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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인터뷰] 명확한 아이덴티티로 유럽 시장 사로잡는 국내 순수 조명 브랜드 '아고' 유화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회수 2540

 

DDP 뮤지엄 3층 둘레길갤러리에서는 ‘조명에 담긴 정성의 기록’을 선보이는 전시 ‘뉴 헤리티지 New Heritage)’가 열리고 있다. 오는 3월 3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조명 디자인 브랜드 '아고(AGO)'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아고'는 한국의 순수 조명 브랜드로, 20년 넘게 한국 조명의 메카 을지로에서 한국조명 유통 생태계를 직접 경험해온 모던 라이팅 이우복 대표와 2010년부터 스톡홀름을 기반으로 디자인스튜디오 바이마스(BYMARS)를 운영하고 있는 유화성 디자이너가 2017년 '을지로 라이트웨이'에서 만나면서 탄생하게 됐다. 

 

 

'아고'는 한국 조명사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 순수 국내 브랜드다. 

 

 

한국 조명사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순수 국내 브랜드 '아고'는 빛을 통해 아름다움과 기능의 균형을 추구하며, 한국, 스웨덴, 벨기에, 독일 등 국내외 디자인 스튜디오 8팀과의 협업을 통해 세계의 시장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아고'의 디자인에 담긴 개념과 과정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에서는 조명에 담긴 정성의 기록을 통해 현재에 충실하며 미래에 유의미한 자취를 남기기 위해 노력하는 '아고'의 브랜드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제품을 개발해 온 과정을 보여주면서 시작되는 전시는 과정에 담긴 생각을 마주할 수 있도록 한다. 생산과정에 녹아 있는 브랜드 철학과 제품을 만드는 이의 정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전시는 하나의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루면서 각 과정에 담긴 생각과 의도를 살핀다.

 

공간 구성을 보조하면서 공간을 정의하는 조명은 전시에서 ‘스파이럴 Spiral’, ‘스퀘어 Square’, ‘우주 Space#1’, ‘우주 Space#2’, ‘그리드 Grid’, ‘게이트 Gate’ 등, 여섯 가지의 설치 조형물로 구현, 각기 다른 조형의 언어를 가지고 다양한 공간감을 드러낸다. 숙련된 기술과 정성으로 정교하게 가공된 세부의 요소들은 이러한 각 부속들 역시 하나의 아름다운 완성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의 자취와 기록을 돌아보며 디자인의 결과물 그 이면에 담긴 디자이너와 생산자의 숭고한 작업 정신에 대해 말하는 이번 전시는 '아고'의 정신을 드러내고 있다. '아고'의 디자인 철학과 디자인 이야기를 '아고' 유화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부터 들어본다. 

 

'아고'의 유화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Q. '아고'는 어떻게 탄생됐나. 


2017년 서울디자인재단과 중구청 주최의 ‘라이트웨이’의 소상공인/디자이너 콜라보 프로젝트에 초청되어 참여하면서 현재 '아고'의 대표인 이우복 대표를 만났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상호 이해와 공감대 형성의 기회를 경험하게 되었고, 이우복 대표의 제안으로 단발성 프로젝트를 넘어 ‘한국 조명 브랜드 설립’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2017년 말부터 기획 및 개발을 시작한 '아고'는 글로벌 디자이너 6팀과 협업한 9가지의 첫 컬렉션을 2019년 9월 파리에서 론칭 하였습니다. 애초 글로벌 마켓을 겨냥했던 '아고'는 과감히 해외에서 론칭을 시도하였습니다.

 

Q. ‘아고’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인가.


'아고'는 한국 조명시장에는 부재했던 디자인 오리지널리티를 분명히 하는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시작한 사업이었는데요, 카피가 난무한 을지로 조명시장과 낙후한 철제골목에도 분명 계승할 부분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상공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가장 흥미로웠던 ‘관계’에 집중했습니다. 체계적이거나 세련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강압적이거나 불합리하지도 않은, 을지로 주변 작업자들의 끈끈한 유대관계와 그 관계로 어느 대기업의 시스템보다도 유려하게 진행되는 상호협력에 매우 감명을 받았었습니다. 

 

시설의 노후와 세대교체에 실패하며 낮아진 한국 제조업의 스탠다드에 실망이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단점이었다면, 이러한 작업자들의 유대관계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협업은 계승해야 할 부분이라 여겼고, 한 지역에서 평생을 함께하며 일과 삶을 공유하는 그들의 관계를 한자어에서 따온 ‘옛 친구’라는 의미의 ‘아고’로 표현하였습니다.  

 

 

 

시대의 고민을 담은 디자인을 추구하는 '아고'

 

 

Q. 한국의 조명사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떤 디자인을 추구하나. 


가전, 자동차, 패션, 첨단 분야에 비해 유독 뒤쳐져 있던 조명 분야에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앞세운 브랜드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점은 매우 보람됩니다.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기에 '아고'만이 최고의 디자인을 추구한다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나름의 고유한 방향성과 정체성을 정립하고 이를 사용자들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아고'는 ‘컨템포러리 디자인을 추구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다양한 스타일의 디자인이 존재하지만, 막연한 스타일이나 헤리티지에 대한 동경보다는 오늘날의 환경에 가장 적합한 디자인과 디자인 솔루션을 찾는 것을 가장 중요시합니다. 

 

그러나 이는 유행을 쫓는 디자인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현 시대의 가치를 반영한다는 의미로 이러한 시대적 고민을 담은 디자인만이 우리 일상에 깊이 자리잡을 것이고, 이렇게 일상에 깊이 자리잡은 디자인만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디자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독창성을 추구하는 '아고'의 디자인

 

 

Q. '아고'의 조명 디자인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아고'의 새로운 디자인 개발은 외부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진행됩니다. 요즘에는 많은 디자이너들이 시안을 보내와 디자인 피치를 받기도 합니다만, 보통은 필요한 제품과 디자인의 방향성에 따라 이를 잘 풀어줄 수 있다고 판단되는 디자이너들을 컨택하여 진행하게 됩니다. 

 

여러 중요한 디자인 요소들과 추구하는 가치가 있습니다만, 결국 최종 판단할 때에 까다롭게 보는 부분은 독창성입니다. '아고'는 신생 브랜드입니다. 새로운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미 존재하는 어떤 물건의 또다른 버전은 상품성을 떠나 디자인, 생산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시대 디자이너들이기에 간혹 유사한 아이디어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는 디자이너로서, 생산자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철저한 사전조사를 통해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조명을 만드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조명이 존재하는 이유가 공간을 밝히기 위함이기에 공간과의 조화가 가장 중요한 미덕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내용에 이어 생각해보면 ‘오늘날의 공간 모습’이 매우 중요합니다. 오늘날의 삶을 반영하는 공간에 대한 해석과 그에 필요한 조명의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는 어떠한(예를 들어, 간접, 직접, 밝은, 어두운 등등) 빛을 어떠한 방법으로 공간에 적용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연결되어 실제 조명 설치 환경 등에 대한 배려와 고민까지 필요로 하게 됩니다.  

 

Q. '아고'의 브랜드 철학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의 모습을 사용하는 제품으로 기록한다는 생각으로 후세에까지 전해질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아고'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퀄리티에도 반영됩니다. 

 

 

 

'아고'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의 모습을 제품으로 기록한다는 브랜드 철학을 지녔다. 

 


Q. 유럽에서도 사랑받는 비결은.


유럽은 비교적 오랫동안 디자인의 역사를 경험한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당연히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고 아이덴티티에 매우 민감하기도 합니다. '아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명확하고 설득력이 있었다고 자평합니다. 유행만을 쫓거나 정체성이 모호한 디자인과 제품으로는 유럽 디자인 시장을 공략할 수 없습니다. 

 

협업 디자이너들의 인지도 또한 중요했습니다. 신생브랜드인 '아고'가 관심을 끄는 데에는 협업디자이너들의 명성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뉴 헤리티지'전 포스터 이미지

 

 

Q. 현재 ‘뉴 헤리티지’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아고'는 디자인 조명을 생산하는 제조 브랜드이기에 생산되는 제품으로 가치를 평가받기를 원합니다. 여러 디자이너들과 협업하여 만들어낸 '아고'의 디자인과 제품의 사용성이 사용자들에게 평가받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겠습니다만, '아고'의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기능적인 제품으로 정교하게 풀어가는 과정에서의 고민과 노력 그리고 시행착오를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 속의 정성을 공유함으로써 겉모습 이면에 담긴 가치에 대한 이해를 얻고자 했고, '아고'가 미래의 헤리티지로 남기 위해 (말뿐이 아닌) 실제로 행하고 있는 모습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Q. '아고'의 비전, 목표는.


'아고'가 디자인조명 브랜드 분야에 큰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로컬 브랜드로서의 모범 사례가 되어 많은 경쟁 브랜드들과 건강한 시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한국 중소제조업이 글로벌 스텐다드에 맞추어 다시 살아나는 데에 일조했으면 합니다. 

 

조명 브랜드로서의 '아고'는 지속적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레인지를 넓혀 전문성 있는 조명 브랜드로서 완성되는 것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3월 3일부터 8일까지 프랑크푸르트에서 격년으로 열리는 가장 큰 규모의 조명관련 페어 ‘Light+Building’전에 참여합니다. 

 

론칭 후 약 4년간 짐작만 하고 있었던 한국 소비자들의 디자인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갈증을 확인했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신제품들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제품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워낙 작게 시작한 회사이다 보니 소비자들과의 소통이 부족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싶습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