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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인공지능 기술은 디자인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조회수 3295

 

 

글_ 윤성원 (한국디자인진흥원 혁신성장본부 서비스디자인실 안전디자인팀 팀장) + chatGPT


위대한 오즈의 챗GPT

 

챗GPT가 유용한 도구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업무에 활용할 방법을 찾느라 의도적으로 자주 사용하고 있다. (챗GPT를 활용해 쓴 글 모음)

 

도와달라 하면 언제든 자기 일처럼 도와주는 박학다식한 동료 같다. 새로운 영역을 탐색하는데도 충분히 훌륭한 가이드가 된다. 사전 정보 없이 대화 내용만 봐서는 상대가 인간인지 아닌지 분별하기 어렵다. 챗GPT의 답에 대해 나는 "잘했어" 또는 "고마워"라고 답하기도 했고, 때로 그 탁월함에 경외감을 느끼기도 했다. 과도한 질문으로 몰아붙여야 할 때는 이렇게 부려 먹어도 되나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것은 챗봇을 미리 녹음된 전화기의 자동응답기나 자동화된 컴퓨터 반응 정도로만 여겨왔던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감정'이었다. 

 

관심은 호기심의 수준을 넘어 열광하는 단계로 빠르게 발전했는데, AI 전문가들은 AI가 세상을 바꿀 기술 혁신인 것은 분명하지만 AI에 자아나 인지능력이 생긴 것처럼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쉽게 흥분하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은 챗GPT가 만들어 낸 결과에 감동했고 마치 무슨 소원이든 들어줄 위대한 마법사 오즈가 나타난 것처럼 환호했다.

 

챗GPT는 책 수백만 권과 인터넷 등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주입한 ‘언어 모델’ 알고리즘이다. 여러 단어와 구문을 숫자로 바꾸어 광활한 가상의 공간에 배열하고 수많은 계산을 수행해 서로의 관계를 파악하는 거대한 단어 퍼즐 풀기와 같다. 메시지가 들어오면 방대한 말뭉치 패턴을 분석해 어떤 대답을 내놓는 것이 좋을지 예측한다. 가장 높은 확률로 나올 수 있는 단어들을 결합해 가장 최적의 답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결과는 너무나 근사하다.


챗GPT의 답이 실제로는 엄청난 양의 확률 계산의 결과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가 보잘것없는 늙은이라는 진실을 마주한 도로시 같은 심정이 된다. 경외심은 사라졌지만, 챗봇의 답은 여전히 훌륭하다. 


* 출처 : 녹색 장막 뒤의 챗GPT


이제 디자인업을 재정의해야 하지 않을까? 

 

분야를 막론하고 국내 디자이너들은 공통으로 다음의 환경에 처해 있다.


1. 높은 경쟁환경 (1) 수요 대비 디자인 서비스의 공급 과다, 2) 진입장벽 낮음). 
2. 디자인 활용 영역은 과거보다 확대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디자인에 돈을 쓰지 않고 있어서 수요시장이 커지지 않음.
3. 정보화, 세계화의 진전으로 해외의 경쟁자들과도 경쟁해야 함.
4. AI, 자동화 기술 등 신기술이 디자이너가 하던 역할을 대체하거나 비전문가가 디자인업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음.


이만하면 사면초가라 할 만하다. 이중에도 AI 기술이 디자인업 業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우선 AI 기술이 가져올 결과를 예상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시작하고 싶다. 나만 틀리는 게 아니다.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은 주요 직업 400여 개 중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확률이 높은 직업과 대체 불가능한 직업을 발표했었다. 대체 불가능한 직업 1위가 화가 및 조각가였고, 2위 사진작가, 3위 작가, 4위 지휘자, 작곡가, 연주가, 5위 애니메이터 및 만화가였는데, 7년 만에 그것이 완벽한 오판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대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던 모든 영역에서 AI가 인간을 앞선 성과를 보인 것이다. AI 기술이 보편화되는 것은 얼마나 수요가 시급한가에 따른 시간문제일 뿐이다. 

 

2023년은 AI 기술 혁명이 본격화된 해로 기록될 만하다. AI 혁명이 인류 역사상 여느 기술 혁명과도 다른 점은 인간의 마지막 고유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지적 영역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합리적 추론, 복잡한 규칙 속에서 패턴을 찾는 일 등 이성의 영역뿐 아니라 음악, 글쓰기, 그리기, 건축설계, 사진, 영상 등 창의력과 공감력과 같이 ‘인간적’인 특징이 절대적 역할을 하는 영역에서마저 AI가 인간을 뛰어넘고 있는 증거가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

 

디자인과 관련된 영역에서 두 가지 사건만 꼽아보자. 2022년 9월 1일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의 디지털 아트 부문 1위 수상작은 미드저니를 이용해 텍스트로 된 명령으로만 만든 그림이었다(그림 1). 2023년 4월 17일 ‘2023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의 크리에이티브 부문에서 수상작도 AI가 만들어 낸 것이었다(그림 2). 두 사례 모두 수상자가 자발적으로 사실을 밝혔기에 알려진 것이다. 얼마나 이런 사례들이 많을지 우리는 알 수 없다. 

 

2022년 9월 1일, 콜로라도주립 박람회의 디지털 아트 부문 1위 수상작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Theatre D'opera Spatial). 미드저니를 이용해 만들어진 그림 (이미지 출처 : 스포츠동아)

 

2023년 4월 17일, ‘2023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 크리에이티브 부문 수상작. 보리스 엘다크젠 작가는 AI가 만든 이미지임을 밝히고 수상을 거부하면서 우리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퍼포먼스였다고 밝혔다. (이미지 출처: Boris Eldagsen)

 

 

이미지 생성형 AI는 미드저니(Midjourney),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달리(DALL·E), 파이어 플라이(Firefly) 외에도 다양한 모델이 속속 출시되고 있고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놀랄 만큼 보완되고 향상된 모습을 보인다. 언어 생성형 AI인 챗GPT가 발표된 2022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불과 반년쯤의 기간 중 이미지 생성형 AI를 포함한 다양한 AI 도구의 발전은 약 10년 치의 AI 기술의 변화를 뛰어넘는 충격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매일같이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고 새 솔루션들이 나온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어도비는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에 통합될 생성형 AI 모델군인 파이어 플라이의 새로운 기능을 발표했다(생성형 채우기 기능, 2023.5.23., 어도비). 프롬프트를 이용해 텍스트 명령으로 이미지를 추가하거나 변형하는 기능으로, 마치 기존 포토샵과 이미지 생성형 AI인 미드저니가 합쳐진 것과 같은 모양이다. 가을이면 상용화된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떠들썩한 변화들이 거의 출발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눈치 못 채는 사이 생성형 AI가 만들어 낸 이미지들은 SNS 타임라인에도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고 생활 곳곳에 AI가 만든 이미지가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미지 창작 부분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다. 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거나 소설, 시나리오 영역 등 무언가를 창작하는 영역에서 인간을 넘어선 탁월함을 보인다는 증거가 많은 기사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스스로 챗GPT를 협업해 소설 창작을 시작했다. 브레인스토밍부터 시작해 아우트라인 짜기를 거쳐 마지막 소설가의 피드백까지. 이 과정을 통해서 SF 단편 <감정의 온도>를 써냈다. (중략) <감정의 온도>를 비롯해 이들이 챗GPT를 이용해 집필한 작품 7편은 지난달 앤솔로지 <매니페스토>(네오북스)로 묶여 출간됐다.’... 

- 챗GPT 협업 단편 <감정의 온도> 윤여경 “AI, 이제 인간의 실제적 동반자 됐다”, 2023.5.20., 세계일보

 

콘텐츠의 생산 외에도 인간과 교감을 나누는 역할로써의 가능성도 보인다. 최근에는 챗GPT가 LEAS(감정 인식 수준 척도) 테스트에서 인간의 평균보다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 테스트는 감정의 경험 수준을 평가하는 5가지 척도로, 감정을 폭넓게 경험하고 자각할수록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는다. AI는 한 달간의 학습 결과 인간의 점수를 크게 뛰어넘어 모든 부문에서 거의 만점에 도달했다. 이 정도라면 아마 오래되지 않아 감정 인식 장애가 있는 사람을 위한 인지 훈련과 정신과 진단 및 평가에서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인간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기사들이 쏟아지는 속에서도 감정에 관한 기사가 유독 신경이 쓰였던 이유는 AI가 도달할 수 없을 성역 같았던 영역에서까지 인간을 넘어섰다는 점이 특히 충격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 참고 기사: "챗GPT가 사람보다 낫다."… 타인 감정 이해, 인간보다 '우월’, 2023.5.22., 머니투데이

 

2023년 3월 ‘골드만삭스’는 생성형 AI가 일자리의 4분의 1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히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 일자리 3억 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제 인간의 노동이 갖는 가치와 역할을 근본적으로 다시 규정해야 하지 않을까? 창의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도, 디자인업에 대한 정의도 전반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AI가 가져올 제품디자인의 미래?

 

오랜 시간 노하우로 익혀야 했던 디자인 기술을 AI와 자동화가 대신하면 디자이너의 업의 장벽은 낮아져 누구나 쉽게 디자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산업디자이너는 표준화된 대량 생산품을 디자인해 왔지만 비 디자이너도 AI를 이용해 디자인하고 개인화된 소량 맞춤 생산, 유통을 실현하는 시대가 온다. 

 

그 과정에서 기존 디자이너의 노동력 상당 부문이 AI를 이용하는 비 디자이너와 기계로 대체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신기술에 대해 높은 수용성을 가져, AI 도입과 자동화와 무인화도 빨리 이루어질 것이다. 이미 로봇 도입률은 세계 1위이다.
* 2016년 기준 제조업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531대로 1위. 2위 싱가포르 398대. 세계평균 69대 

 

제품디자이너는 AI를 이용해 디자인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다. 디자이너가 하던 일을 AI가 대신한다면, 이때 디자이너는 무엇을 해야 할까?  

 

세계적인 스포츠 의류 브랜드 언더아머는 '제너레이티브 디자인'(Generative Design)과 3D프린팅 기술을 적용, ‘UA 아키텍트’라는 신개념 트레이닝 화를 개발했다. 특히, 오토데스크의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을 적용해 근력운동에 적합한 충격 흡수 능력을 갖춘 안정적인 격자구조의 중창부를 개발했다. AI는 인간이 구조적으로 가장 적합한 디자인을 채택할 수 있도록 최적의 솔루션을 제안한다.

*출처: 제너레이티브 디자인, 디자이너 위한 새로운 도약의 발판, 2017. 2. 1., 컴퓨터월드

 

AI를 활용해서 만든 트레이닝화, 언더아머 (이미지 출처: https://adsknews.autodesk.com/ko/stories/how-generative-design-helped-under-armour-make-its-first-3d-printed-performance-trainer/)
* 출처: 제너레이티브 디자인, 디자이너 위한 새로운 도약의 발판, 2017.2.1., 컴퓨터월드

 

 

2019년 필립 스탁(Philippe Starck)이 카르텔(Kartell)의 의뢰를 받아 AI로 만든 의자가 최초로 주문 생산 판매된 이래 불과 5년이 지나지 않았다.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은 디자인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발생하는 여러 제한요소를 입력하면, AI와 알고리즘이 다양한 형태를 생성한다. 


의자를 디자인할 경우, 특정 자재를 사용해 무게 몇 킬로그램을 지탱할 수 있는 얼마짜리 의자를 만들겠다고 입력하면 컴퓨터는 이 기준에 일치하는 수천, 수만 개의 디자인 옵션을 제공한다. 디자이너는 AI가 생성한 디자인 중 가장 좋은 디자인을 선정하는 역할만 하면 된다. 어떤 디자이너나 구조역학 전문가가 만든 의자보다도 내구성 강한 의자가 손쉽게 만들어진다. 디자이너는 프로그램에게 ‘강인한 의자가 돼라’고 지시만 하면 된다.  

 

의자 제작에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을 활용하는 사례 (이미지 출처: https://www.comworld.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161)

 


아우디의 펠간(FelGAN)은 차량의 바퀴 이미지를 만드는 AI다. 펠간은 신속하게 수많은 사실적인 디자인을 제안하고 이전 디자인을 결합해 새로운 디자인을 만든다. AI는 익숙한 것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인간의 약점을 보완하고 창작 과정에서 새로운 관점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게 한다. 


모양, 색상, 표면 구조를 비롯한 매개 변수를 실시간으로 대입해 테스트하기도 한다. 디자이너는 자기가 디자인한 이미지를 프로그램에 입력해 많은 의도된 대안을 추가할 수도 있다. AI가 창작한 이미지에서 특정 요소만 뽑아내 전체 디자인을 조화롭게 다듬는 과정을 거칠 수도 있다. 이때는 디자이너의 창의성과 노하우가 큰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만들어진 디자인으로 알루미늄 프로토타입으로 실제화할 수도 있다. 
* 출처:  자동차 AI 디자인, 궁금하면 아우디에게 물어봐!, 2022.12.22., 아우디코리아

 

아우디의 FelGAN 사용 예 (이미지 출처: https://www.audi.co.kr/kr/web/ko/experience/audi-story/audi_content_221222.html)

 

 

AI 도입 이전에는 많은 디자이너가 다양한 선택지를 만드는 역할을 했다. 그전에 없었던 것을 만드는 것이기에 창의성의 영역인 것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매우 노동집약적인 일이고 자동화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큰 비용과 많은 시간을 들여 디자이너가 그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AI가 그것을 대신하게 되었다. 쉬지도 않고 빠르게,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대안을 만들어 낸다. 좋다 싫다는 방향만 일러주면 알아서 한다. 나머지 작업은 AI가 할 테니 기업 내부에는 고도의 수준 높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소수의 디자이너만 있으면 된다. 


시각디자인의 미래는?

 

시각디자이너의 노동력도 AI로 작동하는 스마트한 도구와 서비스로 대체되고 있다. Microsoft Designer, Canva 등을 이용해 그래픽 디자인, 로고 디자인을 개발할 수 있는 도구가 등장했다.  AI의 활용 범위는 정지된 이미지에만 그치지 않는다. OpenAI, Nvidia, Google 등 세계 유수 AI 기업들은 이미 멀티모달* 이미지 생성 AI를 출시했다. 

 

* 모달은 모덜리티(Modality)의 준말로 텍스트, 음성, 이미지, 영상 등 특정 형식의 의사소통 채널 형식을 의미함. 멀티모달 AI라고 하면 DALL-E와 같이 텍스트로 입력하여 이미지로 출력하거나 Runway처럼 텍스트로 입력해서 동영상으로 출력되는 등 두 가지 이상의 모달을 전환, 활용하는 AI를 말함

 

이 기술은 정적인 이미지를 포함, 비디오,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시각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어 우리가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을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멀티모달 이미지 생성형 AI는 방대한 이미지 및 비디오 데이터 세트에 대한 딥 러닝 알고리즘을 교육하여 작동한다. 알고리즘은 데이터의 패턴과 기능을 인식하는 방법을 학습한 다음 입력의 스타일 및 내용과 일치하는 새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천 개의 고양이 이미지로 훈련된 AI 모델을 사용하여 매우 사실적으로 보이는 새로운 고양이 이미지를 생성한다. 이 기술을 이용해 시각적 콘텐츠를 만드는 프로세스를 자동화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고객별 맞춤형 컨셉 이미지와 같은 콘텐츠를 대규모로 생성할 수 있다. 

*출처: 멀티모달 이미지 생성 Ai, 잠금 해제되다 - 온라인 콘텐츠의 제작 혁명 www.usable.co.kr

 

AI로 만든 컨셉 일러스트 (이미지 출처: https://www.instagram.com/p/Csw5dn_oan6/)

 

AI로 만든 컨셉 패션디자인 (이미지 출처: https://www.instagram.com/p/CslRGa2MxmT/)

 

AI로 만든 컨셉 건축디자인(Zaha Hadid Architects) (이미지 출처: BlessedArch.)

 

 

AI로 만든 컨셉 건축 예시 (이미지 출처: BlessedArch.)

 


AI가 디자인산업에 미칠 위협

 

살펴본 바와 같이 디자인에서 AI의 광범위한 사용은 생산성 향상, 비용 효율성 및 다양한 디자인을 신속하게 생성하는 기능과 같은 다양한 이점을 줄 것이다. 그러나 디자이너와 디자인 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있다. 

 

1. 일자리 증발
AI가 설계 작업을 처리하는 데 더 능숙해짐에 따라 직무가 대체될 위험이 있다. 수동 디자인 작업과 관련된 기존의 역할은 구식이 될 수 있으며 기업은 비용 및 효율성을 이유로 인간 디자이너 대신 AI 기술에 투자할 수 있다. 

 

2. 디자인의 비인간화
AI는 특정 매개변수를 기반으로 디자인을 생성할 수 있지만 인간의 손길이 부족하다. 종종 디자인 프로세스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뉘앙스, 감정 또는 경험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기술적으로는 능숙하지만, 비인간적으로 느껴지거나 감정적 수준에서 대상 고객과 연결되지 않는 디자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3. 창의성의 정체
AI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패턴과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그들은 인간 디자이너가 하는 것처럼 진정으로 혁신하거나 틀 밖에서 생각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디자인 창의성과 독창성이 정체될 수 있다.

 

4. 윤리적 취약성
AI 시스템은 훈련된 데이터만큼만 우수하며 편향된 데이터는 편향된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다. 바른 방향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디자인 결과에 유해한 고정관념이나 배타적인 관행이 지속될 수 있다.

 

5. 과도한 AI 의존 현상 
디자이너가 AI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될 위험이 있으며, 이는 근본적인 디자인 기술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은 AI 시스템이 실패하는 상황이나 인간의 판단과 창의성이 중요한 작업에서 해로울 수 있다.

 

6. 데이터 프라이버시에 대한 위협
디자인에 AI를 사용하면 종종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므로 프라이버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개인 정보 보호 규정을 준수하고 책임감 있게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다.

 

디자인 산업에서는 AI의 이점을 활용하면서 이러한 잠재적 위험을 주의 깊게 탐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교육과 훈련은 디자이너가 AI와 함께 효과적으로 작업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갖추고 디자인의 전략적이고 창의적이며 윤리적 측면에 더 중점을 두도록 해야 한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재조정될 것이다

 

뇌과학자 김대식 KAIST 교수는 AI 활용하기 전까지의 인간은 ‘1) 원하는 것을 찾아 질문을 던지고, 2) 그것을 실행하고, 3) 결과를 선택하고 평가한다’의 각 과정에서 해야 할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하면서 그중에서도 실행하는 데에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왔다고 말한다. 
그는 ‘2) 실행의 단계는 AI와 로봇이 빠르게 인간을 대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대신 앞으로 인간은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상상하고 질문을 던지는 일과, 결과를 선택하고 평가하는 부분, 즉 1)과 3)에 해당하는 부분에 이전보다 더 큰 노력과 시간을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것이 인류 문명을 발전시키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임을 믿는 것 같다. 
* 참고 영상: 김대식 KAIST교수, 김미경 TV 인터뷰 중

 

나도 그 의견에 동의한다. 디자인산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디자인 산업에 대입해 본다면 아마도 다음과 같지 않을까?


1)에 해당하는 디자인의 역할은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더 필요로 하게 될까?', '무엇이 실현되면 더 인류의 괴로움 극복과 번영에 도움이 될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적합한 질문을 던져야 제대로 된 답을 찾을 수 있다. AI에 질문을 던지는 기술을 의미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용어도 등장했고 실리콘밸리에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주목할 만한 직군이 되었다. 디자이너도 앞으로 표현기법 도구 사용에 대한 기술 대신 생성형 AI에 명령하는 기술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묻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 이유와 당위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동기부여라고 부를 수도, 메타인지라고 부를 수도 있는 디자이너의 자기 인식이 각별히 강조될 것이다. 


2)는 실제 디자인을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디자인을 실행하는 것은 엄연히 전문가의 영역이었다. AI 도구의 발달로 전문성의 문턱이 극단적으로 낮아질 것이다. 디자인 행위는 앞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영역이 되어 갈지도 모른다. 디자이너로서 훈련을 거치지 않은 일반인들도 쉬운 사용성을 갖는 도구의 힘을 빌려 쉽게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개발, 실행의 영역에서 필요한 디자이너는 이전과 비교할 때 적을 수 있다. AI의 특징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여 폭넓은 기술 분야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으면서도 압도적 미학적 판별력과 통찰력을 가진 디자이너라면 이 영역의 역할자로서 여전히 필요할 것이다.


3)에 해당하는 디자인 역할은 궁극적으로 두 가지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지는 활동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많은 디자인 선택지 중에 더 좋은 결과를 고르는 역할이다. 디자이너의 뛰어난 선구안은 이 일을 디자이너가 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부여한다. 인공지능이나 디자인 전문성이 없는 비전문가가 그 역할을 수행한다면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물이 선택되지 않을 것이고 이에 따라 AI가 생성하는 결과물의 품질도 점점 낮아질 것이다. 


두 번째는 평가와 지도로 인공지능의 성능을 고도화하는 역할이다. 이것은 마치 학생을 지도해서 성장시키는 교사의 역할에 비유할 수 있다. AI가 만들어 낸 결과에 디자이너의 전문적인 견해로 개선 방향을 피드백함으로써 인공지능의 성능을 고도화시킨다. 나은 선택이 거듭되어야 시간이 지남에 따라 AI도 더 나은 디자인을 생성할 수 있게 된다.


AI시대,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역량

 

디자인 분야에서의 AI 활용은 디자이너의 역할을 변화시키는 동시에, 이에 따라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역량에 대한 정의도 변화시킬 것이다. 새로운 디자이너는 전통적 디자인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고, AI의 기능 고도화에 영향을 미치고, 엔지니어링과 같은 연관 영역과의 효과적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역량까지 갖춰야 한다. 디자이너는 미래를 구상하고,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높은 수준의 디자인 결정을 내리고,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디자이너는 AI와 상호 작용하면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이 창의성을 억제하거나 삶의 품질을 저하시키지 않도록 통제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것은 디자이너에게 심각한 도전 과제다. 기존의 디자인과 비교할 때 월등히 큰 비중으로 디자인 이론, 인간의 행동, 사회, 문화, 비즈니스 등에 대한 깊은 이해가 요구된다. AI 시대,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능력은 다음과 같다.


1. AI를 이해하고 그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
디자이너는 AI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이해하고 AI 도구와 기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이 필요하다. AI와 상호 작용하고 AI로부터의 피드백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능력은 물론, AI가 제공하는 다양한 데이터와 분석을 해석하고 활용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2. 전략적 사고 능력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와 전략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이러한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는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안하는 능력뿐 아니라, 기존의 방식을 넘어서 창의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포함한다. 화력이 큰 무기가 생긴 것과 같기 때문에 무기의 활용법을 신속히 학습해 활용하는 조정 능력으로써 전략적 사고력은 이전보다 더 중요해진다. 


3. 의사결정과 평가 능력
AI가 생성한 다양한 디자인 결과물 중에서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는 디자이너의 취사 선택 능력이 중요해진다. 이는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뿐 아니라, 디자인의 품질과 효과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능력도 포함한다.


4. 윤리적인 판단력
디자이너는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인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고려하여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는 편향된 데이터로 인한 디자인의 공정성 문제, 개인 정보 보호와 관련된 문제, 더 보편적 사용자를 고려해 포용적 디자인 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 AI의 결정에 대한 책임 문제 등 다양한 윤리적 고려사항을 이해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새로운 역량을 갖춘 디자이너가 만들어 낼 새로운 직업군은 무엇일까? 새로운 직업군 중 하나는 'AI 디자인 전략가'일 수 있다. 이들은 AI가 어떻게 디자인 프로세스에 통합될 수 있는지, 어떻게 AI를 활용하여 더 나은 디자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을 개발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기술 지식뿐만 아니라 디자인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한다.


또 다른 직업군으로 'AI 이미지 데이터 큐레이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들은 AI가 학습할 시각적 데이터를 선택, 관리, 평가하고, 이 데이터가 AI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역할은 AI가 제공하는 결과의 품질을 보장하는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다.


필요해지는 역량을 갖출 수 있게 준비하려면 최우선적으로 디자인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 디자이너가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AI와 함께 작업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디자인 교육은 이제 더 이상 전통적인 분야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며 AI를 이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새로운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디자인 분야의 기회와 기대

 

AI는 디자인 분야에 많은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동시에 많은 도전과 제약을 가지고 있다. 디자이너는 이러한 도전을 받아들여 AI를 활용해 새로운 차원의 창조력을 발휘해야 한다. 디자이너에게는 디자인 결정이 갖는 윤리적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AI를 활용하는 디자이너는 월등히 압도적인 생산성을 갖게 될 것인데 그것은 더 많은 영향력을 갖게 됨을 의미한다. 더 많은 힘에는 더 많은 책임이 따른다. 디자이너는 디자인의 결과가 환경과 생태계와 지구에 미칠 영향을 상상하고 민감하게 느끼는 환경 감수성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디자이너는 AI를 학습시키는 데이터가 편견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AI를 훈련하는 데 사용되는 데이터가 다양하고 포괄적이지 않으면 기존의 편견과 차별을 영구화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AI의 자원이 될 적절한 데이터를 선택하고 AI가 만들어낸 결과에서 직관적으로 우수한 것을 선별해 낼 수 있는 디자이너의 안목과 통찰력은 기업 내 소속된 경우라면 기업의 차별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고, 공공부문에서라면 국민들에게 더 나은 편의성을 제공하고 정책의 효율을 높여 공익의 가치를 향상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AI의 활용은 디자인 분야에 있어 새로운 가능성과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것은 실험적 접근법과 태도를 필요로 한다. 디자이너는 AI와의 새로운 협업 방식을 탐색하고, 그 결과를 검증하고, 그것이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쩌면 이것은 디자인을 무언가를 만드는 역할에서 문제 정의와 탐색의 프로세스로 바꾸는 역할로 전환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디자이너는 AI를 사용한 디자인이 윤리적 기준에 부합하는지 의심하고, 포용성과 공정성을 지향점으로 정진해야 한다. 마치 디지털 시대의 구도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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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윤성원 (한국디자인진흥원 혁신성장본부 서비스디자인실 안전디자인팀 팀장) + chat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