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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서 엿보는 작은 생태계 이야기 조회수 17923


자연을 소재로 도심 속 작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전시가 펼쳐진다. 지난 11월 29일 아트스페이스 광교에서 선보인 ‘뜻밖의 초록을 만나다’ 전은 신도시 광교에 있는 숲과 호수를 배경으로 완성된 작품을 통해 도심 속 자연과 현대인과의 밀접한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 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김원정, 〈유연한경계〉 억새, 갈대, 영상(스크린), 계단 2019

 

 

참여 작가는 구성수, 김원정, 김유정, 김지수, 박지현, 박혜원, 변연미, 손채수, 이명호, 임종길, 최수환 등 총 11명이다. 도시생태 연구를 바탕으로 완성된 작품들로 회화, 설치, 사진, 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로 이뤄진 작품 92점이 전시된다. 작가들은 광교라는 도시의 생태적 특징에 대한 연구와 이해를 바탕으로 작품을 새롭게 선보인다. 

 

작가들의 신작들로만 구성된 이번 전시는 총 3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먼저 ‘초(草)’에서는 일반적인 풀의 의미를 넘어 생태와 환경을 아우르는 확장된 개념으로의 초록을 바라본 작품들이 전시된다. 

 

손채수, 〈빛가람-달 앞에 서면 달 뒤요, 달 뒤에 서면 달 앞이라〉 2019

 

변연미, 〈스펙트럼 숲〉 캔버스 위에 아크릴, 커피가루 2018

 

 

작가 김원정은 광교 호수공원에 서식하는 억새와 물억새를 가지고 완성한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작품 〈유연한 경계〉를 통해 일상에서 만나던 도심과 자연을 이루는 구성요소에 대한 새로운 재인식의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거대한 숲을 연상케 하는 회화를 선보인 작가 변연미의 〈스펙트럼 숲〉은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역동적인 숲의 생명력을 담아내고 있다.
천 위에 다양한 동식물을 그려 넣은 〈빛가람-달 앞에 서면 달 뒤요, 달 뒤에 서면 달 앞이라〉는 작가 손채수의 작품이다. 광교 호수공원과 팔달산까지 현재는 멸종했거나 보호종인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생태계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한다. 
작가 박지현은 광교 주변에서 수집된 자연물로 제작된 작품을 통해 호수공원의 풍경을 이루는 빛과 사물의 관계를 보여주고자 한다. 해가 뜨는 아침부터 해가 지는 오후까지 잔잔한 호수 위 물결 위를 투영하는 빛을 한지 위에 담아내고 있다. 

 

구성수, 〈흑백사진〉 유리액자 우드 프레임 2019

 

작가 김지수의 작품이 설치된 공간

 

 

두 번째 섹션인 ‘록(綠)’은 ‘녹색으로 정의되는 자연’을 의미한다. 
작가 구성수는 19세기 활용되었던 사진 촬영과 인쇄 기법을 재현해 광교의 과거, 현재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을 선보인다. 
광교 일대의 숲, 습지, 정원 등 다양한 공간의 냄새를 채집해 작품으로 승화시킨 작가 김지수는 〈냄새채집〉을 전시한다. 그는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 속 냄새를 담아내는 행위에 대한 과정을 관람객에게 사진, 영상, 설치, 드로잉 등으로 보여준다.

 

김유정, 〈숨〉 라이트박스, 인조식물 2019

 

 

거대한 라이트 박스의 설치작품을 선보인 작가 김유정은 생존을 위해 바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사색의 시간을 제공한다. 인공적인 풍경의 재현으로 완성된 빛과 생명력으로 우리의 상실된 내면을 정화시키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명호, 〈하찮은 것들 #4〉 종이에 잉크 2019

 

작가 이명호는 사진을 매체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피사체 뒤에 캔버스를 드리워 재현에 얽힌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가의 연작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작은 캔버스를 풀 따위의 하찮은 것들 뒤에 드리움으로써 자연에 묻힌 것들이 제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는 작업을 전시한다. 작품 〈하찮은 것들〉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세상의 한켠을 드러내는 과정들을 관람객의 시선으로 엿보게 유도한다.
광교의 물결을 가상현실로 옮겨 단순한 풍경으로 시각화한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 최수환은 R 시리즈 〈R274_커스텀 소프트웨어〉를 전시한다. 태블릿과 VR 기기의 체험을 통해 가상 풍경을 선보이는 작품으로 관객과의 소통을 원만하게 이끌어낸다. 

 

임종길, 〈광교-숲〉 배합지 위에 먹 혼합재료 2019

 

 

마지막 섹션 ‘만나다’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도심 안의 공간 속에서 ‘초록’들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앞으로 지속적인 유지와 발전의 가능성을 기대해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작가 임종길은 광교 호수를 중심으로 주변에 있는 나무와 풀 그리고 그 안에 함께 어울려 사는 동물들을 장지 배합지 위에 그려낸 작품을 선보인다. 
많은 생명과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광교 호수와 호수 주변의 생태에 관한 이야기를 작품을 통해 담아낸 작가 박혜원은 설치작품 〈모수국(母水國)〉을 전시한다. 광교 시민들과 함께 채집한 식물, 열매, 혹은 버려진 물건 등을 설치함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는 곳, 현재, 그리고 과거가 되어버린 생태와의 관계들을 붉은 실로 엮은 설치작품으로 시각화하고 있다. 

 

박혜원, 〈모수국(母水國)〉 2019

 

 

이번 전시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도심 속 새로운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 주변 생태에 대한 중요성과 더불어 동식물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의 중요성을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전시는 2020년 3월 29일까지. 

 



글_ 한혜정(hjhan@jungle.co.kr)

사진제공_ 수원시립미술관 

출처_ 디자인정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