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살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쉽게 버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가슴 아프게도 이런 상황은 물건뿐 아니라 생명에도 적용된다. 물건 사듯 쉽게 강아지를 사고 또 버린다. 물론 나름대로야 그럴만한 사정들이 다 있겠지만 그래도 한 생명이 이렇게 버려진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다.
킄바이킄은 버려지는 것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브랜드다. 반려동물을 위한 제품들을 디자인, 제작하는데, 특별한 점은 유기동물 입양에 대한 메시지까지 전달한다는 거다.
킄바이킄 로고 이미지
강아지가 입고 있는 옷에 ‘Don’t buy, adopt them’이라는 문구가 프린트돼 있다.
다양한 서체로 이루어진 ‘사지말고 입양하세요’ 메시지
강아지옷에 프린트된 ‘Don’t buy, adopt them’. 킄바이킄은 2018년 론칭, 유기동물 입양 메시지를 담은 캠페인성 기획디자인을 선보였고, 다양한 서체디자인으로 레터링 스트랩을 제작, ‘사지말고 입양하세요’ 운동을 알렸다.
킄바이킄의 대표인 김영아, 김재의 디자이너는 전직 서체디자이너로, 자신들의 경험을 살려 제품을 디자인하면서 타이포그래피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버려지는 현수막을 활용한 현수막 방석과 현수막 쿠션
빨강, 파랑, 초록 등 컬러감이 살아있는 반려동물용품들은 버려지는 천을 활용한 것들이다. 알록달록한 색감의 필로우는 버려지는 현수막을 이용했고, 반려동물뿐 아니라 반려인도 사용할 수 있는 모던펫베드에는 교복이 사용됐다. 쓸모를 다 했다 여겨진 것들에서 새롭게 탄생한 제품들에 새겨진 유기동물 입양 메시지가 의미를 더한다. 더불어 제품 제작 과정에선 어르신들과 함께하며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돕기도 한다.
제품 제작 외에도 킄바이킄은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업사이클링의 가치와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고 있다. 특히, 반려인이 입던 옷으로 강아지 옷을 만드는 ‘헌옷 업사이클링’ 클래스는 반려인의 체취를 통해 안정감을 느끼는 강아지들의 특성을 고려한 프로그램으로, 업사이클링의 새로운 가치를 알리는 동시에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반려인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서체디자인과 반려동물, 그리고 업사이클링. 얼핏 보면 연관성 없어 보이는 이 세 가지 요소를 통해 브랜드의 색을 드러내고 있는 킄바이킄의 이야기를 전한다.
킄바이킄의 디자인 이야기
Q. 킄바이킄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2018년 3월에 론칭한 킄바이킄은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컬러풀하고 자유분방한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제품을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브랜드예요. 그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소재에 대한 고민과 동물 사랑과 환경사랑을 위한 다양한 가치 고민’에 중점을 두고 실천하고자 해요.
두 대표의 성인 김(킴)의 ‘ㅋ’과 웃음을 나타내는 ‘ㅋ’을 따서 네이밍했다.
Q. ‘킄바이킄’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나요?
많은 분들이 저희 브랜드네임 ‘킄바이킄'의 의미를 궁금해하세요. 저희 둘 다 성이 김(킴) 씨고, 또 긍정적인 성격이라 평소 웃음이 많은데요, 김의 영문표기 발음 ‘킴’의 ‘ㅋ’과 웃음을 나타내는 ‘ㅋ’을 따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 행복한 일을 하자’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에요.
Q. 반려동물용품을 디자인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둘 다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해서 회사를 다니면서도 재봉학원을 다니며 전문 기술을 공부했어요. 그러다가 김영아 대표의 반려견인 대박이의 옷을 처음 만들어 보았는데요, 대박이가 잘 입는 것이 신기했고, 그것이 계기가 돼 반려동물 의류 사업에 뛰어들게 됐어요.
Q. 타이포그래피를 바탕으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계신데, 어떻게 진행하게 되셨나요?
킄바이킄 론칭 전 전희는 서체 전문 회사 디자인팀 소속 디자이너였어요. 서체디자인을 하다 보면 글자의 형태와 조형적인 부분에만 초점을 두어 작업하게 되는데요, 저희는 글자의 디자인과 동시에 그 의미를 디자인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싶었고, 저희가 디자인한 글자를 토대로 실제 적용된 제품을 함께 구현하고자 했어요.
Q. 처음부터 업사이클링을 추구하셨나요?
사실 초반에는 업사이클링과는 무관한 제품을 제작했었는데, 직접 핸드메이드로 제작하다 보니 남는 자투리 천들과 원단시장에서 버려지는 재고들을 보게 됐고, 많은 원단들이 버려진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러한 모습들을 접하면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일련의 작업과정들이 어쩌면 환경을 오염시키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원단이라는 게 사실 만들어지면서부터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거 알고 계세요? 목화를 재배하고 염색을 하고 직물이 만들어지는데, 요즘과 같이 빠르게 제작되고 소비되는 ‘패스트패션(fast fashion)’ 시대에 이러한 과정은 더욱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해요. 또, 그 속에서는 노동력 착취나 동물 학대가 동반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사실들을 알게 되면서 업사이클링이라는 개념을 우리 브랜드의 중심 키워드로 잡아야겠다고 마음먹게 됐어요.
킄바이킄이 디자인한 서체에는 반려동물의 활동성, 반려인과의 소통 등의 의미가 담겨있다.
서체디자인을 통해 유기동물 입양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Q. 서체를 자체 제작하기도 하셨는데요, 어떤 의도로 디자인됐나요?
사실 아직 완전한 서체의 스펙이 제작된 것은 아니에요. 초기 의도는 ‘‘자유롭고 컬러풀한 반려동물들의 율동감과 활동성’을 담아내보자’는 것이었고, 이러한 의미에서 디자인룩이 나왔는데요, 한글과 영문의 동글이응과 직선, 곡선의 어우러짐에서 그러한 점이 도드라져요. 또, 반려동물과 반려인과의 소통을 의미하는 열린 공간과 완만한 라운드감으로 친근감을 부각시켜 표현하고자 했어요. 톡톡 튀는 킄바이킄의 초기 디자인 제품들과 잘 어우러지는 서체라고 생각해요.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소품 중 하나인 입양키링
쓰임을 다한 교복으로 만들어진 제품들. 교복쿠션 및 배변봉투를 넣을 수 있는 똥추파우치
교복으로 만든 모던펫베드
Q. 어떤 제품들을 선보이시나요?
대표 상품으로는 무분별한 반려동물 시장 속에서 버려지는 유기 동물들을 걱정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의류와 소품들이 있어요. 그 외에도 다양한 자투리 천을 활용해 각기 다른 달(moon)을 표현한 ‘달 T’가 있고, 뼈다귀 모양의 소품도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현수막을 활용해 만든 반려동물 베드를 시작으로, 교복으로 만든 쿠션 등으로 업사이클링 제품들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요.
Q. 소재는 어떻게 구하시나요?
자투리 원단이나 재고 원단을 사용하는데, 많은 소재들이 남거나 또는 아직 충분히 사용할 수 있지만 어떤 이유로든 폐기되어야 할 패브릭이 있을 때 저희에게 기증해 주시는 업체 및 개인분들이 생각보다 많이 계세요. 그래서 저희는 감사한 마음으로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를 하는데요, 판매용 제품으로 사용하기에 어려운 소재들은 교육용 키트를 개발해 업사이클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어요.
Q.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직접 하고 계신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기획, 디자인, 제작, 마케팅, 판매까지 저희가 모두 직접 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소규모 공방과 디자인 브랜드에서 저희처럼 일을 진행하실 텐데요, 이렇게 작업을 하는 현실적인 이유 중 하나는 소규모 브랜드에서 대량생산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에요. 작업물이 대량일 경우엔 공장 의뢰가 가능하지만 소량은 그렇지가 않거든요. 직접 제작하는 것이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죠.
하지만 무엇보다 저희가 직접 제작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업사이클 제품의 경우 제품 하나하나가 모두 독립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획일적인 디자인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제품의 컬러 매칭과 레이아웃을 저희가 직접 해야 만족스럽거든요.
Q. ‘사지말고 입양하세요’ 캠페인과 업사이클링이 잘 어우러지는 것 같아요.
‘사회적 의미를 담은 글자를 우리가 제작한 제품에 입혀보자’는 생각으로 브랜드를 시작했는데, 처음에 진행했던 아이템이 반려동물 의류였던 만큼 자연스럽게 유기동물을 생각하게 됐고, 심각한 문제를 알리고자 했던 마음이 컸었던 것 같아요.
’헌옷 업사이클링’ 클래스 장면
반려인의 옷을 업사이클링해서 만든 반려동물의 옷
Q. 반려인의 옷으로 반려동물의 옷을 만드는 ‘헌옷 업사이클링’ 프로젝트가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업사이클의 가치도 전하면서 반려견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어서 인기가 높을 것 같은데요.
강아지들은 반려인이 외출을 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굉장히 외로워한다고 해요. 외출 후 집으로 돌아가 보면 반려인의 옷에 몸을 웅크리고 있거나, 어디선가 반려인의 체취가 묻은 옷가지를 찾아 놀고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강아지들이 반려인의 체취를 통해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해요. ‘헌옷 업사이클링’은 이런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입지 않는 반려인의 옷으로 나의 반려견에게 옷을 만들어 주자’는 의미로 진행한 클래스였어요.
현재 진행하고 있는 클래스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클래스로,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서 대면보다는 비대면으로 진행 중에 있어요.
킄바이킄 제품의 특징으로는 컬러감과 반려동물의 활동성을 고려한 디자인을 들 수 있다.
Q. 원단과 디자인이 특별해 보여요. 킄바이킄만의 디자인적 특징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사람 옷을 만들 때 쓰는 고급 원단을 사용해서 반려동물의 의류를 만들었어요. 그 과정속에 자투리 원단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고, 자투리를 활용해서 옷이나 소품류를 만들되 전체적인 컬러감은 유지할 수 있도록 대표 컬러 네 가지를 정해서 제품을 만들고자 했죠. 레드, 블루, 그린, 화이트로 통일을 한 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킄바이킄’하면 ‘컬러감이 있는 제품을 디자인하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있으실 것 같아요.
Q. 제품디자인 및 서체디자인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전체적인 구조는 심플하면서도 컬러감을 톡톡 튀게 사용해 하나만으로도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고자 해요. 반려동물 착용 제품은 반려동물의 움직임과 배변 등을 고려해 반려동물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하고 있고요. 서체 디자인은 직관적인 이미지를 담을 수 있도록 특징을 부각해 디자인하고 있어요.
Q. 킄바이킄이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메시지로 전달하기 위한 제품을 만들고, 또 지속가능한 소재와 제품개발에 힘쓰며,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타이포그래피)을 토대로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접근해 그 가치를 고민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저희는 반려동물과 반려인들을 위한 제품을 디자인, 제작하면서 업사이클링 정신을 실천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고요, 환경사랑과 동물사랑 실천을 위해서는 인식개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원데이클래스 등 다양한 방식의 체험교육을 통해 좀 더 소비자와 가까이 소통하고자 해요.
또, 업사이클링 제품이라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제품과 견주어도 상품성이나 디자인을 인정받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 어디서든 킄바이킄을 보게 되신다면 반갑게 맞아주시길 바라요.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킄바이킄(www.instagram.com/keuk_x_keuk)
출처_ 디자인정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