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끌렸다 볼수록 반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 조회수 | 86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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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컬러로 채색된 부스, 그곳에 걸린 감각적인 그림들. 수년 전 수많은 디자인 브랜드들이 모인 대규모 행사장에서 발걸음을 이끈 작품들은 키뮤스튜디오의 아트워크였다.
이후에도 키뮤스튜디오는 지속적으로 눈에 들어왔다. 유명 행사 포스터의 그림이 참 마음에 들었었는데 알고 보니 키뮤스튜디오의 디자인이었고, 뭔가 다른 느낌의 12지 동물 펜던트를 보았을 땐 키뮤스튜디오의 아트 시그니처라는 걸 금세 알 수 있었다.
선명한 컬러의 조합, 심플한 듯 개성 있게 표현된 이미지들이 첫 눈엔 ‘팝아트’를 떠오르게 하지만, 보면 볼수록 발견되는 섬세함과 디테일들은 그 무엇도 아닌 키뮤스튜디오만의 색에 빠져들게 한다. 키뮤스튜디오의 특별한 이야기를 알았을 때 그 매력은 더욱 깊어졌다.
키뮤스튜디오의 아트포스터 '코크니지브라'
키뮤스튜디오의 아트포스터 '마이피자바이크'
키뮤스튜디오는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발달장애인들의 유니크한 작품세계에 매료된 남장원 대표는 그 안에서 가능성을 보았고, 법인을 설립했다. 키뮤스튜디오에서는 예술에 재능이 있는 발달장애인을 발굴, 충현비전대학 키뮤디자인학의 전문 커리큘럼을 통해 전문적인 디자인 교육을 하고 디자이너로 성장시킨다. 이들은 실제로 키뮤스튜디오의 디자이너가 되기도 하고, 패션디자인 회사에 취업이 되기도 한다.
키뮤스튜디오의 인상적인 작품들은 발달장애인 디자이너들에 의해 탄생하는데, 여러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거쳐 하나의 아트웍으로 완성되며, 아트포스터, 포스트 카드, 노트, 뱃지, 휴대폰 케이스 등의 굿즈들로 제작, 판매된다. 기업 및 브랜드와의 협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통해 익숙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최근 키뮤스튜디오는 특별한 아트웍을 집에서 모니터로 감상하는 온라인 전시와 여행의 감성이 느껴지는 팝업 전시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답답한 일상에 작은 위안을 주고 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그들의 재능을 끌어내 함께 하는 방법을 찾고 실현시키는 키뮤스튜디오는 유니크한 디자인만큼이나 멋지다.
키뮤스튜디오의 아트포스터 '스마일'
키뮤스튜디오 남장원 대표가 전하는 ‘특별한 디자이너’들과 함께하는 이야기
키뮤스튜디오는 어떻게 설립됐나요?
이후 국·내외의 미술에 재능이 있는 발달장애인들을 만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어요. 전문팀을 구성해 교육 커리큘럼 개발과 사업모델 개발을 진행하면서 리빙디자인페어, 디자인페스티벌 등의 국내 전시와 파리 메종오브제, 뉴욕 나우 등의 해외 전시를 통해 사업성과 디자인 퀄리티를 테스트해왔고, 2018년 시드밸류 투자유치를 통해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충현비전대학 키뮤디자인학과의 교육과정을 통해 전문 디자이너를 양성하고 계신데요, 교육과정이 궁금해요.
발달장애인 디자이너는 발달장애인들끼리 일하는 것이 아닌 장애, 비장애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은 매우 중요해요. 그래서 키뮤디자인학과는 단순한 디자인 교육을 진행하는 것만이 아닌, 발달장애인이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지고 키뮤스튜디오의 구성원으로 일하기 위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해요. 또한, 디자인 개발을 위한 키뮤만의 협업 방식을 위해 서로의 결을 맞춰보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키뮤디자인학과 수업 모습
졸업생 중 몇 명의 디자이너가 디자이너로 채용이 됐나요?
특별한 디자이너(발달장애인 디자이너))분들은 아트웍에 활용되는 원화 소스를 개발하고, 컬리리스트, 후반보정 등의 작업을 추가해서 아트웍을 완성하는데요, 비장애 디자이너들은 아트웍에 대한 방향성을 알려주는 아트디렉팅의 역할을 맡아요. 또, 파트너 혹은 클라이언트와 커뮤니케이션하며 아트웍을 최종 결과물로 마무리지어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키뮤의 컬래버러티브 아트웍 시스템을 통해 특별한 디자이너끼리의 협력, 특별한 디자이너와 비장애 디자이너의 협력, 클라이언트 및 파트너와 키뮤의 협력이 이루어지고, 이렇게 다양한 협력관계로 하나의 프로젝트가 완성됩니다.
한국조폐공사와의 천사의재능 아트컬래버레이션
삼성전자와 함께한 ‘Save the world’ 삼성전자 컬래버레이션 굿즈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계신데,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삼성전자와의 컬래버는 사실 시작부터 많이 놀랐는데, 삼성전자가 트렌드한 아티스트 브랜드가 아닌 저희 키뮤를 찾아준 것에서부터 놀랐어요. 또, 키뮤의 사회적 가치와 키뮤 아트웍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컬래버를 진행해 주셨어요. 특히, 키뮤가 정말 한 단계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많이 느껴졌는데요, 저희가 어려워하던 마케팅적 역량이 많이 발전했던 계기가 됐어요. 드로잉노트
휴대폰 케이스
아트웍과 굿즈도 선보이고 계신데, 키뮤스튜디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지금 현재 아트 포스터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상품이 지속적으로 판매되면서 점점 성장하고 있는데요, 초반에는 팬분들 중 여성의 비중이 많았는데, 지금은 아트웍의 소재와 스타일에 따라 성별 비중이 달리 나타나는 재미있는 현상이 생겨나고 있어요.
저 역시 키뮤스튜디오의 미션을 나중에 알게 됐는데요, 발달장애인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러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선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저와 친구는 서로 도우면서 지내왔어요. 장애가 있다고 제가 일방적으로 도와준 게 아니고요. 당구장에 갈 때 계단이 있으면 제가 휠체어를 끌어 도와주고, 수영장에 다닐 땐 제가 업고 다녔어요. 이런 일들이 도움이 아닌 이유는 제가 같이 수영하고 같이 당구 치면서 그 친구와 놀고 싶었기 때문이죠. 이 친구는 저희 키뮤의 사업 전략을 마련하거나 해외전시를 할 때 통역을 맡아주는 등 많은 도움을 주었어요. 하지만 이 또한 친구가 저를 도와준 게 아니고 키뮤의 팬으로 정말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함께 한 것이고요. 이 친구가 키뮤를 처음 시작할 때 저희의 첫 투자자이기도 해요.
장애에 대한 편견은 만남과 경험의 부족에서 생기고, 우리가 이런 만남과 경험의 기회를 많이 접하려면 장애인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사회에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장애인이 아닌, 하나의 구성원으로 사회에 나올 수 있는 문화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키뮤가 ‘발달장애인 디자이너’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특별한 디자이너’라는 명칭을 쓰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예요.
더 많은 장애인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데요.
이렇게 장애인연계고용 제도를 활용한 사업모델을 저희는 ‘키뮤브릿지’라고 부르고 있어요. 저희도 내년 초에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인증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전시 ‘슬기로운 집콕 전시’도 선보이고 계신데, 전시 작품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작품의 가격은 18~99만 원에서 시작되는데, 작품이 판매될 때마다 올라가는 특징이 있어요. 저렴한 아이템은 아니지만 작품으로 소장하고자 하는 팬분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어요.
키뮤스튜디오의 팝업 전시 '키뮤풀 어텀' (사진출처: www.instagram.com/kimustudio)
9월 한 달간 팝업 전시를 진행하시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저희가 소셜벤처의 성지라 불리는 헤이그라운드에 입주해 있는데, 입주사 맴버들과 방문객들이 키뮤 팝업 전시에 오셔서 휴가 온 듯한 느낌을 받으신다고 해요. 특히, 이번 팝업 전시에는 새로운 키뮤의 특별한 디자이너 인턴 두 분이 처음으로 참여한 프로젝트라 더욱 뜻깊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가 있으시다면요?
저희 키뮤스튜디오의 비전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Good impact Culture(선한 영향력이 있는 문화)’인데요, 디자인으로 사회문제와 대중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매력적인 브랜드로 성장해 Good impact Culture가 형성되고 확산되는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합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출처_ 디자인정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