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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디자인의 새로운 역사를 쓴 특별한 방식 조회수 20146

나무로 의자를 만드는 방법 하면 대게는 나무를 자르거나 깎거나 붙이는 방식을 떠올린다. 하지만 나무를 구부려 부드러운 곡선으로 의자를 만들 수도 있다. 나무를 구부려 의자를 만드는 것이 어떤 모습일지 잘 상상이 가지 않지만, 이미 우리는 수없이 그 의자를 접해왔다. 유럽의 노천카페나 레스토랑에서 보아왔던 바로 그 의자들이다. 

‘체어 14’. 유럽의 카페에서 많이 보았던 디자인이다.(사진제공: 플롯) 

 

 

‘유럽 노천카페의 아이콘’이 된 ‘체어 14’는 나무를 구부려 만드는 벤트우드(Bentwood)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체코의 가구회사 톤(TON)의 시작에 바로 이 기법이 있었다. 톤(TON)은 나무를 구부리는 벤트우드 기법을 통해 부드럽게 휜 나무 곡선을 가진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였고, 유럽 가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나무를 구부려 만드는 벤트우드 기법
‘톤(TON)’은 체코어로 '벤트 우드 가구 공장'을 의미한다. 톤의 벤트우드 기법은 고온고압의 증기로 나무를 쪄서 구부리는 방식으로, 1841년 독일 출신의 목재 기술자 겸 가구 디자이너 미하일 토넷(Michael Thonet, 1796~1871)이 창시했다. 1859년 그가 수공예로 첫 벤트우드 가구 ‘체어 14’를 제작, 발표했고 이것이 톤 역사의 시초가 됐다. 

 

미하일 토넷은 ‘체어 14’의 본격적인 생산을 위해 1861년 체코 바이스티시체 포드 호스티넴 지역(Bystřice pod Hostýnem)에 공장을 세우고 자신의 이름을 딴 ‘게브뤼더 토넷'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곳은 벤트우드 기법에 적합한 비치 나무 숲에 둘러싸인 지역으로, 안정적인 재료 확보, 운송비, 인건비 절감 등을 위한 최적의 장소였다. 

게브뤼더 토넷에서 1876년 최초로 선보인 ‘체어 18’(사진제공: 플롯) 

 

 

대량생산으로 대중에게 확산된 가구
미하일 토넷은 공장 근로자들이 한 가지 공정에만 집중하도록 지시했는데, 그가 추구한 이러한 방식은 장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가구를 만들던 당시에는 매우 획기적인 것이었고, ‘체어 14’는 공장의 산업화를 통해 귀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가구를 대중에게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체어 14’의 계보를 이어 게브뤼더 토넷에서 최초로 개발된 ‘체어 18’은 ‘카페 체어’라는 별명을 얻으며 ‘체어 14’와 함께 유럽 전역의 노천카페들을 장식했다. 

 


‘체어 14’와 ‘체어 14’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체어 002’(사진제공: 플롯) 

 

 

‘체어 14’는 출시 이래 최소 8천만 개 이상 판매되며 여전히 톤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자리하고 있으며, 2011년에는 공장 설립 150주년을 기념해 ‘체어 14’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체어 002’가 출시되기도 했다. 

 

역사를 이어온 정신과 노하우
게르뷔더 토넷은 세계대전과 유럽 경기 불황으로 한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1924년에는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콘-문두스(Kohn-Mundus)와 인수합병해 ‘토넷-문두스(Thonet-Mundus)’로 회사명을 변경, 나치 정권의 소유가 되기도 했고, 1945년 세계 2차대전 종전 선언 후에는 나치의 장막에서 벗어났지만 체코의 사회주의 정권으로 국유 사업이 되기도 했다. 지금의 이름 톤(TON: Továrna Ohýbaný Nábytek)'은 1953년 공식 변경된 것으로, 톤은 1989년에 벨벳 혁명으로 인해 공산주의 정권이 무너지면서 국가 기업을 거쳐 1994년 주식회사가 되면서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오랜 시간 동안 미하엘 토넷의 가구를 생산하는 회사는 여러 갈래로 나뉘었지만 그가 처음 세운 바이스티시체 포드 호스티넴 공장은 그의 오리지널 벤트우드 가구를 꾸준히 생산해 지금까지도 그 정신과 노하우를 유지해오고 있으며, 톤의 의자들은 같은 공간에서 여전히 그 방식 그대로 제작되고 있다. 

 

제작 과정
톤의 의자는 크게 나무를 찌고, 벤딩하고, 조립을 거쳐 제작되는데, 세부적으로는 총 8가지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목재 건조(Timber drying and rods)
톤은 300여 종의 나무를 창고에 비축하고 있다. 색깔별로 이 나무들의 등급을 매기는 것에서부터 작업이 시작되는데, 여름에는 나무를 물에 적시고, 겨울에는 특수 공간에서 건조를 하면서 5개월까지 일정 비율의 수분 함량을 유지시켜 나무의 내구성을 높인다. 

 

고온 고압으로 비치 목재를 찌는 과정과 벤딩 프로세스(사진제공: 플롯) 

 

 

나무 찌기(Steaming in the kiln)
공장에서는 이 목재들을 구부리기 위해 100℃의 고온 고압의 스팀으로 목재들을 찌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나무를 찌는 시간은 나무의 용량에 따라 달라진다. 

 

벤딩 프로세스(Bending Process)
다음으로는 찐 목재들을 금속으로 만들어진 특수 설비에 고정해 구부리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나무에 손상을 입히지 않으면서 형태를 바꿔야 하는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기도 하다. 이렇게 변형된 목재는 매우 견고하게 유지된다. 

 

스태이닝과 숙련된 장인에 의한 조립과정(사진제공: 플롯) 

 

 

스태이닝(Staning)
의자 조립품은 스태이닝실에서 착색 과정을 거치게 된다. 특수 탱크에 넣어져 색을 입게 되는데, 소비자가 나무 본연의 컬러를 원할 경우엔 이 과정 없이 광택제나 오일 처리만 이루어진다. 

 

파이널리제이션(Finalisation)
컬러를 입은 목재 조각들은 수작업으로 최초 의자 형태로 완성되는데, 숙련된 기술자의 경우 90초 안에 ‘체어 14’의 조립이 가능하다고 한다. 
 


피니시와 테스팅 과정(사진제공: 플롯) 

 

 

피니시(Finish)
작업은 래커 작업이나 오일 피니시로 완성되는데, 래커 작업은 먼지가 없고 이상적인 건조 환경을 갖춘 작업실에서 수작업으로 진행되며, 오크로 만든 가구는 나무결과 색상이 돋보일 수 있도록 천연 오일로 정교하게 마감한다. 

 

업홀스터리(Upholstery) 
소파 등에 충전재를 대고 천을 씌우는 업홀스터리 작업은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이루어진다. 사용자는 컬러와 소재를 선택하고, 일부 모델의 경우엔 좌석과 등받이에 스터드 장식을 가미할 수도 있다. 

 

테스팅(Testing) 
모든 제조 공정에서 검수를 하지만 완성품의 테스트 과정은 모든 제조 공정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단계로, 유럽 표준 EN 161397 원칙을 준수해 가구의 강도와 내구성, 안정성에 대한 엄격한 테스트를 거친다. 톤의 자부심인 퀄리티를 결정짓는 과정이기도 하다.

 

의자의 역사를 새로 쓴 벤트우드 기법 
강한 나무를 구부려 더욱 견고하게 제작하는 톤은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나무의 매력을 다양한 디자인의 벤트우드 가구를 통해 선보여왔다. ‘체어 14’와 ‘체어 18’을 비롯해 톤의 벤트우드 기법으로 제작된 수많은 의자들은 톤의 타임라인을 채우는 동시에 의자의 역사를 새로 썼다. 

‘체어 30’으로 알려진 ‘체어 9’. 전형적인 의자의 형태를 벗어난 디자인으로 톤의 클래식 중 가장 전설적인 의자로 꼽힌다.(사진제공: 플롯) 

 

‘체어&암체어 811’(사진제공: 플롯) 

 

 

1903년에 탄생한 ‘체어 9’은 전형적인 의자의 형태를 벗어난 디자인으로 톤의 클래식 중 가장 전설적인 의자로 꼽히는데, 현재는 ‘체어 30’으로 알려져 있다. 1930년 출시된 ‘체어&암체어 811’은 오스트리아 건축가 요제프 호프만(Josef Hoffmann)과 함께 선보인 것으로, 요제프 호프만은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던 아르누보 양식과 톤의 제조 기술을 결합한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미하일 토넷의 벤트우드 기법은 모던 디자인에도 영향을 끼쳤다. 마르셀 브로이어(Marcel Breuer)의 〈탁자 세트 B9〉(1925/1926)는 미하일 토넷의 벤트우드 기법에서 영감을 받아 강철 파이프를 구부리는 실험을 통해 제작된 작품이다. 

 

‘멜라노 컬렉션’(사진제공: 플롯)

 

‘스플릿 컬렉션’(사진제공: 플롯)

 

‘진저(Ginger) 암체어’(사진제공: 플롯)

 

 

톤의 컨템퍼러리 컬렉션
지금의 이름 ‘톤’을 갖게 된 후 톤은 전통과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젊고 감각 있는 디자이너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예술적 시도를 전개하고 있다. 2010년 알렉스 구플러(Alex Gufler)가 디자인한 ‘멜라노 컬렉션’은 ‘2015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비롯해 권위 있는 디자인 어워드를 다수 수상했고, 2015년에는 디자이너 에릭 레비(Arik Levy)와 함께 세계 최초로 양쪽 방향으로 나누어 구부린 원목을 사용한 ‘스플릿 컬렉션’을 발표했으며, 올해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는 스페인의 디자인 스튜디오 요노(Yonoh)의 ‘진저(Ginger) 암체어’와 알렉스 구플러의 ‘YYY 커피 테이블’을 공개했다. 

 

톤을 만날 수 있는 플롯 매장 ⓒ Design Jungle

 

플롯에 마련된 톤의 전시공간에서는 톤의 타임라인과 다양한 디자인을 한눈에 볼 수 있다. ⓒ Design Jungle

 

 

톤은 오랜 전통과 철학을 유지하며 클래식한 감성부터 현대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디자인까지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견고한 가구를 선보이고 있다. 기능적이고 미적이면서 합리적인 가격의 가구를 생산하고자 했던 미하일 토넷의 정신이 살아있는 클래식과 현대를 동시에 전하는 톤의 오리지널 컬렉션과 컨템퍼러리 컬렉션은 톤의 다양한 가구를 전시하고 있는 플롯에서 만날 수 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플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