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수 등록 마감까지 남은 시간은?

DAY

:
:
수강 신청하기
로그인

|

내 강의실

|

마이페이지

그린채널

공지사항 게시글 보기 : 번호, 제목, 조회수, 작성일 등 정보제공
[전시 포커스] 회화와 디지털 기술의 만남으로 시간과 감정 돌아보게 하는 오스틴 리 ‘패싱 타임’ 조회수 2420

 

기존 회화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시각예술의 장르를 개척하며 주목받고 있는 아티스트 오스틴 리(Austin Lee)의 국내 첫 개인전 ‘패싱 타임(PASSING TIME)’이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뉴욕을 기반으로 디지털과 아놀로그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오스틴 리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 확장 현실 기술을 기존 회화와 접목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펼치고 있는 작가로, 디지털 드로잉을 활용해 이미지를 구상하고, 이러한 이미지들을 캔버스에 그리거나 조각작품으로 형상화한다. 

 

전시 전경

 

 

그의 작품은 회화, 조각 모두 디지털 속 이미지가 화면 밖으로 튀어나온 듯한 느낌을 준다. 디지털에서 보는 이미지를 그대로 현실로 옮겨 놓은 듯한 작품들은 기쁨, 슬픔, 사랑, 불안 등 현대인들의 여러 감정들을 담고 있다. 회화 작품은 에어브러시로 그려지고, 조각품은 3D프린터로 이루어진다. 거푸집을 3D프린터로 제작해 만든 조각작품도 있다. 

 

‘패싱 타임’이라는 제목처럼 ‘시간’을 키워드로 이루어지는 이번 전시는 ‘시간 여행’을 주제로 기획, 팬데믹 시대에 경험했던 우리들의 복합적인 감정들을 돌아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전시 전경

 

 

전시는 사회적 단절로 인해 모든 것이 멈춰진 시간 속에서 혼란을 겪는 인간의 내면을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여러 갈래로 뻗어 있는 복도는 거대한 시계 바늘을 형상화한 것으로, 벽에는 시계바늘의 이미지가 그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 동선이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작과 끝이 불분명한 교차된 공간에서는 다양한 감정을 드러내며 삶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디지털은 팬데믹으로 인한 단절 속에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관계를 맺게 했다.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디지털의 세계관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오스틴 리는 디지털과 아놀로그를 결합한 예술로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감정의 상호작용에 대한 방식을 보여준다.    

 

 

전시 전경

 

 

전시에서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다양한 감정을 주제로 한 50여 점의 회화, 조각, 영상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반복 재생되는 미디어와 음악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상에서 느끼는 혼돈을 극대화한 것으로, 영상 작품의 배경음악은 오스틴 리가 직접 작곡한 것들이다.  

 

주변 환경에서 접하는 사물, 동물, 인물을 포함한 소재들을 작품에 담아내고 그것에 자신이 경험한 감정과 기억을 더하는 오스틴 리는 친근한 소재를 통해 경험을 공유하고 관람객으로 하여금 개인적인 경험을 떠올리게 하면서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 

 

<워크(Walk)>

 


<워크>는 컴퓨터나 텔레비전 모니터를 통해 볼 수 있는 RGB컬러인 주황, 노랑, 파랑의 화려한 색들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스틴 리의 디지털 드로잉이 어떤 방식으로 회화나 조각작품으로 변환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디지털 세계에서 만들어낸 가상의 대상을 현실 공간에 존재시킴으로써 가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그의 작업적 특성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선보이는 <파운틴>은 설치작품으로, 아티스트로 추측되는 인물의 입에서 물이 뿜어져 나온다. 작품 옆엔 그가 직접 디자인한 벤치를 배치, 물이 나오는 작품을 바라보고 물 소리를 들으며 사색에 잠길 수 있도록 했다. 

 

 

전시 전경

 

<블루릴렉스(Bluerellaaaax)>

 

 

복싱 체육관에서 일하며 아마추어 경기에도 참여했던 오스틴 리에게 복싱은 특별한 주제다. 그는 페인팅과 복싱 사이엔 정신적이고 철학적인 유사점이 있다고 말한다. 승리의 기쁨을 외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패배로 인한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도 보이는 <크라이 베이비>는 인간의 복잡다단한 감정에 주목한 작품이다.

 

거장들의 명화에서도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새로운 방식으로 재창조하는 오스틴 리는 이번 전시에서 앙리 마티스의 <댄스>를 떠올리게 하는 <조이>를 선보이기도 한다. 

 

조각 작품 <조이>는 VR이라는 가상 세계에서 그린 3D드로잉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다른 조각과는 다르게 부조 형태로 완성된 작품으로,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작품을 먼저 구상하고 현실 속 물질의 형태를 구현하는 그의 작업 방식을 엿볼 수 있다. 

 

<플라워 힐(Flower Hill)>

 

 

전시의 마지막 작품은 로, 세 개의 화면의 영상으로 이루어진다. 영상에서는 수줍은 모습으로 춤을 추는 꽃들을 볼 수 있다. 해가 뜨고 해가 지면서 빛과 색, 그림자는 시시각각 변화한다. 끝없는 반복 속에서도 우리 삶이 가진 아름다운 본질을 생각하게 하는 이 작품은 지나가는 시간에 대한 아쉬운 마음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을 모두 담고 있다. 연말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와 함께 지나가는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 좋겠다는 바람도 담겨있다.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며 마음의 이정표를 찾는 시간 여행을 경험시켜 줄 이번 전시는 오는 12월 31일 이어진다. 관람료는 성인 2만원이다.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