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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주는 영감을 다양한 크리에이티브로 선보이는 곳 조회수 7962

에디터에게는 3년째 함께 하고 있는 식물이 하나 있다. 적당한 볕과 바람, 물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는 식물은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을 좋게 한다. 이런 즐거움을 알고 난 후 우연히 같은 종류의 화분을 여러 개 들이게 됐는데, 그제서야 진짜 중요한 식물의 매력을 알게 됐다. 같은 식물이라도 각각 다른 모습과 색으로 각자의 개성을 뽐낸다는 걸 말이다. 이젠 어떤 식물이든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관심을 갖는다. 공간과 사람을 포함해 식물로 인해 변화된 그 모든 것들에 대해서도. 

 

전에 알지 못했고 보지 못했던 걸 보고 느끼게 해 준 식물. 그 아름다움은 물론 식물에 의한 다양한 영감을 전하는 곳이 있다. 이태원 언덕에 위치한 플랜트 소사이어티 1(plant society 1, 이하 p-s-1)다. 숍이자 갤러리, 디자인 스튜디오인 이곳에선 식물을 주제로 식물의 조형과 창조성을 알린다. 

 

식물을 주제로 다양한 크리에이션을 선보이는 p-s-1 

 

 

이곳에선 우리가 평소 많이 접하지 못했던 식물들을 볼 수 있다. 주로 관엽식물들을 다루는데 색과 형태 등 조형성을 갖춘 식물들을 선별하고, 식물의 아름다움 자체에 의미를 두기 때문에 많은 종류를 보여주기보다는 식물 각각의 잎의 무늬나 형태에 집중해 식물을 큐레이션한다. 

 

p-s-1은 식물과 연관된 작품도 전시한다. 지난 8일까지 열린 첫 번째 전시 프로젝트에서는 식물 패턴 작업을 펼치는 패트릭 토마스의 국내 첫 개인전 ‘Indigo(인디고)’를 선보였다. 이번 전시를 위해 Drucken 3000과 함께 독자적인 잉크를 개발한 작가는 리소그래피 작업을 통해 식물의 패턴뿐 아니라 컬러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식물이 우리에게 전하는 감정이 다양한 만큼 p-s-1도 그런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고자 한다. 브랜드, 아티스트, 디자이너 등과의 컬래버레이션은 물론,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창조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그들의 콘텐츠가 된다. 현재 브랜드 컬래버레이션과 자체 기획 상품 제작 준비 중에 있는 p-s-1은 앞으로도 철학이 맞는 아티스트들과 비정기적인 전시 프로젝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p-s-1은 디자인 스튜디오 플레이크가 운영한다. 플레이크 최기웅 대표는 평소 식물을 좋아했고, 식물과 관련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론칭을 꿈꿨었다. 그래서 클라이언트를 설득해야 하는 일 대신 특별한 이유 없이도 좋은 식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고자 p-s-1을 만들었다. p-s-1을 통해 그가 희망하는 건 식물을 통해 우리의 삶이 좀 더 생기로워지는 거다. 

 

‘플랜트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최기웅 대표가 전하는 p-s-1의 이야기다. 

 

p-s-1이란


식물을 주제로 다양한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콘텐츠 그룹이에요. 소장 가치가 있는 희귀 식물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식물에서 얻은 영감을 소재로 제품을 제작하며 작품을 전시하기도 하죠. 갤러리, 스튜디오, 숍이 결합된 이태원 프로젝트 스페이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식물을 통해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시해요. p-s-1은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 디자이너, 예술가들과 협업을 통해 우리 일상을 조금 더 활기차게 만드는 플랜트 라이프스타일을 꿈꾸는 브랜드예요.

 

디자인 스튜디오 플레이크 이미지. p-s-1은 디자인 스튜디오 플레이크가 만들고 운영한다.  

 

 

디자인 스튜디오 플레이크를 운영하며 p-s-1을 만들게 된 계기


6개월 전, 전 직장이었던 이베이 코리아를 퇴사하면서 ‘더 늦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 마음껏 해보자’는 마음으로 플레이크를 창업했어요. 플레이크는 저의 다양한 ‘부캐’들을 부지런히 성장시키는 일종의 ‘게임’ 같은 회사예요. 전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이 참 많은데, 그래서 여러 회사를 거쳤고,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했어요. 

 

제 안에 또 다른 모습들이 있는데요, 이런 저의 여러 가지 페르소나를 모두 인정하고 사랑하면서 일을 하기 위해 조금 모험적이고 복잡한(?) 회사를 만들었죠. p-s-1은 그런 제 생각의 일환으로, 플레이크가 가진 다양한 부캐 중 하나예요. 퇴사와 동시에 평소 계획하고 있던 식물 중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하게 됐고, 주변 눈치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크리에이티브를 만들고자 론칭하게 됐어요.

 

‘식물’을 소재로 선택한 이유


식물을 좋아해요. 식물이 가진 아름다움이 좋아요.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멋있어서 좋아하는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내가 하고 싶은 브랜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늘 아름다움에 대한 이유를 찾고 논리로 그것을 설득하는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이유 없는 아름다움으로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했고요. 

 

p-s-1의 로고

 

 

‘p-s-1’의 의미


식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조금은 도도한 고급 사교 클럽을 생각해서 ‘플랜트 소사이어티’라는 이름을 지었고요, ‘1’이라는 숫자는 희귀도가 높은 한 종의 식물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소개하자는 초기 콘셉트로 기획됐어요. 공간적인 제약도 있었고 운영적인 부분도 고민했어야 했기 때문에 소량의 한 종류의 식물을 소개하는 방식을 고려했거든요. 식물 판매보다 다양한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재밌을 것 같았고요. 

 

하지만 어렵게 멀리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조금이라도 다양한 식물을 소개하는 것이 그분들을 위해 더 좋겠다고 판단해서 현재는 소품종의 식물을 선보이고 있어요. ‘1’이라는 숫자의 상징적인 의미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서 처음 생각했던 이름을 유지하고 있고, 지금은 '프로젝트 스페이스 이태원(project space itae1)'이라는 의미로도 사용하고 있어요.

 

주로 잎을 관상하는 관엽 희귀 식물들을 소개한다. (사진출처: www.instagram.com/ps1.official)

 

 

식물 선정 기준


아름다운 조형과 희귀도가 식물을 선정하는 가장 큰 기준이에요. 건강 상태는 기본이고요. 먼저 제 기준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수형의 식물을 하나하나 까다롭게 고르고 있어요. 잎의 상태, 색깔, 조형, 균형 등을 살피며 완벽에 가까운 것들만 소량으로 선택해요. 

 

그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희귀도인데요, 구하기가 어려워서 희귀한 식물도 있고, 단순히 대중적이지 않아서 시중에서 보기 힘든 식물들도 있어요. 대중적인 식물들 중에서도 일반적으로 보기 힘든 특이한 무늬의 잎이 나거나 독특한 수형으로 자라는 등 희귀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어요. 

 

주로 꽃보다는 잎을 관상하는 관엽 희귀 식물들을 소개하는데, 희귀하지만 많이 예민하거나 까다롭지 않아 실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키울 수 있는 식물들이에요. 대부분은 직접 집에서 키워보고 그중에서도 애착이 가는 식물들을 다루고 있어요.  다이내믹한 컬러와 잎 형태가 웅장한 필로덴드론 카라멜 마블, 무늬 잎이 아름다운 플로리다 뷰티, 뿌리가 없어 흙이 없이도 살 수 있는 에어 플랜트 중 말리 도피타스와 알비다와 같이 마니아층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종류도 종종 소개해 왔어요. 

 

 

식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공간이 구성돼 있다.

 

 

공간 구성, 디스플레이 방식


현재 p-s-1은 프로토타입 단계로 설계했던 경험을 하나하나 구체화하고 있는 중인데요, 공간에는 식물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집기나 장치 등을 두지 않았어요. 또, 일반적으로 ‘식물’, ‘플랜트 숍’하면 떠오르는 편안함, 따뜻한 감성 대신 무심한 듯 시크하게 하나의 작품처럼 식물이 놓이길 바랐기 때문에 푸른 느낌이 나는 백색의 조명, 차가운 스틸 선반, 고르지 않은 페인트 벽면을 그대로 살렸어요. 식물이 상할 수 있어 오프라인 쇼룸을 통해서만 식물을 만나실 수 있도록 했고, 현재는 오시는 분들이 쉽게 식물을 들고 가실 수 있도록 경험을 설계하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갤러리에서 작품을 감상하듯 식물을 대하고 귀한 생명을 입양하는 마음으로 식물을 데려가는 분들을 보면 뿌듯함을 느껴요.

 

 

 

최근 선보인 첫 번째 전시 프로젝트, 페트릭 토마스의 '인디고'

 

 

첫 전시 프로젝트


p-s-1은 식물을 테마로 한 다양한 경험 설계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자 제품, 전시, 컬래버레이션, 워크숍 등을 계획하고 있는데, 그중 첫 번째 전시 프로젝트로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그래픽디자이너 패트릭 토마스의 전시를 열게 됐어요. 

 

(좌) Willow, 2019, Silkscreen on newsprint, All unique, Signed and stamped, 800 x 572 mm

(우) Willow/Raster, Limited-edition risograph, Munken Print white 150g/m2, 420 × 297 mm, Signed, numbered and stamped, Edition: 50

 

 

패트릭 토마스는 AGI 멤버로 이미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디자이너인데요, 한국 전시를 위한 작은 갤러리를 찾던 중 인연이 됐고, 식물 패턴을 활용한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신 분이라 저희 취지와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식물 패턴 리소그래피 작업 8점과 실크스크린 작업 1점, 페인팅 작업 1점과 미디어 작업이 전시됐는데, 그중 3점의 리소그래피 작업은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작품으로 서울에서 처음 공개되기도 했어요. 전시는 독일 아인부흐하우스와 함께 기획했습니다.

 

전시명 ‘인디고’


패트릭 토마스는 우연히 온라인에서 털이 파란 강아지 사진을 보고 그것에 매료된 적이 있는데, 사진 속 강아지는 뭄바이의 카사디 강에서 먹이를 찾아 수영하다 변색된 유기견 무리 중 하나였어요. 현지 조사 결과, 인도 뭄바이 인근 공업지역인 카사디 강에 독성이 강한 산업폐기물이 버려진 것이 그 원인으로 밝혀졌고 이것에서 영감을 받아 천연 인디고 잉크를 개발해 이번 전시 ‘인디고’를 열었어요. 고유의 천연 잉크로 리소, 실크그래픽 패턴을 만들어 소개했고,  작품과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만을 위한 식물도 함께 선보였어요.  

 

크리에이티브 작업 방식


식물에게서 다양한 영감을 받고 그것을 다양한 아티스트, 브랜드 등과 협업해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요. 식물의 조형적인 부분 혹은 정서적인 부분에서 영감을 받을 수도 있는데, 작업 영역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최근엔 다프트펑크의 프라이빗 셰프로 활동했고, ‘No Food Waste’ 철학으로 음식을 만드는 LA Salvij, McTavishmeets의 오너 셰프 맥타비시와 ‘식물을 먹는다는 것’이라는 주제로 팝업 다이닝을 오픈하기도 했어요. 현재는 사진, 패션과 관련된 컬래버레이션을 기획하고 있고, 자체 브랜드 상품 개발도 준비하고 있어요.

 

작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


제가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험 디자이너로서 제가 생각하는 다양한 방식의 디자인들을 규모가 작더라도 더 자주, 몇몇 분들에게 만이라도 보여드리고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건 저의 주관적인 기준과 관점이라 생각해요. 제 기준에서 멋있는 것, 의미 있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앞으로도 자기다움을 잃지 않고 현재 상황에 맞춰 하고 싶은 일들을 꾸준히 해 나가고 싶어요.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플랜트 소사이어티(www.p-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