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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인터뷰] 건축으로 표현하는 일상의 위대함 조회수 10115

 

 

건축을 ‘평범한 일상’이라고 말하는 설계 스튜디오가 있다. 비현실적인 개념과 이론의 과잉을 지양하며 ‘일상의 위대함’을 실천하고자 하는 지오아키텍처(www. g-o-a.kr)다. 

 

지오아키텍처의 ‘G.’O’는 ‘Great Ordinariness’를 뜻한다. 위대한 일상성, 일상의 위대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오아키텍처는 도시, 건축, 인테리어, 그래픽 등 다양한 스케일과 분야의 관점을 공간에 비추어 바라보고 현실에서 실천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합리적 사고로 사람, 그리고 장소와 소통하는 이들은 길가에 핀 작은 식물에 골목 이야기가 있고, 혼잡한 출근길 잰 걸음에도 도시의 일상은 담겨있다고 말한다. 이들에겐 시선에 담긴 평범한 삶의 한 순간을 간과하지 않고 일상의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움직임이 중요하다. 

 

강빛초중학교 도서관

 

 

지오아키텍처의 도서관 프로젝트는 이들의 일상 속 작은 움직임 중 하나다. ‘엄숙함’이라는 도서관에 대한 선입견을 ‘일상에서의 친숙함’으로 바꾼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책을 매개로 누구나, 언제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이 된 도서관들은 공간을 새롭게 했고, 사람들의 일상의 질을 높였다. 

 

지오아키텍처 이주영 소장

 

 

일상의 평범함에서 위대함을 발견하는 지오아키텍처의 이주영 소장은 영국 AA School에서 MA Housing & Urbanism 학위를 받고 공간건축사사무소, 삼성건설, Ove Arup 등 한국과 런던에서 실무를 쌓았다. 서울시 공공건축가, 서울시 중구 건축위원, 서울시 강동구 건축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한경대학교, 한양대학교 ERICA에 출강했고, 다수의 공공 건축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상의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움직임을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선보이고 있는 지오아키텍처의 이주영 소장으로부터 건축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른 건축 회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실무를 하면서 도시설계, 건축설계를 해왔고, 지오아키텍처를 시작하면서 인테리어 설계를 함께 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분야를 넘나드는 작업들이 많았습니다. 

 

남대문광장

 

 

몇 년 전 남대문광장을 설계할 때 도시의 광장의 역할에 대한 고민과 함께 30평대 아파트 인테리어를 설계하면서 그림을 어디에 설치할까 하는 공간 스타일링에 대한 고민을 동시에 했습니다. 지금도 세종시에 타운하우스를 설계하면서 28평 주민공유공간을 설계하고 있어요. 스케일을 넘나드는 일은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그 속의 한 사람 한 사람을 함께 생각할 수 있고, 작은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그 속의 다양한 주민들의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 대한 생각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의미예요. 그 통합적인 시야를 가진 것이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독다독 도서관

 

 

도서관 프로젝트는 일반적인 도서관의 선입견에서 벗어나 여행, 소통을 중심으로 디자인을 하셨는데요, 어떻게 이런 기획을 하게 되셨나요?


저는 미팅이나 현장을 갈 때 애매하게 빈 시간들을 카페에서 보냅니다. 조용히 일도 정리하고, 밀린 전화통화도 할 수 있는 또 다른 업무 공간이죠. 저에게는 혼자, 조용히 일을 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때로는 식사를 해결하는 멀티 공간입니다. 

 

도서관이 도시에서 보통 카페들이 하고 있는 이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램에서 시작했습니다. 도서관은 공공공간, 즉 누구나 비용의 지불없이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도서관을 책을 읽는 공간이라는 기능에 한정 짓기보다 공공 공간으로서 역할에 조금 더 중점을 두었습니다. 책을 매개로 누구나 언제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랐어요. 그리고, 책을 사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좋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대부분 비용이 발생하는데, 그 비용으로 인해 사람들이 접하는 공간의 질과 일상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의 질이 달라지지 않는 장소이길 바랍니다. 

 

원주 마을 미술 프로젝트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원주 마을 미술 프로젝트입니다. 도시 프로젝트는 한국에 와서 수행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올해 도시+미술 프로젝트를 일년간 진행해왔어요. 원주 마을 미술프로젝트 총감독을 맡아 마을을 이해하고 분석해 미술로서 주민들에게 무엇을 해 드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담긴 프로젝트였습니다. 

 

처음하는 역할과 내용이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작품들이 설치되고 주민들과 함께하는 워크샵도 마무리돼 전시와 마을축제까지 잘 끝났습니다. 그 과정들을 모아 책자와 영상으로 정리했어요. 새로운 시도와 경험은 더 넓은 시야와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었습니다.

 

고덕마을 활력소

 

가산초 메이커스페이스

 

 

다른 대표 프로젝트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마을 주민들이 모여서 음악활동 및 친목을 할 수 있는 마을 활력소, 노인분들이 사용하시는 작은 경로당, 유아들이 놀 수 있는 아이맘 강동 고덕점, 아이들이 활동하는 여러 학교공간, 만들면서 생각하는 메이커스페이스 등의 공공 프로젝트들과 남대문 광장 등이 있습니다. 

 

지오아키텍처의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가요?


‘합리성’. 사용자가 필요한 기능과 용도를 잘 이해하고 이를 반영하는 디자인을 하고 싶습니다. 때로는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공간의 경우 다양한 형태와 장식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이 역시 공사비나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그런 경우를 제외하면, 형태를 위한 형태나 장식으로 공간을 만드는 일은 가능한 하지 않고, 기능과 사용자에 대한 고려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내용으로 합리적인 디자인을 하고 싶습니다.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라이나생명 전성기캠퍼스

 

강동고등학교

 

 

‘건축은 oo다’라고 정의해 주신다면?


건축은 평범한 일상인 것 같아요. 일상 속에서 어떤 날은 마당에 들어와 자기 집인냥 누워있는 고양이가, 어떤 날은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목수 반장님의 한마디가, 어떤 날은 아이가 무심히 툭 던진 한마디가 결정적인 다른 생각을 이끌어내는 경우가 있어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디자인하기 때문에 사람들 속 소소한 일상에서 어떤 이의 말 한마디가, 어떤 이의 삶의 태도가, 길가에 무심코 피어있는 들풀 하나가 그날 그날의 영감이 되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일상을 잘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건축인 것 같습니다. 

 

아이맘 강동 고덕점

 

 

지오아키텍처의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설계한 공간이 그 곳을 사용하는 주민들, 아이들, 노인분들, 가족분들 혹은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편안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생각의 게으름과 부족함으로 사용자의 불편함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일상에서 생각치 못한 감흥을 그곳에서 느끼거나 생각치 못한 행동, 행위를 유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계획이 있으시다면? 


모두를 위한 공간 즉, 그동안 작업한 아이들을 위한 공간, 노인을 위한 공간, 주민을 위한 공간, 도시를 위한 공간 등을 책으로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지오아키텍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