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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형의 건축미가 돋보이는 ‘루이비통 메종 서울’ 조회수 21250

한 척의 배를 연상시키는 구겐하임 미술관. 1997년 10월 18일 문을 연 구겐하임은 스페인 빌바오(Bilbao)의 랜드마크로 연간 130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세계적 명소가 됐다. 그 중심에는 ‘해체주의의 거장’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있다.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 미국 LA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등을 설계한 캐나다 출신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는 1989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했다.

그는 “건축은 본질적으로 3차원의 오브제(object)인 까닭에 조각이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전통적인 건축형태로부터의 과감한 이탈을 주도하고 있는 건축물을 창조한다.

 

현대 건축의 거장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루이비통 메종 서울' 

 

 

프랭크 게리와 루이비통의 만남 
현대 건축의 거장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루이비통 메종 서울’이 청담동에 오픈했다.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프랭크 게리의 작품으로, 건물 전면에는 유선형 유리 블록을 쌓아 한눈에도 그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프랭크 게리는 한국의 역사가 담긴 수원화성의 설계와 부산 동래학춤의 우아한 움직임에서 받은 영감을 접목해 한국적이면서도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담은 건축물을 설계하였다. 루이비통 메종 서울은 파리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Fondation Louis Vuitton)’의 형태와도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자유로운 곡선, 독특하고 유머러스한 형태 등 그의 창조적 디자인 개념에서는 건축 디자인에 인간이 가지고 있지 못하는 자연 이미지를 그대로 반영하려는 시도와 함께 기존의 사고 형식을 깨뜨리는 자유로운 형태를 엿볼 수 있다. 

 

'루이비통 메종 서울' 외관전경

 

 

루이비통 메종 서울은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총 5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그재그 형태의 입구와 쇼윈도를 시작으로 테라스까지 건물의 구조 전체를 덮고 있는 유리와 상부의 일렁이는 루버 형식(louvered)의 유리 판넬들이 어우러지면서 채광을 극대화한다. 
파격적인 곡선의 창조자로도 불리는 그의 명성처럼 기존 건축의 개념을 깬 곡선 비정형 구조와 특수 유리 등을 외장재로 활용한 미래형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하얀 석조로 이뤄진 건물 벽과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계단으로 개방감을 더한다. 
구겨진 종이를 연상시키며 다채로운 컬러감이 돋보이는 나무 조각의 조형물은 루이비통 메종 오픈을 기념하여 프랭크 게리가 고안한 스페셜 쇼윈도이다. 

 

'루이비통 메종 서울'  내부전경

 

 

헤리티지를 담은 공간 
루이비통 메종 서울의 내부 인테리어 설계는 샤넬, 루이비통, 불가리, 디올 등의 매장을 디자인한 피터 마리노(Peter Marino)가 담당했다. 건축가 겸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그는 높은 층고가 돋보이는 입구부터 아늑한 라운지에 이르기까지 ‘루이비통 메종 서울’의 공간마다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미시언(Miesian) 방식으로 설계된 인테리어를 선보인다. 

 

다채로운 컬러감이 돋보이는 나무 조각의 조형물이 설치된 쇼윈도

 

 

차분하고 환한 분위기의 지하 1층은 루이비통 남성 컬렉션을 선보인다. 루이비통 여성 컬렉션을 만날 수 있는 1층과 2층 공간은 의류, 가죽 제품, 액세서리, 워치 컬렉션 등이 자리하고 있다. 2012년 처음으로 선보인 오브제 노마드(Objets Nomades) 컬렉션 역시 국내 최초로 상설 전시된다. ‘루이비통 오브제 노마드’는 하우스의 철학인 여행 예술을 재해석한 독창적이며 우아한 오브제 컬렉션이다. 아틀리에 오이(Atelier Oï), 캄파나 형제(Campana Brothers), 로우 에지스(Raw Edges) 마르셀 반더스(Marcel Wanders), 안드레 푸(André Fu) 등을 비롯한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오브제가 설치돼 메종의 인테리어 디자인에 다채로움을 더한다. 3층 공간은 프라이빗 살롱 공간으로 맞춤형 쇼핑 경험과 예약제로 운영된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오브제가 설치된 '루이비통 메종 서울' 내부전경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은 4층에 있다. 에스파스 루이비통은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의 전시 프로젝트 ‘미술관 벽 너머(Hors-les-murs)’의 일환으로, 일본 도쿄와 이탈리아 베네치아, 독일 뮌헨, 중국 베이징에 이어 서울에서 진행된다.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은 현대미술을 비롯해 동시대 미술 작가에게 영감을 준 20세기 작품을 소개하며, 전시를 통해 더 많은 대중이 예술과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해오고 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전경

 

 

‘예술은 어디에나 있다(art is everywhere)!’
루이비통 메종 서울 내에는 예술 작품과 루이비통의 역사를 반영하는 아카이브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각층에는 마크 하겐(Mark Hagen), 마르셀로 로 귀다이스(Marcello Lo Giudice), 브랜든 스미스(Brendan Smith), 루이지 매놀피(Luigi Mainolfi), 마틴 클라인(Martin Kline), 하모니 해몬드(Harmony Hammond), 베르나르 오베르탱(Bernard Aubertin), 안젤름 라일(Anselm Reyle) 등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외에도 아틀리에 장인이 상주해 루이비통의 가죽 제품과 하드사이드 러기지 제품에 이니셜을 새기거나 특별한 수작업 페인팅 서비스 등의 개인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시 전경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에서는 이번 메종 개관을 기념하기 위한 첫 전시로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의 조각을 선보인다. 자코메티는 스위스 보르고노로 출생의 조각가로 주로 추상적, 환상적, 상징적, 전율적인 일련의 오브제(objet)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루이비통 재단이 소유한 〈키가 큰 여인Ⅱ〉, 〈베네치아의 여인Ⅲ〉, 〈걸어가는 세 남자〉, 〈장대 위의 두상〉, 〈남자 두상 시리즈〉, 〈쓰러지는 남자〉 등의 작품 8점이 전시된다. 

 

〈키가 큰 여인Ⅱ〉 1960 ⓒ Succession Alberto Giacometti (Fondation Alberto et Annette Giacometti, Paris) 
ⓒ Adagp, Paris 2019 Photo credits: ⓒ Fondation Louis Vuitton/Marc Domage 

 

 

전시장 중앙에는 작은 머리와 거대한 발을 가진 작품 〈키가 큰 여인Ⅱ〉가 설치되어 있다. 높이 2m 77㎝로 자코메티의 작품 중 가장 큰 조각이다. 그의 작품은 인물을 가늘고 길게 표현하여 모호하고 신비스러우며 냉정한 인상을 준다. 바로 옆에 설치된 〈베네치아의 여인Ⅲ〉 또한 인물의 형태적 특징을 최소화해 가장 보편적인 모습으로 인간과 인간성을 상징했다.
인물 모델 탐구에 오롯이 전념하며 창작 활동 당시 가졌던 완벽주의에 대한 강박관념을 느낄 수 있다. 
자코메티는 인간의 절대 고독과 상처를 조각으로 빚어냈는데, 이는 작품 〈걸어가는 세 남자〉에서 엿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재건 시기, 다시 활기를 찾아가는 파리의 거리에서 작가가 느낀 실존적 고독을 담아내고자 했다. 

 

인간의 본질을 조각으로 재현해낸 실존주의 예술의 거장인 자코메티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2020년 1월 19일까지 진행된다.

 

에디터_ 한혜정(hjhan@jungle.co.kr)
사진제공_ 루이비통 코리아

출처_디자인정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