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사이트 랩(Parasite Lab) | 조회수 | 171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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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새로운 사람과 만나고 일부와는 긴 인연을 이어간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늘 새로운 제품을 맞이하고 이중은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것이 된다. 이처럼 우리는 늘 새로운 것들과 관계를 맺고 공생하며 살아간다.
이제 막 시작하는 ‘패러사이트 랩(Parasite Lab)’은 다른 상대를 숙주로 삼아 삶을 영위해 나가는 기생이라는 개념을 관계라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디자인에 녹여냈다. 숙주 제품에 기생하지만 함께 있을 때 더 큰 가치를 발휘하는 그들이 만들어낸 ‘기생품’에 대하여
(좌로부터) Parasite Lab 홍성환, 이택경, 송유진
안녕하세요. Parasite Lab 소개 부탁드려요. 이택경(이하 L) 안녕하세요. 저희는 송유진, 홍성환, 이택경 세 명의 젊은 디자이너가 ‘기생(Parasite)’이라는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연구소입니다.
홍성환(이하 H) 뜻 그대로 기생을 연구하는 연구소입니다. 기생을 연구한다고 하면 다들 ‘기생충’에 대해 탐구하는 곳으로 생각하세요.
©Parasite Lab
다른 제품에 기생해서 제 역할을 하는 제품이라는 콘셉트가 독특합니다.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나요? H 최근 발표된 제품디자인 프로젝트를 보면 변화하는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신기술이 융합된 형태입니다. 이러한 방향성은 어쩌면 제품디자인의 시대적 흐름이자 주류라고 생각합니다.
송유진(이하 S)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처럼 제품들도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생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숙주제품에 대한 조사부터 꼼꼼하게 이뤄져야 했을 것 같아요. 디자인 콘셉트부터 제작 과정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S 숙주제품의 고유 기능과 관련된 기생제품을 디자인하다 보니 다 같이 머리를 싸매면서 아이디어를 쭉 나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Parasite Lab
수많은 아이디어와 회의 끝에 만들어진 제품들이 궁금해요. L 기생품은 3가지의 기생 형태로 분류됩니다. 각 분류별 대표적인 제품을 하나씩 소개해 드릴게요. 첫 번째는 스탠드 옷걸이에 기생하는 버섯 트레이입니다. 우리는 겉옷을 옷걸이에 걸기 전 주머니 속 소지품을 꺼냅니다. 이때 자연스럽고 편리하게 옷걸이 기둥에 기생하는 버섯 트레이에 소지품을 올려놓을 수 있습니다. 숙주가 갖는 공간적인 장점을 이용한 기생품입니다.
버섯 트레이 // 숙주품 : 옷걸이 / 크기 : 110x110x125 / 기생 형태 : 공간 기생 / 서식지 : 행거의 기둥©Parasite Lab
H 두 번째 튤립 디퓨저 워머는 무선공유기를 숙주로 삼는 기생품입니다. 24시간 작동하는 무선공유기에서는 심한 발열이 발생합니다.
튤립 디퓨저 워머 // 숙주품 : 무선공유기 / 크기 : 110x110x78 / 기생 형태 : 에너지 기생 / 서식지 : 무선공유기 위©Parasite Lab
S 세 번째는 드라이기의 뜨거운 열과 바람을 뺏어서 활동하는 선인장 양말건조기라는 기생품입니다.
선인장 양말건조기 // 숙주품 : 드라이기 / 크기 : 55x65x160 / 기생 형태 : 기능 기생 / 서식지 : 드라이기 송풍구©Parasite Lab
제품들이 부드러운 곡선의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형 디자인은 어떻게 나오게 되었나요? S ‘기생’이라는 관점으로 제품을 해석한 만큼 기존의 제품들이 가진 정제된 공산품의 느낌이 아닌 자연물을 메인 레퍼런스로 삼았습니다.
H 하지만 직접적인 기생충의 이미지는 굉장히 강렬했습니다. 그래서 전자 현미경으로 바라본 규조류의 형태 및 색감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기생이라는 단어가 안 좋게 쓰일 때가 많아요. 이런 선입견이 문제가 되진 않았나요? S 저희도 프로젝트 북을 진행하면서, 사람들에게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대부분 ‘얌체 같다’는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전시에서 직접 사람들을 만났어요. 반응이 어땠나요? S 현장에서 다양한 연령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에게 기생품에 대해 설명하면서 즉각적인 반응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같은 제품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이 저희 프로젝트를 흥미있게 보셨어요.
디자인 프로젝트 북을 선보였어요. 제작 동기가 궁금합니다.
우리는 ‘기생품’에 대한 결과물을 책으로 만들고 공유하는 시도를 통해 한국 디자인계에 대한 깊이 있는 발전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S 사실 저희가 생각한 관점에 대한 이야기는 단순히 제품 이미지만으로 보여주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기생이라는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우리 주변의 많은 행태가 기생으로 해석될 수도 있잖아요? 프로젝트를 좀 더 크게 바라보면 제품디자인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메타디자인적인 이야기도 정리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기생품 프로젝트 북 <기생의 발견 : 기생품>©Parasite Lab
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요? H 기생품 디자인프로젝트 북인 <기생의 발견 : 기생품>은 크게 Part 1 : 기생의 발견, Part 2 : 기생품, Part 3 : 디자인 프로세스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기생이라는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에 대한 메타적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SNS에서 흔히 사용하는 ‘#’ 해시태그 같은 경우 SNS 속에서 기생하는 하나의 기능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저들은 그 해시태그를 활용해서 다양한 키워드에 스스로 피드를 ‘기생’시키기도 합니다. 때로는 전혀 연관 없는 태그를 통해서 말이죠.
S 두 번째 파트에서는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기생품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개론을 포함하며 각각의 제품들에 대한 이미지와 설명이 있습니다. 마지막 3부에서는 기생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겪어온 과정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형상을 수정하고 1:1 Scale로 출력해보고, 또 실제로 부딪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디자인 목업에 관련한 과정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Parasite Lab의 제품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나요? S 기생품을 재미있고 신선한 프로젝트라고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관점을 약간 달리하면 전혀 특별할 것 같지 않던 것들도 그 무엇보다 특별해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www.behance.net/gallery/74465837/Parasitic-Product-
에디터_ 김영철(yckim@jungl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