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방식으로 감상하는 그림책의 세계 | 조회수 | 63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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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시각적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그림과 그 안에 담긴 넓은 이야기로 우리를 환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그림책의 그림과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예술적 감성과 그 무한한 창작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다양한 그림책 작가들의 작품과 그들이 전하는 기발하고 풍부한 이야기를 온라인으로 가까이 그리고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한 ‘일상의 예술, 그림책 전’이다.
'일상의 예술, 그림책 전' 온라인 페이지 캡처 이미지 (사진출처: play-link.gitlab.io)
‘일상의 예술, 그림책 전’은 ‘일상의 위안이 되는 디자인(Design for New Normal)’을 주제로 한 ‘2020 서울디자인위크’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놀이하듯 마법처럼 서로를 연결하는 그림책의 힘’을 전해주는 온라인 전시다.
다채로운 작업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드는 그림책 작가들을 소개하며 작가들이 정의하는 그림책, 그림책에 대한 그들의 생각, 개성 있는 그림책 작업들을 보여주는 전시는 그림책을 선보이고 작가의 작업실로 초대하며, 그림책을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전시는 ‘인터랙티브 아트’, ‘찾아가는 아뜰리에’, ‘DIY 그림책 키트’로 구성된다.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아트’에서는 10인의 그림책 작가들의 인터랙티브 아트로 탄생한 10가지 작품을 선보인다.
문승연 작가의 <노랑, 파랑, 빨강 세상을 물들여요>. 마우스를 드래그하면 색색의 원들이 퍼져나간다. (사진출처: play-link.gitlab.io/moon.html)
자연을 경외하고 일상을 찬미하는 문승연 작가는 리듬 있고 직관적인 글과 그림으로 행복한 결말을 펼친다. <노랑, 파랑, 빨강 세상을 물들여요>에서 풍경을 이루는 아름다운 색들이 퍼지고 흩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가는 우리를 둘러싼 풍경이 아름다운 색에 의해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한다.
여러 가지 모습의 복잡한 우리 내면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 내면의 공간을 호기심 넘치는 곳으로 표현한 김지민 작가의 <하이드와 나>는 거울로 가득한 공간에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도록 해준다. 여러 개의 거울 조각은 얼굴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비추고, 마우스를 움직일 때마다 그 조각들은 조금씩 이동하며 감춰진 모습을 찾게 한다.
소윤경 작가의 <춤추는 해골>에는 지옥문을 지키는 사신인 두 명의 해골이 등장한다. 해골신이 들고 있는 물과 불, 식물과 지휘봉 등을 통해 생명의 순환을 표현한 작가는 이 땅을 오염시키고 다른 생명들을 사라지게 한 것에 대한 형벌과 지옥 생활에 대해 상상하게 한다.
이명애 작가의 <내일은 맑겠습니다>. 하나의 노란 선과 사람들은 마우스의 움직임에 따라 여러 선과 사람으로 늘어난다. 점차 선명해지는 빗소리도 경험할 수 있다. (사진출처: play-link.gitlab.io/leemyungae.html)
이명애 작가의 <내일은 맑겠습니다>는 노란 선 위를 걸어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가만히 걸어가는 사람들 위로 마우스를 드래그하면 점차 소리가 커지면서 선명한 빗소리가 들린다. 운동을 하는 사람, 작업을 하는 사람, 몸이 불편한 사람 등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마우스의 방향에 따라 생기는 노란 선위를 걷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 같다. 사람을 관찰하고 크로키하는 작업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흐리고 비 오는 날의 우리에게 내일은 맑을 거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준다.
이수지 작가는 시각적, 청각적인 요소를 통해 스케이트를 신고 얼음판 위에 선을 남기는 듯한 느낌을 선명하게 전해준다.
어린 시절 겨울이 되면 스케이트장이 된 논에서 놀곤 했던 이수지 작가는 스케이트를 신은 채 선을 긋고 소리를 내던 그 설레던 순간을 기억하며 선 작업을 펼친다. 그는 얼음판 위에 선을 그리고 지우고 다시 그리는 과정에서 창작과의 공통점을 발견하기도 하고, 각자의 길을 가다 하나가 되기도 하고 다시 헤어지기도 하는 선의 모습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나로 담아내는 그림책의 매력을 찾기도 한다. 얼음판 위의 사람들을 마우스로 움직여보도록 한 <선>은 얼음을 가르는 소리를 들으며 자신만의 선을 그을 수 있게 한다.
그림책 1인 공연, 몸짓 공연 등을 선보이며 소리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장현정 작가의 <맴>에서는 숲을 느낄 수 있다. 푸른 잎이 무성한 나무들 위로 마우스를 드래그하면 나뭇잎들이 공중으로 퍼지면서 매미 소리가 난다. 이때 잎들은 소리를 표현한 글자의 모습으로 변하며 퍼져간다. 숲에서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소리와 그 울림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전달한 이 작품에서는 여름날의 자연이 주는 청량함을 느낄 수 있다.
책에 공간의 개념을 적용한 차정인 작가의
차정인 작가는 북 아트를 통해 책에 공간이라는 개념을 적용한다. 모니터 안 여러 개의 작은 공간 속에 사람들이 있는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한성민 작가의 <조용한 밤>은 아프리카의 평온한 밤 풍경을 펼친다. 야생의 공간 속에서 서로 돕고 공존하며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이 담긴 이 작품은 마우스를 드래그하는 방향대로 화면이 움직이면서 달빛 아래 동물들의 모습을 점차 뚜렷하게 보여준다. 움직이는 화면을 보고 있으면 마치 그림책 속에 들어가 아프리카의 땅을 걷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팝업북 작업을 하는 한샛별 작가의 <잠>에서는 잔잔한 음악과 함께 고요한 밤하늘,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늘을 떠다니는 점과 구 형태의 물체들을 감상할 수 있다. 한글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담아낸 작가는 몽환적이면서도 환상적인 화면을 통해 빛나는 별자리와 빛을 담고, 이를 통해 인생에서 많은 이야기를 써나가는 우리 삶을 응원한다.
한병호 작가의 <엄마의 섬>. 관람객의 마우스에 따라 바다는 낮에서 밤으로, 다시 아침으로 변화하며 해와 별의 움직임에 의한 다양한 빛을 보여준다. (사진출처: play-link.gitlab.io/hanbyeongho.html)
그림책 속 다양한 요소들을 오브제로 제작해 이야기를 전하는 한병호 작가의 <엄마의 섬>은 섬이 지닌 다채로운 감성을 이미지와 색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파도가 치고 갈매기가 울며 물고기가 헤엄치는 바다 풍경에서 해는 마우스의 움직임에 따라 빛을 밝히기도 하고, 수평선 아래로 가라앉기도 한다. 뱃고동이 울리는 어두워진 밤바다를 비추는 별은 이내 바다와 만난다.
‘찾아가는 아뜰리에’에서는 그림책 작가가 말해주는 그림책의 특징부터 그림책 속 그림과 텍스트의 관계, 시대에 따라 변하는 그림책의 형태, 참여 작가들이 사물을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며 책을 만드는 방식, 판화/ 페이퍼 커팅/ 회화/ 팝업북 등 작가들이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재료와 작업 방식, 제본 방식, 그림책 작업에 있어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아기들을 독자로 아기들과 호흡을 맞추며 아기 그림책을 그리는 문승연 작가나 ‘놀이이자 예술’인 그림책을 통해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이야기를 구성하는 재미를 찾도록 해주는 이수지 작가, 판화가 지닌 ‘아날로그적 감성과 인간의 온기’를 보여주는 김지민 작가의 이야기는 그림책을 새롭게 느끼고 해석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그림책을 통해 누군가의 즐거움을 위한 누군가의 희생,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하는 소윤경 작가의 이야기는 인간과 환경 등 이 시대의 주요 화두에 대해 말하는 그림책의 역할과 작가들의 메시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DIY 그림책 키트’는 DIY 키트와 영상을 활용해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만들고 그리면서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간단하게 도안을 다운로드하고 프린트해 즐길 수 있는 내용도 마련돼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인터랙티브 작품들의 배경이 된 그림책들에 대한 소개,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션 어워드 및 그림책 어워드 등에서 수상,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전시 참여 작가들의 정보도 알 수 있다.
그림책에 숨겨진 무궁무진한 이야기와 또 다른 가능성을 느끼게 해주는 ‘일상의 예술, 그림책 전’은 온라인(https://play-link.gitlab.io/#intro)으로 오는 2월 14일까지 무료로 공개되며, 서울디자인위크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접속할 수 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