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디자인’으로 유저의 잠재적인 니즈까지 파악할 것, 후지필름 수석 디자이너 이마이 마사즈미 | 조회수 | 16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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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필름은 1934년 영화용 필름 생산으로 시작이 되었지만, 일회용 필름 카메라와 메모리 저장식 디지털 카메라 등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등 수많은 ‘최초’의 타이틀을 만들어내며 카메라 업계를 선도해 왔다.
필름에서 출발했지만 디지털 시대인 지금도 여전히 소바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후지필름엔 어떤 힘이 있을까. 스마트폰이 카메라를 대신하고 있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갖고 싶은’ 카메라를 만들어내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후지필름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마이 마사즈미는 후지필름의 수석 디자이너다. 그는 1997년부터 카메라를 디자인해왔다. 미놀타에서 첫 카메라 디자인을 시작해 2002년 후지필름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후지필름의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카메라 디자인의 변천을 시도해왔다.
후지필름 이마이 마사즈미 수석 디자이너
이마이 마사즈미가 한국을 찾았다. 후지필름일렉트로닉이미징코리아(후지필름 코리아)가 마련한 ‘포토페스타 2024’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천개의 꿈’이라는 주제로, 메인 전시 ‘천개의 꿈’, 특별전 ‘뉴욕 스트리트 포토그래피 ? 수천 개의 관점들’, ‘서울기록 프로젝트 ? 천 개의 카메라’ 등을 마련한 이번 행사에서 그는 토크 프로그램인 ‘디자이너 토크’를 통해 한국의 유저들과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후지필름 ‘포토페스타 2024’
Q. 처음에는 자동차 디자인을 하고 싶어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카메라에는 어떤 매력을 느껴 디자인하게 되었나.
아주 어릴 때 자동차를 좋아했고,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처음에는 자동차의 엔진을 만들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전체 스타일링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미술대학에 진학을 했고 여러 공부를 시작했는데, 자동차 디자인의 경우에는 도어 미러 디자인, 룸 미러 디자인, 핸들 디자인 등 여러 요소들에 대해 각각 몇 년씩 디자인을 해야 비로소 전체적인 바디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반면 손으로 잡고 사진을 찍는 카메라는 혼자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듣게 되었다. 크기는 완전히 다르지만 기능과 스타일의 밸런스를 조화롭게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한 부분이 자동차와 닮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교수님께서 카메라 디자인이 어렵기 때문에 카메라 디자인을 통해 제품 디자이너가 되면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해 주셨다.
Q. 1997년 미놀타에서 처음으로 카메라를 디자인했다. 첫 디자인에 대해 평가한다면.
첫 디자인은 사실 거의 기억하지 않는다. 사실, 떠올리고 싶지 않을 만큼 부끄러운 디자인이었다(웃음).
Q. 후지필름에 대해 느낀 매력이 있다면.
후지필름은 디지털 카메라 외에도 90년 역사에 걸친 사진의 역사를 가진 기업이다. 그 과정 속에서 전 세계 사람들이 어떤 사진을 찍고 어떤 사진을 좋아하는지 역사와 노하우, 취향을 알게 되었다. 인스탁스처럼 사진을 찍고 바로 인화해서 보는 대중적인 제품들도 카메라라는 전체의 틀 속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이라는 틀 안에서 영화용 렌즈, TV 방송용 렌즈 등 무척 폭넓은 제품들을 다양하게 가지고 있다는 것, 사진의 전체를 망라할 수 있다는 것이 타사와는 다른 매력점이라 생각한다.
후지필름 이마이 마사즈미 수석 디자이너
두 가지라 본다. 필름 카메라 시대에서 디지털 카메라 시대로 넘어 갈 때의 변화와 온전히 디지털 카메라 시대가 된 이후의 변화다.
먼저 미놀타 시절은 필름 카메라 시대로, 당시에는 필름 카메라를 디자인했었다. 필름 카메라는 렌즈가 있고, 그 뒤에 필름과 필름 케이스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절대 바꿀 수 없는 구조가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가운데에만 배치해야 했던 렌즈를 어디에나 배치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생겼다. 그 부분에 무척 설렜던 기억이 난다. 디자이너들이 이 부분에 대해 자유로움을 느꼈고, 여러 위치에 렌즈가 자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세로형 카메라도 디자인했다. 그것이 하나의 큰 변화였던 것 같다.
이후 ‘카메라’라 하면 모두가 디지털 카메라를 떠올리는 시대가 되고 난 뒤 또 하나의 큰 변화가 있었다. 자유도에 따라 여러 형태를 재현한 뒤, 결국 한 바퀴 돌아 원래의 형태를 추구하게 된 점이다. 결국 카메라라는 것은 손에 들고 사진을 찍는 도구라는 관점에서 렌즈가 가운데에 위치한, 과거의 카메라를 떠오르게 하는 형태를 따르게 된 것이 생각한다. 앞으로 또 어떠한 기술 변화에 따른 발전이 이루어질지, 어떠한 새로운 형태가 나올지 모른다.
Q. 요즘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방안은.
사실 우리가 늘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편리해서 나도 좋아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경험과 스마트폰보다 훨씬 값이 나가긴 하지만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경험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하나의 힌트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카메라는 악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용자의 기분을 표현하는 도구라는 점에 있어 비슷하다고 본다. 사용자의 손과 감성을 사용해서 사진을 찍고, 더 잘 찍기 위해 연습을 거듭하면서 성장하는 것을 즐기는 것 자체가 악기를 연주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미지를 얻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는 점이 포인트인데, 스마트폰으로 찍는 것과는 다른 결과 질이 있다. 그러한 즐거움, 표현 도구로서의 악기와 닮았다는 점이 하나의 힌트가 될 거라 본다.
후지필름 이마이 마사즈미 수석 디자이너
‘성실한 디자인’을 지향한다. 카메라뿐 아니라 의료, 화장품 분야 등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후지필름은 이러한 분야에서도 성실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유저가 원하는 요구사항에 대해 성실하게 응답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합리적인 구성, 생산, 품질면까지도 정직하고 성실한 것을 추구하는데, 이러한 측면까지도 역시 성실한 디자인의 한 면으로 보고있다.
유저들이 우리에게 표현하지 않는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도 하나의 요소다. 무엇이 필요한지를 물어봤을 때 대답할 수 있는, 형태가 만들어진 생각 이외에 형태가 만들어지지 않은 생각, 잠재적인 니즈에 대해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점이다.
Q. 개인적인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가.
카메라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취향성이 높은, 취미를 위한 제품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제품을 잘 알고 이해하고 있는 유저들이 사용하는 제품으로, 항상 그들이 정말 즐겁게 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며 디자인한다. 한 사람의 유저로서 내가 이 카메라를 사용했을 때 정말 즐거울지, 정말 갖고 싶을지를 늘 생각한다.
Q. 가장 최근에 디자인된 카메라 모델과 그 특징은 무엇인가.
X-T50이다. X시리즈중 가장 유저층이 넓은 카메라라 보고 있다. X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 탑 커버에 다이얼이 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셔터스피드 다이얼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셔터스피드를 탑재한 아주 본격적인 디자인의 카메라이면서 친밀하고 아이코닉한 디자인, 콤팩트한 디자인적 특징을 모두 갖추었다. X시리즈는 다양한 라인업을 가지고 있는데, 상위기종의 경우에는 조금 크고 고가에 사용법이 어려울 수 있는데, X-T50은 그보다 입문이 어렵지 않은 기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위기종과 같은 센서나 프로세서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진의 화질은 같다.
렌즈교환식 카메라를 사용하고자 하는 분들에게도 적합하고, 반면 카메라를 굉장히 잘 알고 있는 분들 중이 좀 작은 카메라로 콤팩트하게 사용하고 싶을 때 서브 카메라의 개념으로 사용하기에도 굉장히 적합한 카메라다. 그런 니즈에 맞추어 디자인된 제품으로 심플하면서도 특징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X-T50
Q.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카메라는 무엇인가.
X100V, X-T5를 들 수 있겠다.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손에 익기도 했고, 최근에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Q. ‘포토페스타 2024’에 참여했다. 소감이 어땠나.
유저의 생각과 의견이 중요한 것처럼 유저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경험이다. 무척 열정적인 분들이 많이 참여해 주셨다. X시리즈를 사랑해주시는 분들, 잘 이해하시는 분들로 카메라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는 분들과의 대화는 무척 유익했다. 매주 토크를 진행하고 싶을 만큼 즐거운 시간이었다.
어떤 분야이든 어떤 것에 집중하고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할 때는 그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정보를 분석하며 원하는 도달점, 목적한 부분에 다다르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유저로서 어떠한 것을 원하는지, 유저가 무엇을 선택하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경험에 의한 감각들이 취향성 있는 유저의 마인드를 이해하는 바탕이 된다.
카메라에 한정해서 이야기한다면 카메라의 메커니컬한 부분이나 구조 등에 대한 지식을 갖춘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Q. 무엇을 통해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얻나.
음악, 영화 등 세상에 있는 다양한 크리에이션을 좋아한다. 그런것들에서 영감을 얻는다. 내가 왜 이것을 즐기는지 아는 것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술가의 영화일수도, 음악일수도 있다. 그것으로부터 여러 자극을 느끼면서 그것을 나에게 새기고 내 것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후지필름 이마이 마사즈미 수석 디자이너
모리야마 다이도라는 유명한 사진가가 있다. 사진가이지만 글도 쓰는 작가로, 여행을 하며 사진을 찍고 느낀 점을 쓴 몇 권의 책이 있다. 그것을 보면서 표현하는 즐거움에 대해 다시 한번 느꼈다.
좋아하는 보컬리스트가 이미 세상을 떠났는데, 어쿠스틱 라이브 앨범을 사서 감명 깊게 듣고 있기도 하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느 메이커나 아직 제품화되지 않은 컨셉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현재 그 작업을 무척 기쁘게 하고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 작업에 매진할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이와 연말 여행계획이 있다. 사진도 찍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사진제공_ 후지필름 코리아 |