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의 시간을 아름답게 | 조회수 | 29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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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살랑 바람이 불고, 산과 들에 꽃이 만발하다. 욕실에도 개나리와 진달래가 핀다. 어디 꽃뿐이랴. 산 정상에서 느꼈던 청량한 공기, 몸에도 피부에도 좋은 건강한 식재료, 앙 깨물고 싶은 케이크 한 조각까지, 참으로 편안하고 예쁜 풍경들이 펼쳐진다. 비누 안에서 말이다.
한아조의 봄꽃비누_ 개나리진달래
한아조는 다양한 재료로 건강하고 예쁜 천연비누를 만든다. 디자이너이자 솝퍼(Soaper)인 조한아 대표가 행복에 대해 고민하다 휴식에서 답을 찾고 휴식의 순간들과 함께 하고자 만든 브랜드다.
천연재료를 활용한 색의 조합은 부드럽고 온화하다. 마치 한 편의 그림 같은 비누는 시간이 갈수록, 닳는 모양에 따라 또 다른 매력을 뿜어낸다. 작아진 비누들을 하나로 합치면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비누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떨림은 비누가 사라질 때까지 이어진다.
일정한 크기와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비누들을 위해 남겨지는 자투리 비누들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보여준 ‘퍼그램 프로젝트’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제각각 모두 다른 형태, 개성 있는 모습의 비누들은 아트 오브제를 떠오르게 한다. 남는 것을 쓰임에 활용하고, 필요한 만큼의 크기를 골라 구매할 수 있어 합리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거품망 파우치
사용하다 작아져 버린 조각들을 모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거품망 파우치는 비누 한쪽이라도 낭비 없이, 예쁘게 쓰고 싶은 마음을 콕 찝었다. 경험하지 않고서는 만들 수 없는 이 세심한 아이템이 마음을 더 끈다.
모양, 색감, 이름, 어느 하나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한아조의 비누 이야기.
Q. ‘한아조’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별것 아닌 것들이지만 쉬는 시간이 더할 나위 없는 행복감을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 당시에는 연애를 하고 있었는데요, 지금은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기니까 휴식의 소중함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어요. 나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긴밀하게 연결된 이 ‘휴식’과 관련된 일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시작됐고, 이 소중한 휴식의 순간들과 함께 할 물건을 만들기로 했어요. ‘Pause Your Life’를 모토로요.
Q. 이렇게 예쁜 비누를 만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씻는 시간이 좋아요. 그래서 이 좋은 천연비누가 아름답고 의미 있는 제품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만들어보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놀랄만한 천연비누를 선보여야겠다는 결심이었죠. 한아조의 모토인 ‘Pause Your Life’의 첫 아이템으로 천연비누를 선택하게 된 거예요.
테라조(Terrazzo). 버려지는 돌조각을 활용한 인조석 테라조의 제작원리와 같이 작은 비누 조각들을 모아 더 멋진 디자인으로 탄생시킨 한아조의 테라조 비누.
테라조_ 문(moon)
Q. 어떤 마음으로 비누를 만드시나요?
Q. 디자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비누가 어떻게 제작되는지 궁금해요.
하지만 색을 정하는 것은 실제로 비누가 만들어지는 일에 1%도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비누의 95% 이상은 베이스 오일로 이뤄져 있는데, 피부타입에 맞게 레시피를 정하고, 테라피 효과를 더해줄 에센셜 오일로 블렌딩해서 향을 만들고 효능을 더해줄 천연 분말들을 첨가하죠. 그런 다음 어떤 모양의 비누를 만들지 그림을 그려요. 첨가될 천연재료를 이용해서 최대한 예쁜 색상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비누의 콘셉트와 맞는 재료, 재료와 어울리는 색감을 찾는 일을 거치고 나서 디자인이 완성돼요.
첫인상이 되는 이름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름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직감이지만 이름을 정해야 할 때는 그동안 접했던 소설이나 시 또는 음악, 영화, 전시 등 문화 예술 분야에서 영감을 받는 경우도 많아요.
Q. ‘구름아래’, ‘멘델의 분홍’, ‘바다수영’, ‘오늘도 초콜렛’은 색의 조합도 예쁘고 형태가 마치 케이크의 단면같아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나요?
Q. 레시피 시리즈는 색감과 모양이 모두 예뻐요.
Q. ‘퍼그램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이런 자투리 비누들은 우리 집 욕실로 가서 모든 가족 구성원들에게 풍성한 씻을거리를 제공하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예요. 얼굴과 몸뿐 아니라 세 살 난 아들의 내복을 빨기도 하고 속옷 빨래를 하기도 하죠. 비누를 직접 만들고 써온 지 5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새 비누를 뜯을 때면 남겨진 자투리 비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제작 양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고, 이 많은 자투리 비누들을 우리 가족이 쓰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요. 유통기한이 짧은 천연비누를 제때 쓰지 않으면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어요.
이 자투리 비누들의 소중함을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하게 소개하고 싶었어요. 퍼 그램 프로젝트를 통해 더 합리적인 가격에, 사고 싶은 만큼 필요한 무게대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비누를 제공하는 것이죠. 프로젝트의 수익금 일부는 환경단체에 기부될 예정이에요.
미니멀하면서도 절묘한 비율을 추구하는 패키지 디자인
한아조×국립중앙박물관 예르미타시 박물관전 컬래버레이션. 명화가 떠오르는 이 비누는 모네의 〈지베르니의 건초더미(Haystack at Giverny)〉를 표현한 비누다.
한아조×디뮤지엄 ‘Whe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컬래버레이션
Q. 지금까지의 컬래버레이션 작업 중 기억에 남는 특별한 작업이 있으시다면 소개해주세요.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