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공간 살려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제공하는 ‘게릴라즈’ | 조회수 | 66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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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것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업사이클링은 페트병이나 병뚜껑, 우유팩, 청바지 등과 같은 일상용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새활용은 공간으로까지 이어진다.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공간을 새롭게 하는 게릴라즈(GUERILLAZ)가 하는 일이기도 하다.
게릴라즈는 버려진 공간을 살려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공하는 건축 스타트업이다.
건축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는 게릴라즈는 단순히 버려지거나 기능을 다한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게릴라즈가 설립된 것은 청년들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서였다. 게릴라즈 염정업 대표는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공간재생 콘텐츠 사업 아이템으로 게릴라즈를 고안, 예비 창업단계에서 기획 전시, 사업모델 멘토링,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 등의 다양한 검증 단계를 거쳤다.
“청년 1인 주거 문제가 계속해서 이슈가 되고 있고, 다양한 정책과 다양한 플레이어가 시장에 나오고 있는 요즘이죠. 저도 한 번 1인 주거를 알아보았는데 상당히 비싸서 살기가 어렵겠더라고요. 실제로도 청년들 1인 주거 선택 사유에 ‘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고요. 나름 건축을 전공하고 건설회사까지 다녔는데, 이런 이력을 살려서 직접 해보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들이 하는 공간재생 작업은 낙후된 숙박업소에서 이루어진다. 서울만 해도 여인숙, 여관 등 오래된 간판을 달고 있지만 운영되지 않는 곳들이 많은데 이러한 곳을 활용한다.
낙후된 숙박업소를 활용해 공간을 새롭게 만든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찰나, 동네를 돌아다녀 보니 운영도 되지 않고 온라인에서 검색도 되지 않는 숙박시설들이 상당히 많았고, 이것들을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생각해 보니 실제 숙박시설들의 구조는 원룸과 상당히 유사한 부분도 있고, 주거가 아닌 상업건물로 매출과 이익이 해당 건물의 가치와 가격을 평가하는데 현재 운영이 잘되지 않아 이 부분도 낮게 측정돼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집값’이라는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관리를 하지 않아서 쾨쾨하고 지저분하지만 잘 살려내면 충분히 재미있고 의미 있는 공간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게릴라즈는 2020년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열렸던 모델하우스 겸 사업 전시 ‘Do! GUERRILLAZ’를 통해 사업 기획과 공간 구성을 전시, 그들의 사업을 검증했다.
남영동 인근에 있는 게릴라즈의 1호점 공간 라운지
주방
화장실
용산구 남영동 인근에는 게릴라즈의 공간 1호점이 자리하고 있다. 미군부대 근처에 위치한 이곳은 오래전 군부대 휴가 복귀나 면회 등을 위한 숙박시설로 쓰였다 유휴공간으로 방치돼 있던 시설로, 게릴라즈는 이곳에 공간 리뉴얼을 진행, 게릴라 하우스 1호점으로 탄생시켰다. 1~2달간 게릴라즈의 멤버들과 테스터 청년들이 직접 살아보면서 필요 부분들을 보완해 완성됐고, 현재 이곳엔 다양한 청년들이 입주, 거주하고 있다.
이들이 공간 구성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기존 요소와 맥락의 활용’이다.
“지금이야 시대가 바뀌어 사람의 발길이 끊겼지만 여하튼 지금까지의 세월을 견디며 있었던 건물인 만큼 현재까지 간직해온 시간적 요소들이 있을 텐데 그것들이 어떤 상태로 있는지, 그것들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주안점을 두고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1호점 공간 재생 전과 후
1호점의 경우엔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거치며 내부 벽돌 위에 수많은 도배 시공의 흔적이 겹겹이 쌓여 있었는데, 이를 모두 제거하고 기존 거친 벽돌면을 노출시켰어요. 앞으로도 지금까지의 시간을 견디어 내며 간직하고 있는 건물들의 요소들을 찾아 디자인할 계획입니다.”
“공간재생 등 건축을 기반으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다 보니 작업에서 발행하는 엄청난 양의, 굉장히 다양한 건설 폐기물들에 대해 책임감을 늘 마음 한편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와중 저희가 포착한 오래된 숙박시설들은 모두 똑같이 비닐장판이 깔려있다는 걸 깨달았죠. 앞으로 우리가 공간을 확장해 나갈 때 엄청난 양의 장판 쓰레기들이 발생할 텐데 이를 활용해 새로운 사용성과 가치로 한 번 더 사용하게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습니다.”
폐 장판으로 만든 수제화
그중에서도 폐 장판으로 만든 수제화가 특히 눈에 띈다. 일상생활 중 발에 닿는 장판이라는 소재를 재생해 신발로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한 게릴라즈는 ’2021 성수수제화 활성화 지원사업’에 지원, 폐 장판 굿즈들을 통한 폐 장판의 소재 가능성, 게릴라즈의 일련의 경력들을 인정받아 선정됐고, 성수동 소재 수제화 전문 기업 FS 실비아와 협업해 장판 재생 신발을 제작하게 됐다.
폐 장판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폐 장판을 제품의 소재로 활용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세 가지 정도를 들 수 있겠는데요, 가장 큰 문제는 버리는 장판을 수급해 세척하는 것이었어요. 오랜 기간 누적된 묵은 먼지를 고압살수로 밀어내고 소독 세척을 모두 수작업으로 해오고 있는데 여전히 멤버들이 가장 마주하기 두려워하는 작업 중 하나입니다.
마지막으로 ‘장판’에 대한 낯섦입니다. 저희도 이런 버리는 장판을 닦아서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요, 함께 작업을 도와주시는 피할 업체, 실크스크린 업체, 봉제 업체, 불박 업체 등 많은 제작 업체에서도 장판을 처음 마주하시게 됐어요. ‘이게 과연 될까…’하는 생각을 많이 하기도 합니다. 아직 초기 단계라 무언가를 디자인할 때 실험과 실패들을 경험하고 있지만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 구현됐을 때의 보람을 보상으로 현재의 경험들을 즐기고 있습니다.”
폐 장판으로 제작된 다양한 굿즈들
폐 장판 수제화는 수많은 디자인과 시제품들의 피드백들을 거쳐 현재 본 상품 제작 단계에 있으며, 조만간 출시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버리는 장판을 닦아 테스트를 하고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검증한 게릴라즈는 다채로운 제품들을 디자인, 개발하고 있다. 자체 제작한 장판 핸드폰 케이스, 장판 열쇠고리, 장판 지갑, 장판 클러치 등을 제작, 판매 중이며 다양한 작업들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들을 선보일 예정으로, 실생활에 사용 가능한 게릴라즈만의 업사이클 생활 리빙용품 제작을 통해 ‘공간’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 ‘라이프 스타일’을 제공하고자 한다.
공간 업사이클링, 공간 내 폐자제 굿즈 제작 외에도 게릴라즈는 마을을 재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LG헬로비전 <우리동네 클라쓰>라는 지역 재생 프로젝트 방송에 건축 전문가로 초빙돼 ‘순천 유룡마을, 예천 풍정마을의 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요, 순천 유룡마을에서는 뻘에서 꼬막을 캐기 위해 재단한 대나무(길이 1,800~2,000mm, 지름 20~30m), ‘채묘’가 사용 후 버려지는 것을 보고 수거하고 닦아서 벤치, 건물 차양막, 라이팅, 마을 사이니지 등 다양한 오브제들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게릴라즈는 ‘게릴라 하우스’의 검증된 사업성을 토대로 투자처를 확보해 시장을 확장하도록 노력하는 한편,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굿즈들의 상품을 다각화하며 다양한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앞으로도 기존의 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현시대가 원하고 바라는 다양한 것들을 디자인하는 ‘크리에이터’로서 꾸준히 성장하며 영역을 확장해 나아가는 ‘게릴라즈’가 되고자 합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게릴라즈
출처_ 디자인정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