

김동유의 작품은 유명인사들의 초상사진을 픽셀로 구성해 전체 이미지가 보이도록 했다. 이미지 전체를 보면 하나의 인물로 보이지만, 그 안을 세세히 들여다 보면 큰 그림을 구상하는 작은 이미지들이 사실은 각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서양의 캔버스 회화에 기본이 되었던 그리드 구조와 픽셀구조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해석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3 전시실에는 집안 곳곳에서 볼 수 있음직한 사물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배열해 패턴을 형성한 김인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주변에 항상 함께 있었던, 자연스러운 사물들의 다양한 모습과 표현들을 다시 한번 살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문형민의 작품은 우리가 잡지에서 볼 수 있는 단어들을 통계화한 후, 그 단어를 특정 색채로 변환해 칠한 작업을 했다. 추상적이고 세련된 첫 이미지와는 달리 전혀 예상치 못한 다른 뜻이 담겨있는 이 작품은 전시의 주제를 가장 부각시킨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서은애는 벽지라는 오브제를 선택해 과거 조상들이 벽지를 통해 자연의 풍경을 느끼려 했던 것처럼, 자연의 풍경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그려 넣음으로써 패턴을 생활 속에서 즐기고자 시도했다.

이번 전시 속 다섯 작가를 통해 만나본 ‘의미의 패턴전’이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바로 패턴과 예술의 연결지점이었다. 이는 패턴의 특성을 이용해 각자 상이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작가들의 의도를 찾아봄으로써, 패턴이 장식에만 그치는 단순한 시각적 행위가 아닌 의미를 담고 있는 디자인과 예술로서의 가능성을 열어 준 전시였다.

오는 10월 1일까지 헤이리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에서 열리는 본 전시를 통해 유관한 듯 하지만 서로 다른, 다양한 분야가 예술적 가치를 얻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