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지의 장점을 살린 업사이클링 브랜드 ‘H22’ | 조회수 | 7508 |
---|---|---|
[2030 디자이너들의 이유있는 도전] 디자인정글은 디자인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도전하는 2030 젊은 디자이너와 창작자들을 응원하고자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어린 시절 비닐봉지를 모으던 때가 있었다. 우리나라 비닐과는 느낌이 다른 외국의 봉지들, 캐릭터가 그려진 예쁜 봉지, 컬러나 소재가 독특한 그런 비닐봉지들을 모았는데, 예쁘긴 했지만 결국 사용할 데가 없어 어느 순간 모두를 처분했다.
업사이클링에 관심을 가지면서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졌던 한 작가를 알게 됐다. 과거의 에디터처럼 비닐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갖게 됐는데, 그렇게 모은 비닐들로 새로운 걸 만들어냈다는 걸 알고 적지 않게 놀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에디터에겐 쓸모없던 비닐봉지였는데, 그것을 가지고 보기에도 좋고 쓰기에도 편리한 제품을 만들어냈다니. 업사이클링 브랜드 희(H22)는 비닐에 공예적 기법을 결합해 새로운 소재로 개발하고 이를 제품으로 만든다.
그 주인공은 바로 ‘희(H22)’라는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장우희 작가다. 희는 버려지는 비닐에 공예적 기법을 결합해 새로운 소재로 개발하고 이를 제품으로 만드는 업사이클링 브랜드다.
장우희 작가가 처음 비닐을 사용한 것은 가볍고 물에 젖지 않으며 여러 가지 컬러와 질감의 표현이 가능한 비닐에 대한 매력을 느껴서였다고 한다. 하지만 비닐을 수집하면서 환경에 대한 이슈를 함께 접하게 됐고, 몇 백 년 동안 썩지 않고 연소 시 유해 물질을 발생시킨다는 걸 알게 된 후 비닐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환경을 고려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고 있다.
새로운 방식으로 원단을 개발해 제품을 제작한다.
비닐봉지로 제작된 희의 제품
이를 위해 장우희 작가는 공예적 기법을 결합한 방식으로 새로운 원단(Surface)를 개발했다. 희의 제품 표면의 주름 패턴은 이 기법에 의해 완성된 것으로, 각각의 제품마다 모두 다른 모양으로 완성돼 특유의 멋을 준다. 비닐 소재로 제작되기 때문에 생활방수는 물론, 여러 겹을 압축하는 방식으로 내구성이 강하다.
조형 작품 활동을 하던 장우희 작가가 브랜드를 론칭하며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서울디자인상품공모전’이었다. 공모전 출품 작품은 한국의 전통 조각보에서 영감을 받은 ‘플라스틱 보(Plastic-Bo)’. 버려지는 자투리 천으로 만들어졌지만 귀한 물건을 포장하는데 쓰이는 조각보와 달리, 똑같이 물건을 담는데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골칫덩어리 쓰레기로 취급되는 비닐봉지의 처지에서 아이러니함을 느껴 비닐봉지라는 소재와 조각보의 상징성을 결합시킨 제품이다.
장우희 작가는 조각보와 같이 전통적인 요소에 본능적으로 이끌린다. 지난해에는 전통을 주제로 한 컬래버레이션 전시를 기획, 복합문화공간 HOWS에서 2인전을 갖기도 했다. 한옥의 건축형태와 장식에 조각보를 연결해 현대적인 조명 가구를 설치한 작가는 전통적인 요소에 비닐을 더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나간다.
이 밖에도 희는 서울여성공예창업대전에서 금상을 수상하면서 공예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고, 프랑스 파리 메종 오브제에 참여하며 디자인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지기도 했다.
'WE MAKE H22!' 프로젝트를 통해 선보이는 택배 비닐봉투로 만들어진 다양한 디자인의 가방들
지금 희는 온라인상에서 소셜커머스 기업과의 협업으로 비닐의 새로운 매력을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 ‘WE MAKE H22!’로 눈길을 끌고 있다. 버려지는 택배 비닐에서 탄생한 특별한 컬러와 재질의 튼튼한 이 가방은 ‘갖고 싶은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에게 선택됐다.
H22의 첫 제품
지금까지 진행한 다양한 프로젝트
다양한 재질과 모양의 비닐봉지를 모으며 비닐의 매력을 느꼈고, 비닐봉지로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
비닐로 작업을 하게 된 배경
어느 날 그동안 모은 비닐을 정리하는데 그 각양각색의 비닐들이 너무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비닐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새로운 섬유를 만드는 저만의 실험에 돌입했어요. 주변에선 다양한 비닐을 많이 모아주시기도 했고, 기존 섬유의 틀을 확장하는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기꺼이 응원해 주셨어요.”
환경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제작, 선보이기도 한다.
환경적인 메시지 담은 작품 제작
특히, 2018년 뉴스에서 태평양 한가운데의 거대한 쓰레기 섬 사진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크기가 무려 우리나라 면적의 15배가 넘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이를 모티브로 수 백 장의 비닐을 잘게 자른 뒤 녹이고 재봉해 거대한 파도 형태의 조형 작업인 를 제작하기도 했어요.”
직접 개발한 작업방식을 거쳐 제작되는 소재는 가죽만큼 튼튼한 내구성을 지닌다.
공예기법 결합해 가죽만큼 튼튼한 새로운 소재 개발
비닐은 본래 가볍고 방수성이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비닐에 열 압착 가공을 하면 가죽만큼이나 단단한 내구성을 갖게 됩니다. 또, 수축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주름으로 스크래치에도 강해져 가방 등의 제품으로 만들기에 적합한 새로운 소재가 되죠.”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작업 방식
다양한 색감을 지닌 희의 제품들
H22 = 비닐로 재미있는 디자인 제품 만드는 브랜드
희는 소재를 직접 만드는 작업에서부터 출발해서 다양한 형태와 컬러의 제품을 제작할 수 있었는데요, 그렇다 보니 희를 단순히 업사이클링 브랜드로 인식하시기보다 ‘비닐로 독특하고 재미있는 디자인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라고 생각해 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기분이 좋습니다.”
버려지는 택배 비닐봉투를 가방으로 탄생시켜 비닐의 매력을 경험시켜주는 'WE MAKE H22' 프로젝트
비닐의 새로운 매력 경험시켜주는 ‘WE MAKE H22’ 프로젝트
이번 펀딩의 제품에서는 가죽제품의 불박에 쓰이는 불박기를 사용해 비닐 원단에 로고를 찍는 시도를 처음으로 해봤는데요, 소재에 맞는 적절한 온도와 압력을 찾는 것이 조금 어려워 다양한 시도와 실험이 필요했지만 그만큼 재미있고 새로운 작업이었어요.”
비닐 패브릭 소재의 활용 영역 확장이 목표
희도 열 압착 비닐소재를 활용하는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소재를 사업화하기 위한 특허 및 디자인권을 출원 중에 있습니다. 희의 다양한 도전 기대해주세요.”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출처_ 디자인정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