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점자에 대한 인식 바꾼 ‘닷’ | 조회수 | 113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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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타트업 ‘주식회사 닷(DOT Incorporation, 이하 닷)’은 2015년 설립, 최초의 점자 스마트워치인 ‘닷 워치(Dot Watch)’를 개발했다. 닷 워치는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돼 전화, 문자, 메시지, 알람 등의 텍스트 정보들을 점자로 알려준다. 디스플레이에는 4개의 점자(글자)가 있지만, 좌우 터치센서를 활용해 긴 문장도 읽어나갈 수 있다. 기본 기능은 배터리 확인, 블루투스 연결 확인, 시간 및 날짜 확인, 문자 확인 등으로, 약 2시간 정도 완전 충전하면 7일 정도 사용이 가능하다.
시각장애인들이 컴퓨터나 인터넷 작업 등을 위해 사용하던 기존 점자 정보단말기는 2~3kg, 4~600만 원으로, 가격도 비싸고 무거워서 휴대하며 사용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닷이 4년간의 연구 끝에 직접 개발한 점자 셀을 출시하며, 기존 기기의 5분의 1 가격, 20분의 1 크기의 제품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더욱 편리하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했고, 15년간 정체돼 있던 글로벌 보조기기 시장에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닷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점자 스마트워치 '닷 워치'
닷 워치의 성공적인 출시 후 닷은 시각장애인들이 더 많은 디지털 텍스트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 연구를 이어 나갔고, ‘국내에서 출판되는 도서 중 점자도서가 전체의 2% 미만’이라는 한계를 해결하고자 DOT 번역 엔진(Dot Translation Engine)을 개발했다. 이 점역(점자번역) 엔진은 50만 권 이상의 디지털 책을 점자 변환할 수 있고, 한국어, 영어, 중국어, 독일어를 포함해 현재 11개 언어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을 탑재한 대표적인 제품 ‘닷 미니(Dotmini)’는 KOICA(한국국제협력단)와 함께 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인도와 아프리카의 시각장애인 학교에 보급되기도 했다.
닷 미니는 KOICA와의 프로젝트를 통해 인도와 아프리카 시각장애인 학교에 보급되기도 했다.
닷이 세상을 놀라게 한 것은 기술력 때문만이 아니다. 점자 모드와 촉각 모드 두 가지로 구성, 점자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촉각 모드를 통해 점의 개수를 세어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닷 워치의 유니버설 디자인은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무겁고 큰 기존 보조기기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크기를 최소화하고, 세련되고 간결한 디자인으로 제품의 완성도를 높였으며, 무엇보다 점자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 대중들이 점자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닷 워치의 유니버설 디자인은 닷의 주재성 디자인이사와 클라우드앤코의 대표인 유영규 디자이너가 공동으로 진행한 것으로, iF 디자인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점자에 대한 인식을 바꾼 닷 워치의 유니버설 디자인
이 밖에도 닷은 무료 애플리케이션 ‘닷 워치2’의 ‘점자 배우기’ 기능을 통해 중도 실명한 시각장애인들의 점맹률을 낮추는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닷의 이러한 철학과 미션이 반영된 프로젝트들은 전 세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닷은 글로벌 홍보대행사인 서비스플랜과 2016년부터 함께하며 최고 권위의 광고제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서 2016년 한국 스타트업 최초로 이노베이션 부문과 프로덕트 디자인 부문의 골드 라이언즈 등 두 개의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았고, 같은 해 ‘유로베스트(Eurobest)’ 광고제에서 여섯 개 부문을 석권했으며, ‘클리오 헬스 어워즈(CLIO Health Awards)’에서는 그랑프리를 수상, ‘올해의 광고’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8년에는 닷미니로 ‘칸 라이언즈’ 이노베이션 부문과 헬스 부문에서 골드 라이언즈를, 프로덕트 디자인 부문에서 실버 라이언즈를 수상했고, 닷의 비전과 기술 발전을 담은 메이킹 더 월드 액세서블 ‘닷 바이 닷(Making The World Accessible, Dot by Dot.)’으로도 이노베이션 - 기술 발전(Innovation-Technological Development) 부문에서 골드상을 수상했다. 2019년에는 디자인 부문과 디지털 크래프트(Digital Craft) 부문에서 닷미니와 닷미니 AI 번역 엔진이 브론즈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칸 라이언즈에서 수상한 닷 미니 영상
이름처럼 점으로 세상을 연결하는 닷은 텍스트를 넘어 그래픽과 이미지로도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닷 패드(Dot Pad)’를 개발해내기에 이르렀다. 닷 패드는 300개의 셀을 모아 ‘면'을 형성할 수 있어 지도, 교과서의 그래프, 동화책에 나오는 그림 등을 표현, 시각장애인들이 촉각으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한다. 이를 기존의 무인 키오스크에 탑재하면 버스 정류장, 지하철 및 기차역 무인발매기, ATM, 자판기 등의 접근성을 넓힐 수 있는데, 닷은 이러한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해 시각, 청각, 지체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한 길안내 키오스크를 런칭했고, 향후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국제적인 행사를 통해 전 세계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닷은 세계 최초로 점자 스마트워치를 만들었고, 시각장애를 가진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의 찬사를 받았으며, 기술력, 특허, 수상 등의 여러 기록들을 세웠다. 하지만 닷의 진짜 가치는 닷의 출발점인 ‘왜 여전히 시각장애인들은 무겁고 큰 기기로 불편함을 겪어야 할까’라는 의문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시각장애를 가진 누구나가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기본에서부터 혁신을 일으킨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의 관점을 변화시키는 것 말이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출처_ 디자인정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